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타카코 (일본 무기 거래 반대 네트워크 NAJAT)
번역: 쥬 (전쟁없는세상)
일본의 헌법기념일인 5월 3일을 맞이하여 이 글을 씁니다. 우리 헌법 제9조는 전쟁을 일으키고 전쟁에 사용될 수 있는 군대를 유지할 수 있는 주권적 권리를 포기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임 아베 정권의 ‘적극적 평화’ 정책으로 인해 이러한 평화 원칙이 심각하게 훼손되었습니다.
2022년 12월 16일, 기시다 내각은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노력도 없이 세 가지 국가 안보 문건을 승인했습니다. 그 내용은 일본을 완전한 방어 위주의 안보 정책에서 벗어나게 하고 국방비를 두 배로 늘리는 것이었습니다.
이 문건에 따르면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가장 심각한” 국가 안보 환경에 직면해 있습니다. 총리는 일본에 대한 공격을 준비하는 적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는 것이 억지력으로서 필수 불가결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문건은 또한 향후 5년간 일본의 국방비를 3,130억 달러로 늘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GDP의 2%로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수준입니다.
적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적 미사일 사정거리 밖에서 발사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개발과 미국산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 획득이 필요하며, 무엇보다도 적극적인 사이버 방어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고 문건은 강조하고 있습니다.

DSEI 일본 2023 반대 행동 (사진: NAJAT)
그렇다면 일본 민간 기업은 방위산업 부문에서 어떤 성과를 거두고 있을까요? 대답은 ‘지지부진하다’입니다. 실제로 스미토모 중공업, 고마쓰, 시마즈 등 약 100개 기업이 지난 10년 동안 방위 사업부를 철수했습니다. 2020년에는 화학 회사인 다이셀이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파일럿 사출 시스템 사업부를 폐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듬해 스미토모 중공업은 생산 유지가 어렵고 기술자 양성이 어렵다는 이유로 기관총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방위성에 밝혔습니다. 많은 일본 기업들이 방위산업에 참여하면 일본 안팎의 고객으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여전히 갖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무기 수출과 관련하여 지난 9년 동안 성공 사례는 미쓰비시 전기가 2020년에 필리핀에 레이더를 판매한 단 한 건에 불과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집권 연립정당은 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법안은 군사 장비에 대한 이윤을 몇 퍼센트에서 최대 15퍼센트까지 인상할 것입니다. 또한 일본 정부는 자위대의 ‘필수 장비’ 제조업체로 승인된 기업에 원자재 및 예비 부품 공급망 강화, 사이버 보안 강화 등의 비용을 보조할 수 있도록 허용합니다. 또한 일본 정부가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기업으로부터 군수품 제조 시설을 인수하여 국유화하고, 해당 시설을 관리 및 운영할 별도의 회사를 위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될 것입니다.
2014년 아베 정부가 수십 년에 걸친 무기 수출 금지 조치를 종료한 이후, 일본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정기적으로 무기 박람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시민단체로서 무기 박람회가 국제 분쟁 해결 수단으로 무력 사용을 금지하는 일본 헌법을 위반하고 있으며, 전범과 핵무기 제조업체에게 아시아에서 사업 기회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도쿄 동쪽에 위치한 행정 구역인 지바현이 소유한 마쿠하리 멧세에서 일본 최대 규모의 무기 박람회 반대 운동을 볼 수 있습니다. 1994년부터 비핵 평화 지역으로 지정된 지바현은 이 행사를 거부할 수 있었습니다. 대신 지금까지 네 번의 무기 박람회를 개최했습니다. 시위의 주요 주최자는 ‘일본 안보법제 반대 어머니회 @지바’와 ‘일본 무기 거래 반대 네트워크(NAJAT)’입니다. 우리는 지바현 지사와 현의회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서명을 받고, 지사에게 엽서를 보내고, 관련 정부 부처에 무기 박람회를 후원하지 말 것을 호소하는 등의 직접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바현 지사는 지금까지 우리 세금으로 지은 전시장 사용과 관련해 시민들을 만나겠다는 약속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무기상인들에게, 당신은 일본의 평화헌법을 침해하고 있습니다. 나는 자랑스러운 일본인이며, 우리는 법에 의해 모두 평화주의자입니다. 일본의 평화헌법을 구해주세요. (사진: NAJAT)
올해 3월 15일부터 17일까지 열린 DSEI 일본 2023에는 지난 2019년보다 80% 증가한 65개국 292개 기업이 참가했습니다. 록히드 마틴, 레이시온, BAE 시스템즈, 엘빗 시스템즈, IAI와 같은 유명 업체들이 모두 참가했습니다. 이라크 북부 민간인 학살에 연루되어 일부 유럽 국가들이 무기 공급을 중단한 터키 기업들도 참가했습니다. 또한 일본 정부 기관과 함께 가와사키 C-2 군용 수송기를 아랍에미리트에 판매하려 애쓰고 있는 가와사키 중공업도 그곳에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아랍에미리트는 예멘에서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고 국토를 파괴하는 데 크게 개입되어 있습니다. 2019년에 우리는 라파엘의 한 딜러가 행사장에서 언론에 ‘우리 미사일을 사용하면 안전할 것입니다. 실전검증도 되었습니다.’라고 자랑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마이니치 신문은 올해 엘빗 시스템즈와 일본의 두 군수품 무역회사가 행사장에서 무기 거래상들이 샴페인 잔을 들고 있는 사진과 함께 양해각서를 교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의 활동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고, 국제적인 협력의 고무적인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2019년에는 약 400명, 2023년에는 약 300명이 건물 앞에서 다이–인, 인간 띠 잇기, 노래 부르기, 국내외 메시지 공유, 집회 등을 통해 평화적인 시위에 참여했습니다. 두 차례 모두 언론에 잘 보도되었습니다. 2019년에는 한국에서 다섯 명의 친구가 시위에 동참했습니다. 아직은 씨앗이 작지만, 앞으로 같은 생각을 가진 일본 밖의 단체와 사람들에게 다가가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무기 거래 반대 운동은 여전히 평화 운동 중심의 활동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기후 정의, 반핵, 빈곤 퇴치 등 다른 시민 운동과 협력하여 운동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1967년에 채택된 일본의 무기 수출 관련 3대 원칙은 공산주의 국가, 유엔 제재 대상 국가, 무력 분쟁 국가에 대한 무기 판매를 금지하는 것이었습니다. 1976년 평화를 촉구하는 대중 운동을 배경으로 이 원칙은 모든 무기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원칙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이 이야기의 중요한 점은 무기 수출 금지가 평화 헌법의 부산물이 아니라 일본 정부가 일본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만들어졌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목소리를 높여야 합니다.
작년에 승인된 세 개의 새로운 안보 전략 문건에서 미일 동맹 강화는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달성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로 계속 언급되고 있습니다. 저는 일본의 헌법기념일을 맞아 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염두에 두고 일본이 과거 아시아에서 저지른 잘못을 반성하며 아시아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 있는 행동을 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