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를 위한 평화배움 교안

배움의 공간에서 무기 박람회에 대해 이야기 나눈다는 것

아덱스저항행동×피스모모 

 

목차

시작하는 말 · 4

활동1. 무기에 둘러싸인 사람들 · 7

활동2. 역할극: 무기를 둘러싼 사람들 · 15

활동3. 무기를 전시한다는 것 · 21

 

시작하는 말

1992년 5월 27일 오후 4시, 사라예보의 한 빵집 앞에 박격포탄이 떨어졌 습니다. 긴 전쟁으로 인해 먹을 것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빵을 구워 팔기 시작한 가게 앞에는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한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 서 있었습니다. 이 공격으로 인해 100여 명이 부상을 입었고 22명이 목숨 을 잃었습니다. 다음 날 오후 4시, 턱시도를 차려입은 한 남자가 그 장소를 찾았습니다. 그 남자는 포탄으로 산산히 부서진 잔해 위에서 첼로를 연주 하기 시작합니다. 그는 전쟁 이전까지 사라예보 필하모닉에서 첼로를 연 주했던, 첼리스트 베드란 스마일로비치(Vedran Smailovic)였습니다.

베드란 스마일로비치는 그 날로부터 22일간 매일 같이 오후 4시가 되면 턱시도를 차려입고 포탄이 떨어진 자리에 앉아 알비노니의 ‘아다지오 G 단조’를 연주했습니다. 전쟁의 한가운데 첼로를 연주하는 그의 목숨을 담 보해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우연히 베드란 스마일로비치에 대 한 뉴욕타임즈의 기사를 보게된 캐나다의 작가 스티븐 갤러웨이는 베드 란의 실화를 모티프로 하는 소설 “사라예보의 첼리스트”라는 소설을 쓰 게 됩니다. 스티븐 갤러웨이는 말합니다. “무기는 죽일지 말지 결정하지 않는다. 무기는 이미 내려진 결정의 표현이다.”

1996년부터 2년에 한 번씩 서울에서는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Seoul International Aerospace & Defence Exibition)”가 열립니다. 이 전시회는 영어 이름을 줄여 아덱스(ADEX)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요. 아덱스는 방위산업 육성과 국내 군수산업의 판로를 개척하고 해외투 자를 유치, 또 국내산 무기의 해외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마련된 전시회입 니다. 무기 거래와 관련한 계약들이 성사되는 것이 이 전시회의 가장 큰 목표인데요. 이 전시는 대중에게도 오픈됩니다. 이미지로만 접하던 거대 한 무기들을 볼 수 있는 이 전시회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참여 합니다. 학교도 예외는 아니지요. 아덱스는 ‘학생의 날’ 행사와 연계하여 수많은 학교에 공문을 보내고 학생들을 초대하고는 합니다. 교복을 입고 줄서서 참여하는 학생들의 행렬을 심심치 않게 마주칠 수 있지요.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관람하고자 하는 거대한 무기. 이 무기들 은 과연 관람할 만한 대상이 맞을까요? 영화에서만 보던 무기를 눈앞에 서 볼 수 있고, 거대한 전투기의 에어쇼를 볼 수 있는 현장은 무엇을 위 아덱스저항행동 × 피스모모 5 한 ‘교육’의 경험이 될까요? 누군가를 죽이는 장면을 보는 것은 안 되지만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무기를 보는 것은 괜찮을까요? 세네카 (Seneca)가 했다는 말처럼 무기 그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그 무기를 사 용하는 사람의 문제(A sword never kills anybody; it is a tool in the killer’s hand.)로 봐야하는 걸까요? 아직 사용되지 않은 무기는 가치중 립적일까요? 그렇다면 무기를 생산할 뿐, 사용하지는 않는 사람의 사회 적 책임은 없는 걸까요?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2020 전 세계 무기거래 현황 보고서 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전 세계 무기 수출 1위는 미국, 수입 1위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차지했습니다. 미국의 무기 수출량 은 전세계 무기수출량의 37%를 차지하지요. 한국은 2020년 전세계 무 기 수출과 수입에서 각각 9위와 7위를 기록했습니다. 200여 개의 국가 중 무기 수출과 수입면에서 모두 10위권을 기록한 대한민국의 성적, 과 연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분단상황의 대한민국에게는 다른 선택이 없 다고들 이야기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이 교안은 피스모모가 “아덱스저항행동”과 함께 준비했습니다. 무기를 전시한다는 것의 의미를 들여다보고, 무기를 하나의 상품으로 볼 수 있는 것인지, 무기와 어떤 형태로든 관계 맺었던 사람들의 이야기, 그 목소리를 통해 ‘무기전시’라는 행위를 낯설게 보고자 합니다. 다양한 배움의 공간에서 평화에 대해 함께 깊이 토론하는 경험이 만들어지는데 의미있는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2021년 10월 23일 아덱스저항행동 × 피스모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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