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민(사회주의를 향한 전진 활동가)

 

전쟁없는세상 주: 작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자행되는 이스라엘의 대량학살에 저항하는 전 세계 노동자들의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글은 양동민 님이 체제전환운동 포럼에서 발표한 ‘오늘날 제국주의와 진영론에 맞선 반제반전평화운동’을 수정한 글입니다.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전 세계 노동자들의  평화운동

10월 7일 이후 전 세계에서 이스라엘의 대량학살에 맞선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1월 중순 이후에도 국제사법재판소가 있는 네덜란드 헤이그로테르담, 미국 뉴욕, 이탈리아 밀라노, 독일 베를린을 포함한 여러 도시, 이탈리아 로마, 그리스 아테네, 프랑스 마르세유, 뉴질랜드, 캐나다 오타와, 요르단 암만, 바레인 등 세계 곳곳에서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끝내라는 거리시위가 벌어졌다.

거리시위만이 아니다. 2023년 10월 16일 팔레스타인의 노동자들이 긴급요청을 보낸 이후, 이에 응답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노동자들이 파업과 봉쇄 행동, 집회 등 행동에 나서고 있다.

12월까지의 주요한 캠페인들을 보면, 스페인에서는 14개 노조와 200개 시민사회단체가 정부에 이스라엘과의 무기 거래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바르셀로나의 항만노동자들, 유럽 항만노동자 협의회(EDC)와 연계된 항만노동자들도 무기운반을 중단했다. 벨기에에선 운송노조가 조합원들에게 무기를 항공기로 운송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탈리아의 항만노동자들은 이스라엘 운송회사 Zim의 선박화물 이동을 봉쇄했다. 영국에서는 노동자들이 BAE 시스템즈 공장 입구를 막았고, 카탈루냐 노동자들은 백린탄 생산에 연계된 ICL-Iberia에 항의했다. 캐나다에서는 노동자와 지역사회 활동가들이 해밀턴, 토론토, 몬트리올, 오타와의 무기공장 4곳을 폐쇄했다. 인도에선 12개 노조 연맹이 팔레스타인 연대 선언과 함께, 이스라엘이 노동 허가를 취소한 팔레스타인 노동자들을 대체하기 위해 10만 명의 건설 노동자를 파견하는 협상에 강력히 반대했다. 영국 의료노동자들은 AI군사기술로 이스라엘과 공모하는 팔란티어(Palatir) 기업의 NHS 투자를 중단시킬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1월 이후에도 연대행동은 계속 이어졌다. 1월 8일에 호주 브리즈번의 노동자들은 이스라엘 공습에 사용되는 F-35 전투기의 부품사를 폐쇄하는 투쟁을 전개했다. 1월 20일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산타바바라 캠퍼스의 여성공학자들은 이스라엘 군대를 위한 레이저와 미사일 시스템을 생산하는 군수회사와의 파트너십을 종료시켰다. 같은 날 스페인에서는 91개 도시에서 정부의 대이스라엘 무기거래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였다. 1월 21일 호주 멜버른에선 4천 명의 시위대가 이스라엘 선박의 하역을 저지하기 위한 봉쇄시위를 벌였다. 1월 22일 캐나다 교사노동자들은 연기금이 이스라엘 전쟁범죄에 투자되지 못하도록 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1월 26일 미국 포드 시카고 조립공장 4600명의 노동자들은 이스라엘에게 즉각휴전과 강제점령 종식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2월 18일에는 11개 항만의 노동자를 대표하는 인도 수상운송노동자연맹(WTWFI)[1]이 이스라엘로 향하는 무기 취급을 거부하고 즉각휴전을 요구했다.

 

11월 10일, 이탈리아 제노아 항만노동자 시위사진 (사진: USB)

11월 10일, 이탈리아 제노아 항만노동자 시위사진 (사진: USB)

 

11월 10일, 영국 BAE 시스템즈 앞 항의시위 (사진: workers in palestine X 계정)

11월 10일, 영국 BAE 시스템즈 앞 항의시위 (사진: workers in palestine X 계정)

 

11월 10일, 캐나다 토론토, 해밀턴, 오타와, 몬트리올 무기공장 봉쇄 투쟁 (사진: world beyond war X 계정)

11월 10일, 캐나다 토론토, 해밀턴, 오타와, 몬트리올 무기공장 봉쇄 투쟁 (사진: world beyond war X 계정)

 

1월 8일, 호주 브리즈번, F-35 전투기 부품사 페라 엔지니어링 폐쇄 투쟁 (사진: Workers in palestine X 계정)

1월 8일, 호주 브리즈번, F-35 전투기 부품사 페라 엔지니어링 폐쇄 투쟁 (사진: Workers in palestine X 계정)

 

이러한 연대행동들은 최근 실제 이스라엘 무기공급에 다양한 형태로 타격을 주고있다. 2월 5일 일본기업 ‘이토츄(Itochu)’는 1월 26일 이스라엘에 대량학살 방지를 요청한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을 고려해 2월 말로 이스라엘 군사기업 ‘엘빗시스템즈’와의 파트너십을 중단할 것이라 발표했다. 2월 7일 벨기에에서는 한 지방정부가 이스라엘의 무기수출 허가 2건을 중단시켰다.

