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에 쓰인 글이지만, 최근 격화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가자지구 전쟁, 그에 따른 각국의 군비 증강으로 군사 부문의 탄소 배출이 감소는커녕 오히려 증가하리라 예상되는 상황에서 여전히 적실하다고 판단하여 간추려 옮겼습니다.

저자: 웬델라 드 브리스(Wendela de Vries)
원문: “Locked-in Emissions: The Climate Change Arms Trade” (2021)

요약·번역: 쥬

무기 거래와 화석연료의 불가분한 관계

일반적으로 화석연료는 최근의 많은 전쟁과 군사 개입의 주요 원인이었다. 에너지는 서구 국가의 대량 소비 기반 경제에 필수적이다. 화석연료는 경제에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군사 행동의 전제 조건이며 폭탄과 탄약만큼이나 필수적이다. 에너지 없이는 군사적 우위를 점할 수 없으며, 화석연료가 그 주요 원천이다.

군사 인프라에서 에너지 자립을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기후 오염이 발생하는 군사 수송 및 기동 연료 공급원을 개선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렵다. 지속 가능한 추진 연료로의 전환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며, 따라서 군대는 계속해서 막대한 화석연료 소비자로 남게 될 것이다.

특별한 변화가 없다면 기존 군사 기술의 긴 수명 주기와 증가하는 군사비로 인한 화석연료의 락인(lock-in) 효과(소비자들이 한 제품이나 서비스에 ‘묶여’ 다른 곳으로 옮기기 힘든 현상)로 인해 연료 자원 및 공급선 통제는 앞으로도 서방 군대의 최우선 순위로 남을 것이다. 특히 중동은 화석연료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기 위한 투쟁으로 높은 대가를 치르고 있다. 예를 들어, 2003년 미국과 동맹국들이 이라크를 침공한 명분은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미국 정보기관의 주장이었지만, 사실 이라크 전쟁은 석유 때문에 벌어진 전쟁이었다.

중동의 동맹국들은 서방의 연료 공급을 확보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무기 수출은 외교 정책의 도구로 사용되며, 각국은 무기를 이전함으로써 수령국의 군사 능력을 향상시키려고 한다. 지역 통제의 일종의 ‘아웃소싱’을 통해 동맹국은 무기를 포함한 군사 장비와 훈련을 제공받는다. 화석연료를 통제하려는 목표는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과 같은 전략적 요충지에 위치한 국가에 무기 이전으로 이어진다. 중동으로의 무기 수입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전 세계 무기 수입의 35%를 차지했다. 이러한 무기의 대부분은 중동 화석연료의 주요 구매국이기도 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제공한다. 석유 의존 국가는 석유 부국에 더 많은 무기를 수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해당 국가의 안정을 보장하고 유가 상승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제하에 이루어진다.

무기 산업의 주요 고객 중 상당수는 권위주의 정권이거나 내부 인권 침해를 저지른 국가이다. 유엔 무기거래조약을 비롯해 무기 거래를 통제하기 위한 조약과 정책에는 인권이 침해되거나 전쟁에 연루된 국가에 무기가 이전되지 못하도록 하는 기준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은 의도적으로 모호한 용어로 만들어졌으며, 특히 군사적, 경제적 이익이 평화와 인권을 무시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분쟁에도 불구하고 최우선 순위인 석유

기후 재앙에 직면한 세계에서는 국방 기관이 화석연료에 덜 집중할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군대는 화석연료 소비와 배출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기후 위험을 안보 평가에 통합함으로써 기후변화에 적응하고 있다. 폭염으로 인해 병력 준비태세에 차질이 생길 수 있고, 극심한 기온으로 인해 무기 체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해군 기지는 수면 상승과 극심한 기상 조건 같은 영향에 취약할 수 있다. 하지만 군대는 재생 가능한 대안에 투자하는 대신 인프라, 장비, 무기를 극한 기상 조건에 적응시키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기후변화의 결과는 분쟁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자원 감소와 부족, 가뭄, 홍수, 기상이변은 긴장을 고조시키고 다른 선동적 요인을 더해 폭력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지금까지 기후변화는 무력 분쟁의 주요 원인은 아니었지만, 전문가들은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고 기후변화가 계속된다면 기후변화가 무력 분쟁의 주요 원인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기후변화의 희생자, 즉 이주를 강요당하는 빈곤층, 취약 계층, 소외 계층에 대해 서방 국가들은 냉혹한 응대를 준비하고 있다. 난민과 이주민의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국경을 군사화하고 이주민과 난민을 안보 위협으로 묘사하여 이러한 군사화를 정당화하고 있다. 하지만 무기 및 보안 산업에 있어 이는 사업 기회를 제공한다. 에어버스, 탈레스, 레오나르도, 록히드 마틴, 제너럴 다이내믹스, 노스롭 그루먼, L3 테크놀로지스와 같은 대형 무기 회사들이 이 시장에서 가장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

