2014년 말, 국회 김광진 의원이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방위사업청은 11월과 12월 사이 최루탄 약 165만 발 가량에 대한 터키 수출을 허가했습니다. 터키 당국은 2014년 10월 최루탄 190만 발에 대한 입찰공고를 냈고, 이에 한국의 최루탄 생산업체가 첫 번째 입찰을 따내 현재 초도 물량에 대한 선적이 1월 중순까지 이루어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터키 당국은 2013년 평화로운 시위대를 향해 직격으로 최루탄을 발포하여 사망자와 부상자가 다수 발생하는 등 최루탄 사용으로 인한 인권침해가 심각했지만 터키 당국은 아직까지 인권침해 행위에 대한 의미있는 수사를 진행하거나 책임자를 처벌한 사례는 없습니다. 국제앰네스티, 휴먼라이츠워치, 인권의사회 등 유수의 국제인권단체들이 한 목소리로 터키 당국이 과도하고 불필요한 방식으로 최루탄을 발포해 시위자들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지적했으며, 유럽인권재판소도 터키 당국이 최루탄을 부적절히 사용해 인권을 침해했다는 다수의 판결을 내기도 했습니다.

터키는 올 5월 총선을 앞두고 있으며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번 총선을 통해 대통령 중심제 개헌을 추진할 것을 예고한 바 있어 선거를 앞두고 대규모 시위가 촉발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한국의 인권ㆍ평화 시민 단체들은 수출허가 관청인 방위사업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터키로 수출되는 최루탄이 시민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데 사용될 가능성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당국이 약 165만 발에 달하는 최루탄 수출을 허가해 주었다는 점에 문제를 제기하고 수출허가 취소를 촉구했습니다.

한편, 터키 현지에서도 국제앰네스티 터키지부 등 현지 시민단체 다수가 주 터키 한국대사관 앞에서 터키로의 최루탄 수출 중단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기자회견문]잠재적 살상무기, 한국산 최루탄 터키 수출을 중단하라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 참담한 심정으로 선다. 불과 일 년 전 이맘때쯤, 방위사업청은 바레인으로의 한국산 최루탄 수출로 국제적으로 큰 비난이 일자 잠정적으로 최루탄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당시 한국산 최루탄의 최대 수입국은 바레인과 터키였고, 두 나라는 최루탄 오∙남용으로 악명을 떨쳐 국제사회에서 큰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3년간 150만 발에 달하는 최루탄을 수입한 바레인에서는 최루탄의 직∙간접적 사용으로 약 40여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국제사회와 국내 시민단체들이 한국 정부를 압박해오고, 이 문제가 국내외에서 언론의 큰 관심을 받게 되자 결국 방사청은 지난 해 1월 최루탄 수출허가에 대한 승인을 잠정적으로 유보하겠다는 내용을 언론에 밝혔다. 하지만 그 같은 유보 조치도 잠시 뿐, 김광진 의원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방사청은 지난 해 11월부터 최루탄 약 165만 가량을 터키로 수출하겠다는 업체의 수출허가 신청을 모두 승인했다. 몇 달 동안 방위사업청이 수출 승인을 유보해온 것은 그저 국제적 비난 여론을 피해가기 위한 숨고르기에 불과했던 것이다.

터키 정부는 올 5월 총선을 앞두고 지난 해 10월 최루탄 약 190만 발 가량을 구매하겠다고 입찰 공고를 낸 바 있다.  2014년 초 인명피해 등의 문제를 이유로 바레인 등으로의 수출 허가를 유보할 때와 마찬가지로 최루탄으로 인한 인권침해 위험이 여전함에도 불구하고 방위사업청은 ‘사용자는 안전수칙을 준수하고 인권침해를 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걸고 터키로의 최루탄 수출을 허가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터키의 인권기록을 조금만 살펴보면 그러한 약속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금세 알 수 있다.

최루탄은 흔히 비살상무기로 알려져 있지만 터키 경찰이 최루탄을 사용해왔던 방식은 최루탄이 얼마든지 살상무기로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준다. 일례로 2013년 5월 말 게지 공원 재개발 문제로 촉발된 시위과정에서 터키 당국은 시위대를 진압하겠다며 무차별적으로 최루탄을 난사했다. 유엔 사무총장까지 나서서 평화적 시위를 존중하라고 요구했지만, 당시 에르도안 터키 총리(현 대통령)는 시위가 계속될 경우 더 강경히 대응할 것이라는 엄포를 놓았으며, 실제 터키 경찰은 최루탄을 무차별적으로 난사하며 시위대 진압에 나섰다. 직사된 최루탄에 맞아 사망한 13세 소년, 얼굴에 최루탄을 맞아 시력을 영구 상실한 사람 등 부상자와 사망자가 속출했다.

당시 국제앰네스티, 인권의사회 등 국제인권단체들은 한 목소리로 터키의 최루탄 사용 방식을 비판했다. 인권의사회 등은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고의적으로 최루탄을 직격으로 발포했을 뿐 아니라 밀폐되고 좁은 공간, 의료시설 등에 최루탄을 던져 넣기도 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최루탄 사용과 관련한 터키 경찰의 대응방식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반복되어 온 일종의 관행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2014년 7월 동 재판소는 터키 경찰이 시위자에게 최루탄을 직사 발포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은 결코 비례적, 필수적 조치가 아니었으며, 가해 경찰의 신원을 밝히기 위한 어떤 유의미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터키 당국이 피해자의 생명권을 침해했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소는 터키 제도 상의 변화가 있지 않는 이상 시위 중 최루탄의 부적절한 사용으로 비슷한 인권침해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점도 지적했다.

이제 곧 한국산 최루탄이 수출될 터키는 다가오는 5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 ‘터키의 푸틴’이라 불리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총선 압승을 통해 대통령 중심제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포부를 반복적으로 밝혀왔다. 또 다시 터키에서 대규모 시위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그 동안 터키 당국이 시위 진압 과정에서 최루탄을 남용해 시민들을 탄압해왔다는 권위 있는 판결과 공신력 있는 민간단체들의 보고서 등 증거들은 차고 넘치지만 방위사업청은 이를 모른척하고 인권을 침해하지 않겠다는 터키 정부의 말만 믿고 수출을 승인했다. 혹여나 “메이드 인 코리아”가 자랑스레 새겨진 최루탄이 훗날 터키 민중들의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게 한다면 한국 정부는 결코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오늘 터키 현지에서도 한국 정부에 최루탄 수출승인을 규탄하며 이를 취소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가 주 터키 한국대사관 앞에서 열릴 예정이다. 무랏 세킥(Murat Çekiç) 국제앰네스티 터키지부 국장은 터키 당국의 최루탄 사용 방식을 “부적절하고 폭력적인 방식”이라 지적하며 한국 정부를 향해 “책임감 있는 국가라면 최루탄을 포함한 시위진압장비를 터키로 수출해 범죄를 저지르도록 하는 방조하는 수치스러운 파트너 국가가 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는 터키의 시민들의 이 같은 요구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이들과 연대하여 한국 정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터키로 수출 예정인 최루탄 약 165만 발에 대한 수출허가를 전면 취소하라.
  2. 최루탄 수출 허가 관계법령을 개정하여 수출허가 심사 기준을 강화하라.
  3. 최루탄 수출을 둘러싸고 반복되어 온 국내외의 지적을 계기 삼아 최루탄 수출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등 수출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고하라.

 

2015년 1월 16일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