특히 미국에서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바이든 정부를 지지했고, 노사협조주의적이던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전투적 재편과 함께, 다양한 수준에서 평조합원들의 팔레스타인 연대행동이 벌어지며 지도부에게 압력을 행사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12월 1일, UAW는 휴전을 공식적으로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미국에서 휴전을 요구한 가장 큰 노동조합이 됐다. 나아가 집행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역사, 이스라엘과 노동조합의 경제적 관계를 연구하고, 미국 노동자들이 전쟁에서 평화로 정의로운 전환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투자 철회 및 정의로운 전환 실무 그룹’을 구성할 것을 결의했다. 또 현장활동가들로 구성된 UAWD라는 현장조직은 이스라엘의 학살을 반대하고 팔레스타인과 연대해야할 이유를 조합원들에게 교육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UAWD는 팔레스타인 해방과 BDS(*팔레스타인 억압에 대한 연루를 없애기 위한 비폭력 운동)를 조직적으로 지지하고, BDS를 UAW의 공식 입장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을 결의한다.

또한 UAWD는 UAW 조합원과 지도부들을 위한 철저한 대중 교육 활동을 조직할 것이다. 이는 BDS, 팔레스타인 해방, UAW의 반-아파르트헤이트 활동의 역사, UAW 집행부의 공모에 대한 아랍 및 흑인 노동자들의 오랜 저항의 역사를 다루는 하나 이상의 교육 행사가 포함되어야한다.

교육 행사 및 기타 조직화를 위한 홍보를 통해 UAWD는 제조업 노동자, 특히 영향을 받는 무기 제조업체 노동자들의 이해관계(interest)을 분석하여 작업 현장에서 BDS와 팔레스타인 해방을 중심으로 조직을 확대할 것을 결의한다.

UAWD는 ‘투자철회 및 정의로운 전환 실무그룹 설립’을 위한 UAW의 선언을 지지하며, UAW 지도부가 ‘팔레스타인 노동자와의 연대 구축을 위해 노력하는 노동자들을 포함한 일반 조합원들’을 실무그룹에 초대할 것을 촉구한다.

 

이는 아랍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이스라엘을 후원해온 UAW의 오랜 역사에 비춰볼 때 큰 변화였다. 허나 UAW 지도부가 이전에 비해 전투적으로 재편된 것은 사실이나, 동시에 지난 1월 25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대량학살을 지원중인 바이든의 재선을 지지하는 모순과 한계를 드러냈다. 이에 ‘UAW labor for palestine’(팔레스타인을 위한 UAW 노동자들) 소속 조합원들이 UAW 행사에서 바이든이 연설할 때 항의행동을 하다 쫒겨나는 일도 벌어졌다. 평조합원들은 UAW지도부의 바이든 지지선언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노동조합의 민주적, 전투적 재편의 과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1월 25일, UAW의 바이든 지지에 항의하다 끌려나오는 조합원들 (사진: UAW Labor for palestine X계정)

1월 25일, UAW의 바이든 지지에 항의하다 끌려나오는 조합원들 (사진: UAW Labor for palestine X계정)

 

한국 노동자들의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

한편 한국에서 팔레스타인을 향한 노동조합의 연대활동은 어떤 상황일까? 민주노총은 2023년 11월 8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집단학살을 멈추고 즉각 휴전을 수용하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2024년 1월 7일 금속노조 위원장이 팔레스타인 긴급행동 집회에 참여해 “현장에서부터 실천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또 작년 12월 1일 출판노조에서는 팔레스타인 연대 성명서를 발표하여, “이스라엘의 지원을 받거나 이스라엘 기관과 연루된 책을 만들지 않겠다” “책을 통해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식민, 제국주의의 피해를 알리고 평등과 평화에 대한 의식을 고취하겠다” 등 구체적인 결의를 밝혔다. 1월 7일에 언론노조 조합원으로서 한국의 편향적인 언론보도의 문제에 대해 지적한 노동자도 있었다.

