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 (전쟁없는세상 jungmin.duck@gmail.com)

 

2022년도 감염병 사태가 계속된다면 활동가의 방구석1열 프로그램을 한 번 더 진행하기로 했다. 활동가의 방구석1열은 오프라인 모임이 거의 불가능해진 상황 속에서 온라인으로 사회운동의 이모저모에 대해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영화(다큐)를 함께 보고 초대손님을 모셔 GV도 하고 참가자들끼리 간단하게 소회도 나눌 수 있는 그런 자리로 기획되었다. 첫 회에서는 1960년대 미국 시민권운동 중 5개월 만에 시내 식당들의 인종차별정책을 폐지하게 만들어 전체 운동의 모델이 되었던 내쉬빌 투쟁을 다룬 다큐멘터리 <내쉬빌 – “우리는 전사였다”(25분)>를, 2회에서는 인도네시아 군에 수출되어 동티모르 민간인을 공격할 호크기를 무장해제했던 플라우쉐어 운동에 대해 다룬 <희망의 씨앗 Seeds of Hope (27분)>을 함께 보았다.

이번 3회 방구석1열에서는 다큐멘터리 <호스트 네이션>을 보기로 했다. <호스트 네이션 (2016)>은 2년에 걸쳐 26세의 필리핀 여성 마리아가 기지촌 클럽의 외국인 가수로 일하게 되는 과정을 따라가며 한국의 독특한 성매매 산업인 미군 클럽으로 외국인 여성들이 수입되는 경로를 폭로하는 작품이다. 이전 방구석1열에서 상영했던 작품들보다 3배 정도 긴 시간의 다큐이지만 올해 전쟁없는세상 활동의 큰 흐름인 페미니즘과 군대(군사주의)에 관한 얘기를 나눠볼 수 있는 매우 적합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방구석1열을 홍보할 목적으로 쓰고 있는 이 글에서는 기지촌이 어떤 곳이고 그 곳에서 30년 넘게 활동을 해오고 있는 두레방이라는 단체에 대해 써볼까 한다. 두레방에서 오래 자원활동을 했고 2012년부터 2018년까지는 반상근으로 이주여성프로그램을 담당했던 경험으로 소개를 하는 것이지만 방구석1열에 오시면 현재도 두레방에서 치열하게 활동중인 멋진 활동가들을 만날 수 있고 그들의 생생한 얘기를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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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과 미군 위안부

한미동맹의 상징인 주한미군은 현재 23,000~28,500명 규모가 주둔해 있다. 현재는 미군기지를 집중재배치 하는 사업이 한창이라 많이 줄었지만[1] 미군기지가 많을 때는 전국에 걸쳐 약 100여 개가 산재해 있었다. 특히 미 본토를 제외한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군 기지라고 하는 캠프 험프리스가 한국의 평택에 있다. 과도한 주한미군 주둔 경비 부담이나 해외 파병 압박, 미군기지 오염 등 수많은 문제들로 미국의 부당한 요구를 거부하고 불평등한 한미동맹 재조정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오랫동안 있어왔다.

주한미군에 대한 한국인들의 태도는 양가적이다. 안보를 위해 주둔을 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면서도[2]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치여 여중생 두 명이 사망한 사건과 같이 주한미군이 일으킨 사회적인 문제들 때문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3] 기지촌의 문제는 조금 더 복잡하다. 한국 사회에서 반미감정과 반미운동은 꾸준했지만 기지촌 문제가 그 원인이 되었던 적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기지촌의 문제는 한국인에게 부끄럽고 숨기고 싶은 문제였거나 거기서 일하는 여성들을 경멸하는 감정이 일반적이었다.[4] 하지만 1992년 윤금이씨가 미군에 의해 처참하게 죽임을 당하는 사건[5]이 발생하고 기지촌의 실상에 대해 조금씩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현재 한국사회에는 다양한 형태의 성매매의 존재하고 그것에 따라 법률의 적용도 달라지기 때문에 성매매가 합법인가 불법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하기는 쉽지 않지만 단순화시켜 말하자면 한국에서 성매매는 불법이다. 하지만 기지촌은 예외다. 1948년 공창제가 폐지되고 성매매가 금지되었지만 군부독재정권은 1961년 공창제 폐지령에서 더 나아가 처벌 사항을 상세히 한 윤락행위방지법을 제정하면서 성매매를 사실상 허용하는 특정지구를 전국 104개소에 설치했다. 그 곳은 어디였을까? 빙고. 이 특수 지구는 상당수가 미군 기지 인근이었다. 한미양국은 90년대 초까지 주한미군에게 성매매를 하는 기지촌 여성들에 대해 공식 명칭으로 군위안부라는 말을 사용했으며 위안부들의 인적사항을 공유하고 이들에 대해 교육까지 해오면서 직접 관리했다.

