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 (전쟁없는세상)
국제치안산업대전이 10월 19~22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렸다. 올해 4회째를 맞은 국제치안산업대전은 경찰청과 인천광역시가 주최하고, 인천관광공사와 메쎄이상이 주관하는 국내 유일의 치안 산업 전시회다. 국내의 우수한 치안 산업을 해외에 수출하여 “치안 한류”를 전파하기 위한 행사다.
행사장을 둘러보니 무인체계, VR, 탄소중립 같은 인기 있는 표어들이 여기저기서 보였다. 소총 조준사격 드론, VR 훈련 시스템, 수소전기 차량 등이 그 주인공이었다. 범죄 수사·감식, 교통 장비·시스템, 출입통제·보안, 사회안전·통합관제 같은 분야는 생소했지만, SNT모티브, 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산업 등 유명 방산업체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SNT모티브 부스에 각종 총기가 전시된 모습
SNT모티브와 다산기공은 각종 총기류를 전시하고 있었다. 경찰이 사용하는 장비에는 권총, 기관단총, 돌격소총, 산탄총, 저격소총처럼 치명적인 살상무기도 있지만, 비살상무기라고 불리는 장비들도 있다. 이를테면 물대포, 최루탄, 고무탄, 전자충격기 등이다.
보통의 살상무기처럼 오로지 사람을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 아니라, 인명과 사회 안전을 보호하는 도구라는 인식은 이들 치안 장비에 대한 문제의식을 희석시킨다. 그러나 물대포, 최루탄, 고무탄, 전자충격기 등의 치안 장비도 사용하기에 따라서 충분히 인권을 탄압하고 사람을 크게 다치게 하거나 심지어 죽게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준(準)살상무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국은 물대포, 차벽, 장갑차 등의 차량과 최루탄, 고무탄, 전자충격기 등의 장비를 수출하고 있다. 한국이 태국에 수출한 물대포는 태국의 민주화 시위를 진압하는 데 사용되었고, 인도네시아에 수출한 장갑차는 식민점령에 맞서 독립운동을 벌이는 웨스트파푸아 사람들을 진압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최루탄과 그 발사기이다. 최루탄은 시위 진압용 무기로 일시적으로 피부나 눈, 호흡기에 통증을 일으키는 용도이지만, 한국산 최루탄은 직격 발사나 과잉 사용 등으로 인해 바레인과 튀르키예, 스리랑카 등에서 총 수십 명이 넘는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일명 테이저건이라 불리는 총포형 전자충격기
지난 5년 동안 오만,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주로 중동과 동남아시아의 국내적으로 분쟁 중인 국가나 권위주의 국가로 최루탄이 500만 발 이상 수출되었다. 최루탄은 화약류·전략물자에 해당해 수출하려면 관할 시도경찰청과 방위사업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경찰청은 지난 5년 동안 단 한 번도 최루탄 수출를 불허한 적이 없다. 한편 방위사업청은 일부 경우에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이런 인권침해 무기들이 점점 더 무인화, 첨단화, 친환경화 되어 국제치안산업대전에서 “K-cop”, “치안 한류”의 이름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후원과 홍보 아래 세계 곳곳으로 팔려나간다. 작년에 열린 3회 행사에는 르완다, 러시아, 인도네시아, 중국, 태국 등 11개국에서 바이어 30개사가 초청받았고, 총 208건의 상담이 이루어졌으며 1,205억 원의 상담 실적을 올렸다(계약 추정액 약 371억 원).
이렇게 팔린 치안 장비들이 인권이 유린되는 독재 국가로 가면 어떻게 사용될까? “치안 한류”를 전파하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수출하는 무기의 총구가 해당 국가의 무고한 시민들을 향하지는 않을지 확인하는 정도의 책임은 다해야 하지 않을까?

원격으로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소총 조준사격 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