 

탄소 배출량 추정 및 축소

1997년 교토 의정서에 따라 군대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에서 제외되었다. 이제 2015년 파리 기후 협정에 따라 서명국은 군사 탄소 배출량을 감축 목표에 포함할지 여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시민사회 단체와 기후운동가들은 이 정책에 대해 점점 더 많은 비판을 하고 있다. 스코프 1 배출량(직접 배출)과 스코프 2 배출량(군사 인프라에서 발생하는 간접 배출) 모두 보고 또는 감축 의무가 없다. 보다 완전한 군사 배출량 계산을 위해서는 스코프 3 배출량(군사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간접 배출)을 포함해야 한다.

파리 협정에 따른 감축 및 보고 의무가 없기 때문에 군 탄소 배출량의 전체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연구자들은 다른 출처를 근거로 수치를 추론해 왔다. 미국 국방부의 에너지 소비량을 기준으로 2001~2018년 미군은 126만 7천tCO2e을 배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배출량 중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이라크, 시리아 등 주요 전쟁 지역을 포함한 전쟁 관련 배출량은 440tCO2e 이상으로 추정된다. 미군은 군사 작전을 통해 스웨덴이나 포르투갈과 같은 선진국 전체보다 더 많은 지구 온난화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경우, 2019년 회원국의 군사비 지출로 인한 탄소 발자국은 약 2,480만 tCO2e이며, 무기 산업에 의한 무기 생산은 170~230만 tCO2e에 달한다.

진정한 과제는 인프라 배출량보다 훨씬 더 많은 선박, 항공기, 전투 차량에서 발생하는 스코프 1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다. 화석 기반 추진 연료를 지속 가능한 대안으로 대체하는 것은 아직까지 시작되지 않았다. 현대 서방 군대의 수송 및 기동은 에너지 소비의 약 70%를 차지하며, 대부분은 제트 및 디젤 연료의 형태로 소비된다. 육군과 해군의 사용량도 상당하지만, 공군은 모든 군대 중에서 석유 제트 연료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군대이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인프라에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도입하여 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비교적 쉽고 이미 진행 중이다. 군사 기지와 시설의 에너지 자립은 인명을 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프가니스탄에서 군부대에 연료를 공급하는 연료 수송대는 파키스탄 산악지대를 통과하는 수천 킬로미터 길이의 도로를 따라 공격을 받았다. 무기 산업에서는 기존 발전기를 대체할 모바일 친환경 전력 제품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재생 에너지는 막사의 냉난방이나 소형 전기 자동차의 전원 공급과 같은 소소한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

화석연료 대신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을 사용하면 화석연료 소비가 군 예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재정적으로도 상당한 이점이 있다. 군사 인프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전략적 및 재정적 목적으로 재생 가능 에너지 또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는 거의 당연한 부산물이 되고 있다.

 

느린 기술 개발

항공기 제조업체들은 탄소 배출이 거의 없거나 심지어 제로인 비행기를 개발하기 직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바이오연료와 화석 기반 연료를 혼합하는 등의 옵션이 시험되고 있음에도 이는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바이오연료의 대규모 사용은 지속 가능하다고 할 수 없다. 바이오연료 작물을 생산하면 식량 생산과 수자원 및 토지 자원을 놓고 경쟁하게 되며, 특히 개발도상국의 경우 식량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또한 수익성 있는 바이오연료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토지를 빼앗고 나무를 벌채하면 사람들이 살던 땅에서 쫓겨나 생계 수단이 파괴된다. 게다가 산림을 단일 작물 재배지로 대체하면 생물 다양성이 악화된다.

