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3일 서울 행정법원은, 작년 7월 나단의 대체역 신청에 대해 대체역 심사위원회가 기각 결정을 내린 결과와 과정이 잘못되었다고 나단이 제기한 행정소송을 기각하였다.
2021년 7월 16일 대체역 심사위원회는 병역거부자 나단의 대체복무 신청을 기각했고, 나단은 자신의 입영일이었던 9월 6일 병무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체역 심사위의 결정에 불복하며 행정소송을 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만약 행정소송에서 패소해도 병역거부를 이어갈 것이고 형사재판에서 유죄 선고를 받는다면 감옥에 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서울 행정법원 재판부는 사회주의 신념으로 병역을 거부한 나단의 결정이 “자신 사상과 가치관 실현”에 따른 결정이고 “사상 실현의 자유”에 가깝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재판부는 사회주의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는 “우리 헌법이 수호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질서”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므로 “국방의 의무에 앞서 보호되는 양심적 병역거부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는 2018년 병역법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위배된다. 헌법재판소는 “양심의 자유가 문제 되는 상황은 개인의 양심이 국가의 법질서나 사회의 도덕률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이므로 “헌법에 의해 보호받는 양심은 법질서와 도덕에 부합하는 사고를 가진 다수가 아니라 이른바 ‘소수자’의 양심이 되기 마련”이라고 정리하면서 “그 내용 여하를 떠나 양심의 자유에 의해 보호되는 양심이 될 수 있”고 “헌법상 양심의 자유에 의해 보호받는 ‘양심’으로 인정할 것인지의 판단은 그것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된 것인지의 여부”에 따라야 한다고 명확하게 밝혔다.
재판부는 나단이 스스로 주장하는 사회주의 신념을 진실되게 가지고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을 뿐, 양심과 신념의 내용을 가지고 보호의 여부를 판단하면 안 된다.
또한 재판부는 대체역 심사위가 주장하는 바, 심사위원회의 심사 때 나단이 대답한 폭력에 대한 개념을 들어 나단의 양심이 가변적이기 때문에 헌법이 보호하는 양심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심사 과정에서 나단의 대답은 폭력이 사회적인 맥락 속에서 형성되는 개념이라는 것을 전제로 말한 것들이다. 물론 폭력에 대한 나단의 견해와 주장은 토론의 대상일 수 있고, 비판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나단의 양심을 가변적인 것이라고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나단은 심사과정에서 자신의 양심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말했다.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답을 해야 하는지 알았지만 그는 정답을 말하기보다는 자신의 양심에 솔직한 대답을 택했다. 대체역 심사위원회와 행정법원 재판부는 그러한 나단의 양심을 교조적인 기준으로 재단했다. 대법원이 특정 종교인들의 재판에서 판시한 기준을 그대로 적용했다. 병역거부자 나단과 대체역 심사위윈회 그리고 행정법원 재판부, 진지하고 절박하게 양심을 마주하고 고민하고 있는 것은 과연 누구인가?
2022년 9월 22일 전쟁없는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