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담 (성미산학교)
전쟁없는세상과 평화 집담회 등으로 관계를 맺고 있던 중,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다큐멘터리 시사회에 초대해 주셔서 가게 되었다. 병역거부를 준비하는 나에게는 지난 반전 운동, 병역거부 운동에 대한 역사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나 병역거부운동과 반전운동에 대해 아는 것이 잘 없기에 나의 병역거부와 관련된 이야기와 그런 나에게 이 영화는 어떤 의미였는지 이야기 해보려 한다.
나는 병역거부를 준비 중인 청소년이다. 나의 오래된 군대에 대한 거부감과 최근에 공부하게 된 것들이 병역거부를 준비하게 만들었다. 7살 때 내 첫 장래희망은 축구선수였다. 축구를 너무 좋아하기도 해서기도 했지만 그때 내 목표는 축구 국가대표가 되어서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고 군면제를 받는 것이었다. 12살 때 처음으로 제도권학교 축구부에 들어가서 축구를 했었다. 축구를 배우는 것은 너무나 좋았다. 그리고 축구 하는 것도 좋았다. 그런데 그때가 내가 마지막으로 축구를 배웠던 때가 되었다. 여러 이유가 존재하기는 했지만 그 중 하나는 흔히 군대문화라고 하는 것 때문이었다. 사실 지금 생각해봐도 괜찮은 사람들이었던 것 같은데 감독이 오면 다 멈추고 “안녕하세요 감독님”하는 것에도 충격을 많이 받았었다. 지금보면 별 거 아닌 것 같은데 그때 내가 가지고 있던 위계에 대한 두려움이 여기서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그 이후로는 군대에 관련된 생각은 크게 하고 살지는 않았다. 그저 ‘학력미달로 공익이나 가야지’ 하고 군대에 대한 생각을 묻어두게 되었다. (공익도 훈련소를 간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었다.) 그러다가 고등과정에 올라오고 나서 평화와 인권을 주제로 공부를 하다보니 다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베트남전쟁 민간인 학살,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 예비검속, ‘위안부’와 전시 성폭력 등의 문제들을 만나게 되니 군대에 대한 거부감이 더 강해졌다. 그리고 군대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군대는 ‘우군’이라 설정된 존재들을 제외한 존재들은 적으로 규정한다. 우리는 베트남 전쟁에서 이것이 여실히 증명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릴라전이라서, 누가 언제 어디서 적이 튀어나올지 몰라서, 그러한 두려움으로 민간인들을 학살했다. 더 전으로는 예비 검속이 있었다. 군대의 목적에 의하여 가장 우선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국민들이 잠재적 적으로 분류되어 국가에 의해 학살 되었다.
그리고 1980년 광주에서는 정치의 도구로써 군대가 민간인들을 학살했고, 아프가니스탄 파병 등 한국의 군대는 그 이외에도 한국의 공권력이라 불리우는 것들이 저지르는 악행들은 무수히 보았다.
밀양 송전탑 반대 싸움을 무력으로 진압했고, 성주 소성리에서도, 제주 강정에서도, 용산에서도 공권력은 국민을 진압해 왔다. 그 곳에서 공권력의 폭력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위협들은 누가 보호해줄까? 국가도 경찰도 군대도 그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의 군대에 대한 거부감과 공권력에 대한 불신은 커져갔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 나의 병역거부 준비로 이어지게 되었다.
영화의 초반 부분은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도 도입 등의 관한 이야기로 시작 되었다. 잘 모르던 부분이었기에 신기하고 즐겁게(?) 보았다. 병역거부 운동은 20년 정도 전에 시작되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딱 그런 시간이었다. 병역거부 운동의 시작은 아프가니스탄 파병 거부 등 미국에서 반전운동이 시작 될 때 쯤 한국에선 시작되었다. 그렇기에 병역거부는 반전운동의 한 부류로써 보인다. 병역거부의 이유들은 다양했지만 나는 누군가를 죽일 수 없는 한 개인의 문제도 있었지만 그러한 전쟁을 반대하는 사람들이었기에 ‘전쟁없는세상’이라는 이름으로 모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든다. 병역거부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당시에 크게 주장하는 것 중 대체복무제도가 있다. 총을 들지 않는, 군대에 들어가지 않는 다른 형태의 의무도 허용하라 라는 목소리였다.
나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내가 군대에 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작년부터 대체복무제도가 도입되었다. 하지만 영화 말미에서 말하듯, 아직은 징벌적 요소들이 강하고 미완성의 제도라고 느껴진다.
사실 나는 국가에 의해서 강제적으로 ‘징병’의 대상이 된 것에 대한 거부도 있었기에 대체복무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대체복무제도에 대해서 관심이 적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는 그 오랜 기간의 싸움들에 대해 관심 가지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대체복무라 하는, 내게는 ‘대체’라는 지점이 싫다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만약 어떠한 형태로든 국민의 의무로써 해야한다면 정상으로 분류되는 20대 지정성별 남성이 군대에 가는 것이 아닌 돌봄의 영역이나 기타 공익, 서로에게 이로운 형태로 가기 위한 시작점으로써의 의미가 보였다. 그리고 전쟁없는세상은 병역거부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무기감시라는 방식으로 반전활동의 폭을 넓혔다.
병역거부는 반전운동의 일부라 생각한다. 전쟁이 존재하는 세상, 군대가 있는 땅에 사는 모든 생명들이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이미 여러 번 군 시설을 짓기 위해 생태계가 파괴되고 지역 주민들이 터전을 빼앗기는 일들도 있었다. 그곳에 사는 수 많은 생명과 지금까지 쌓여왔던 기억의 공간들은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 사라져갔기 때문에 전쟁을 없애기 위해서는 더 다양한 영역의 활동과 이야기가 필요한 것 같다. 영화의 그런 흐름을 따라가다 보니 병역거부 운동이 반전운동으로 확장되고 나아가서는 전쟁뿐만 아니라 사회 안에 차별과 불평등도 이야기 할 수 있겠구나, 이런 것들이 서로 맞닿아 있구나 하는 것들을 좀 더 많이 느꼈다.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가장 크게 남은 느낌은 20년 가까운 활동을 한 사람들을 보고 그 영화 이후에 내가 있다 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당연히 원래 활동하시던 분들도 있지만 병역거부 1세대 이후에 세대에게 남기는 숙제 같은 메세지가 느껴졌다. ‘아 여기부터는 나도 함께 만들어 가야 하는 구나’ 하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