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
팔레스타인은 제게 언제나 인권과 불평등의 문제였습니다. 수년 전 처음 팔레스타인에 갔을 때 저는 정착민 식민주의나 아파르트헤이트, 반유대주의, 시오니즘이 무엇인지 잘 몰랐습니다. 그러나 완전무장한 군인 수십명이 돌을 던진 10대 소년 한 명을 끌고가는 걸 보았습니다. 검문소 입구에 수십대의 안면인식 카메라와 자동발사되는 장총이 80대 팔레스타인 여성을 향해있는 광경을 보았습니다. 이것은 지속되어서는 안되는 상황임을 본능적으로 확신했습니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테러리즘’이라는 딱지가 붙을 때만 팔레스타인의 저항이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민중은 이스라엘의 점령에 대항하는 투쟁을 멈춘 적이 없습니다. 팔레스타인이 대영제국에 대항해 총파업으로 선보인 첫 보이콧은 이스라엘 건국 훨씬 이전인 1936년입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숱한 민중봉기와 평화적 귀환 행진을 비롯해 노동 쟁의 및 파업, 상인들의 상가 철시, 학생들의 동맹 휴업, 이스라엘 감옥에 투옥된 정치범들의 단식 투쟁, 국제 인권 및 사법 제도의 활용 등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쉬지 않고 저항을 이어왔습니다.
특히 2005년, 170여개 팔레스타인 시민사회, 정치단체가 공통의 목표 아래 정립한 비디에스BDS는 전세계가 동참하고 있는 비폭력 투쟁입니다. 보이콧, 투자철회, 경제제재의 앞글자를 딴 BDS운동은 이스라엘의 군사점령과 아파르트헤이트 체제의 종식, 이스라엘 건국 시 쫓겨난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귀환권 보장을 목표로 하는 전술이자 전략입니다.

2021년 12월 30일. 팔연대가 한국에서 처음 BDS 선언했던 기자회견 (사진제공: 팔레스타인평화연대)
국제사회는 198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서 싸우기 위해 남아공을 보이콧했고 성공했습니다. 보이콧은 전세계 개개인들이 나는 너희의 시스템에 결코 침묵하거나 순응하지 않을 것이라 선언하고 실천하는 중요한 압력입니다.
우리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에 직간접적으로 공모하고 있는 기업에게 이스라엘에서의 철수를 요구함으로서 이스라엘을 압박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학술대회, 음악공연, 영화제 등 이스라엘이 구축한 억압 구조를 가리고 정당화하는데 기여하는 기관을 보이콧할 수 있고, 군사점령지에서 생산한 이스라엘산 레몬이나 자몽, 점령지 내 사해소금으로 만든 화장품을 구매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교도소와 계약을 맞고 있는 사설보안업체나 팔레스타인인들의 가옥파괴와 불법정착촌 건설에 쓰이는 중장비 업체가 이스라엘에서 철수하도록 압박할 수 있습니다.
노르웨이 정부는 자국 국가 연기금 포트폴리오에서 이스라엘 무기제조 업체인 엘빗 시스템스를 제외했고,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대학교는 이스라엘의 벤구리온 대학교와 교류를 끊어냈습니다. 며칠 전 국내에서도 공연한 뮤지션 샘 스미스를 비롯해 두아 리파, 브라이언 이노, 핑크플로이드의 로저 워터스, 존 레전드 등은 이스라엘에서 공연하기를 거부했습니다. 한국의 경우, HD현대의 주황색 굴착기가 팔레스타인인들의 가옥파괴와 이스라엘의 불법정착촌 건설에 대거 사용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현대에게 이스라엘에서의 철수를 촉구함으로서 대표적인 한국 기업의 이름을 걸고 팔레스타인인의 가옥을 파괴하는 일을 멈출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무기제조 업체 엘빗 시스템스 보이콧 캠페인 (사진 출처:wafaangecy)
지금 이 순간에도 이스라엘은 미국으로부터 추가에 추가를 거듭하며 군사원조로만 140억 달러와 장갑차와 포탄, 미사일을 지원 받고있고,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은 230만 명이 넘는 인구에게 허락된 트럭 20대 분량의 인도적 지원을 겨우 받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모사드에 의해 살해당한 팔레스타인의 운동가이자 작가 가산 카나파니는, “팔레스타인의 대의는 팔레스타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 시대 착취당하고 억압받는 대중과 모든 혁명가의 대의”라고 말했습니다.
어제 본 한 이집트 활동가의 트윗에서 이 말의 뜻을 재해석 해봅니다. 그는 어제부로 이집트에서도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가 전면 금지되었다고 전하면서, 우리가 팔레스타인을 해방시키는 게 아니라 팔레스타인이 우리를 잠시나마 해방시켜주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팔레스타인인들은 우리에게 단지 시위의 자유를 준 것 뿐만 아니라, 이 세상의 부패함을 너무나 많이 폭로해주었다고 말합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우리를 오랫동안 종속시켜온 수백 년 된 이야기와 구조를 해체하기 위해 이렇게 함께 모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말입니다.
이제 우리 한국사회도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저항과 희생으로 드러난 오랜 불평등에 응답해야할 차례입니다. 자칫 복잡하거나 유구해보이는 이 투쟁에서 우리가 길을 잃지 않고 나아가는 방법은 오직 탈식민지화와 해방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전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시작 중 하나는 한국사회의 BDS 운동 동참입니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는 한국 내 BDS운동을 이끌며 팔레스타인 민중의 비폭력 투쟁에 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0월 23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집단학살을 규탄하는 긴급 집회 참가자들 (사진제공: Studi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