영국 국방부는 곧 F-35 및 타이푼 전투기를 포함하여 영국 공군에 지속 가능한 항공 연료(SAF)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화석연료 없는 공군에 대한 낙관적인 홍보는 파리협정 목표에 부합하는 녹색 군대가 실현된 가능성은 낮다는 불가피하지만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는 결론을 도출하는 대신 잘못된 ‘녹색’ 인식을 만들어내 대중을 오도하는 그린워싱 냄새가 난다.

무기 개발이 첫 설계에서 최종 제품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화석연료 기반 군사 시스템의 종말은 아직 멀었다. 군대는 화석연료 기술에 묶여 있다. 현재 개발 및 시운전 중인 모든 새로운 화석연료 기반 무기 체계는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사용되어 미래의 군사 배출에 기여할 것이다. 나토는 2021년 정상회의 성명서를 통해 “인원의 안전, 작전 효율성, 억제 및 방어 태세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군사 활동과 시설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줄이기로” 합의했다. 나토는 효과성, 억지력, 방어력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타당성 평가를 요구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은 우선순위가 아니다.

민간 부문에서는 에어버스 같은 항공기 제작사가 2035년경에 무공해 수소 비행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자랑하고 있다. 롤스로이스는 2050년까지 순 제로 배출을 약속했다. 초음속 전투기나 항공모함을 대체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민간 수송용 무공해 비행기를 개발하는 데도 수십 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지구의 기온 상승을 섭씨 1.5도 이내로 유지하려면 2050년은 너무 늦다.

 

새로운 안보를 향해

기후변화에 심각한 기여를 하고 있는 군대에 배출량 감축 목표를 부여해야 할 때이다. 분쟁과 환경 관측소(CEOBS) 등 시민사회 단체에서 이러한 목표를 지지하는 여러 요구가 있다. 그러나 지속 가능한 연료 대안이 부족한 상황에서 군사 배출량을 줄이려면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훈련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시뮬레이션 환경을 더 많이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사람이 탑승한 기체보다 가볍고 배출량이 적은 드론(무인기)과 같은 연료 효율이 높은 시스템으로 전환함으로써 배출량을 일부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기존 항공기에 드론을 추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전투기를 드론으로 대체하는 경우에만 의미가 있다. 또한 드론의 사용은 유인 군사 작전을 전개하는 데 드는 정치적 비용을 제거함으로써 폭력의 문턱을 낮출 가능성을 포함하여 아직 해결되지 않은 많은 윤리적 문제를 제기한다.

현실적으로 군의 탄소 배출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군대 규모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최근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결정과 같은 대규모 해외 작전 축소는 탄소 배출량 감소를 기대하게 한다. 반면에 2020년 나토 회원국의 군사비 지출이 2.7% 증가하는 등 국방 예산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탄소 배출량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더 많은 군사 예산은 무기 산업계의 열렬한 환영과 로비를 받지만, 지구의 미래에는 재앙이며 국제적 긴장 고조, 폭력 증가, 기후위기 악화의 길로 우리를 이끌 것이다.

군대 축소의 핵심은 군사적 긴장을 줄이는 것이다. 각국 정부는 새로운 저탄소 전쟁 방법을 찾기보다 외교, 국제 군축 조약, 불공정한 부의 분배와 같은 분쟁의 근본 원인 해결, 그리고 더 이상의 기후 불안정을 막기 위한 경제 전반의 탄소 배출량 감축과 같은 조치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이상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이러한 조치는 전 세계적인 팬데믹과 기후변화가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는 세계에서 군사적, 경제적 경쟁을 강화하는 것보다 더 현실적이며, 이 두 가지 문제는 각국이 협력해야만 해결할 수 있다. 우리는 안보를 위해 노력하는 방식을 경쟁에서 협력으로 하루 빨리 바꿔야 한다. 거리에서 시위를 벌이는 젊은이들이 필사적으로 외치는 것처럼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웬델라 드 브리스는 자신이 공동 설립자로 있는 독립 평화단체 스톱바퍼한덜(Stop Wapenhandel, 무기 거래를 멈춰라)에서 무기 거래와 무기 산업에 반대하는 오랜 연구자이자 운동가이다. 무기거래반대유럽네트워크의 운영위원회에 속해 있으며 무기와 군사주의, 기후정의에 관한 국제 실무 그룹을 조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