1980년대까지 미군 위안부의 상당수는 인신매매를 통해 끌려온 미성년자들이었고 이들에게 행해진 인권유린은 무척이나 참혹했다. 1990년대 이후, 한국 여성 대신 인신매매된 필리핀인, 러시아인 등의 외국 여성이 한국 여성의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현재는 기지촌 성매매 여성의 90%가 동남아시아 출신이다. 기지촌 성매매 문제는 미국과 한국, 그리고 동남아로 연결되는 수직적 수탈구조를 띠고 있는 것이다.

 

두레방

두레방은 기지촌에서 소외되고 억압된 삶을 살고 있는 여성들이 함께 모여 스스로의 가치를 되찾고 건강한 삶을 살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1986년 설립된 단체이다. 경기도 의정부시 한미연합사령부 앞 사무실에서 영어와 한국어 교실을 개설하면서 활동을 시작하였다. 1989년부터는 빵을 만들어 판매하며 기지촌 여성들이 성매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왔고, 혼혈아동을 위한 놀이방과 공부방도 개설했다. 2000년대부터는 한국 기지촌에 유입된 필리핀 여성 실태 조사를 하고 이주여성을 위한 쉼터를 개설하는 등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두레방의 일상적인 활동은 기지촌에서 일하는 이주여성들을 상담하고 생활지원, 의료지원, 법률지원 등 각종 지원을 제공하는 일과 현재는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한국어 교실, 영어교실, K-pop교실, 공예교실 등 여성들이 모일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일이다. 또한 과거사 청산 프로그램으로 기지촌 ‘미군위안부’ 생존자들(한국인 여성들)의 국가배상 청구소송을 진행[6]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여성들이 경기도 지역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이 여성들을 지원하기 위한 지역조례 제정에도 힘쓰고 있다.

두레방의 활동은 1차적으로 기지촌 성매매 당사자 여성들의 조직화와 임파워먼트를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여성들 스스로가 문제를 직시하고 재정의하며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 일은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사회의 뿌리 깊은 성매매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이 여성들이 스스로를 피해자/생존자로 정체화하고 조직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이주여성의 경우는 더 어렵다. 기본적으로 언어적 제약과 다른 나라의 법률, 문화 등을 제대로 잘 알지 못하는 정보 부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인권 침해가 발생해도 문제를 제기할 생각을 하기가 어렵다. 또한 매우 반인권적인 업무 및 생활환경[7]도 여성들의 조직화에 걸림돌이 된다. 이것은 거꾸로 이주여성들의 문화와 언어에 익숙하지 않지만 함께 활동하고자 하는 한국 활동가들에게도 큰 어려움으로 다가온다.

코로나로 달라진 기지촌의 풍경, 이 속에서 여성들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두레방의 활동은 또 어떤 도전에 직면했는지 등 이 이슈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여러분을 활동가의 방구석1열에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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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방에 배치된 부대를 후방으로 분산 배치하고, 고정된 병력을 신속한 기동군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역할을 한반도 방위에 한정하지 않고, 중국을 견제하는 등 동북아 지역 방위로 확대하는 움직임이다.

[2] 국방부 산하 국방대학교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이긴 하지만 주한미군과 관련해선 국민 77.8%가 ‘한국 안보에 중요하다’고 답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590450#home

[3] 기생충을 만든 봉준호 감독의 2006년 영화 <괴물>은 2000년 주한미군이 한강에 무단으로 방류한 독극물 때문에 돌연변이가 되어버린 괴물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처럼 주한미군의 문제는 일반 상업영화의 주제로도 자주 사용될 정도로 우리에게는 익숙한 주제이다. 한국인들의 분노를 사는 지점은 미군이 저지른 잘못도 잘못이지만 주둔군지위협정(SOFA) 규정에 의해 그것을 처벌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4] 기지촌의 문제나 일본군 위안부의 문제는 민족주의와 페미니즘이 교차하는 대표적인 문제들이다. 한국의 페미니스트들은 지나치게 민족주의적 관점에서만 이 문제들이 논의되어 오는 것을 경계해왔다. 반일본, 반미운동의 도구로 여성들의 인권을 이용해서는 안된다.

[5] 기지촌에서 성매매로 생계를 이어가던 여성이 성기와 항문에 우산과 콜라 병이 꽂혀 있고 온 몸에 가루 세제가 뿌려진 채 시체로 발견된 사건. 워낙 처참하게 살해되어 사회적인 큰 공분을 샀다.

[6] 국가가 외화획득과 국가예산 절약을 위해 미군 기지촌을 운영·관리하면서 불법인 성매매를 적극적으로 정당화하거나 조장하여 미군 위안부들의 성적자기결정권과 존엄성을 수단화하고 인권존중 의무를 위반했다며 기지촌 여성 117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다. 1심과 2심에서 모두 승소했고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7] 급료의 착취, 강제로 할당되는 주스 판매량, 성매매 강요, 자유시간의 제한, 감금·감시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