 

11월 13일, 현대건설기계 앞에서 “이스라엘 전쟁범죄에 사용되는 굴착기 수출을 중단하라”는 시위를 벌였다. (사진: 스튜디오 알)

11월 13일, 현대건설기계 앞에서 “이스라엘 전쟁범죄에 사용되는 굴착기 수출을 중단하라”는 시위를 벌였다. (사진: 스튜디오 알)

 

울산에서는 지난 11월 13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을 비롯해 여러 지역활동가들이 함께 팔레스타인평화연대를 초청해 강연회를 개최했다. 또 강연회 당일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와 함께 이스라엘 굴착기 수출로 전쟁범죄에 공모하고 있는 현대건설기계 앞에서 선전전을 벌였다. 이후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지역 노동, 사회단체들이 합세하여 울산에서는 2주마다 울산 시내 중심가에서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선전전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한편 세종호텔 해고노동자들도 지난 1월 18일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투쟁문화제를 진행했다. 투쟁문화제에 참여한 고진수 지부장은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향한 운동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다가올 동아시아 전쟁위기 앞에서도 노동자들은 무력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 지적했다. 이청우 세종호텔 공동집행위원장은 “아직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노동자들의 실천이 부족한 것 같다. 하지만 오늘부터 우리가, 함께 그 운동을 조직해나가자”고 결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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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활동은 매우 고무적이고 소중한 한걸음이다. 하지만 아직 민주노총이나 각 산별노조의 주요한 공식 사업으로서 힘을 동원하는 팔레스타인 연대행동은 조직되지 않고 있다. Labour for Palestine이라는 캐나다 노동단체 활동가는, “노동자 대 노동자 연대: 이스라엘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서 싸우는 노조의 역할”이라는 웨비나 행사에서 “북미 지역에서 노동자운동은 이제 성명 발표를 넘어 성명을 실제 행동으로 조직해야한다”라고 현재의 과제를 밝혔다. 이와 비교한다면 아직 한국은 팔레스타인의 상황과 이스라엘 강제점령의 역사도 노동자들에게 많이 알려져있지 않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 강제점령의 역사, 노동자들이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해 나서야 하는 이유, 오늘날 전세계 노동자들의 연대투쟁 등에 대한 각 단위노조의 간담회와 교육에서부터 시작해, 조합원들의 동의에 기반한 성명서와 작은 캠페인부터 시작해야하는 상황이다.

사실 전세계 모든 노동자들에게 국제연대를 실천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단지 노동조합을 지키고, 임금과 고용을 지키는 것조차 자본가들과 치열한 싸움을 필요로 하는데, 얼핏 내 문제와 상관없는 것처럼 보이는 문제로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그렇기에, 지속적이고 목적의식적으로 국제연대의 필요성을 노동자들과 이야기하고 조직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도 쉬운 지름길은 없어보였지만, 고무적인 변화가 감자처럼 땅에서 갑자기 생긴게 아니라, 활동가들이 최대한 많은 노동자들에게, 최대한 정기적으로, 직접적으로 말을 건넬지를 고민하고 노력했던 결과라는 점은 분명해보인다.

 

주목할 만한 사례

특히 주목한 한가지 사례는 항만노동자들과의 연대를 조직했던 미국 ‘Block The Boat’(BTB)(“배를 막아라”) 운동의 사례이다. BTB는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해운회사인 Zim의 화물운송을 막는 캠페인 운동이다. 지금껏 미국, 호주, 캐나다, 스웨덴, 이탈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벨기에, 튀니지 등 여러 국가의 부두 노동자들이 이스라엘 선박과 화물의 선적 및 이스라엘로의 무기 수송을 거부하는 행동을 해왔다. 각 나라의 무기수송 거부 운동의 과정에 대해 더 많은 조사와 연구가 필요할 것인데, 필자가 제일 먼저 알고 주목했던 사례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둔 아랍 자원 및 조직화 센터의 주도 아래 2014년과 2021년에 주되게 펼쳐졌던 Block the Boat 운동이었다.

 

2023년 11월 3일, 시위대가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항에서 ‘케이프 오를랜도’ 화물선 출항을 지연시켰다. (사진: AROC #FreePalestine X 계정)

2023년 11월 3일, 시위대가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항에서 ‘케이프 오를랜도’ 화물선 출항을 지연시켰다. (사진: AROC #FreePalestine X 계정)

 

2014년에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 항구에서 시작된 BTB 운동은 그 이전 남아공과 스웨덴에서 벌어졌던 연대운동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2008~09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공격하던 당시, BDS운동은 항만노동자들에게 이스라엘 선박의 취급을 자제할 것을 호소했고, 이 호소에 응답해 2009년 남아공 더반 지역에서 SATAWU(South African Transport and Allied Workers Union)노동조합이 세계 최초로 이스라엘 선박의 하역을 거부했다. 이어 2010년에도 스웨덴 항만노동조합이 가자봉쇄 해제를 요구하며 이스라엘을 오가는 500톤 이상의 수출입 물품을 봉쇄했다. 이런 행동에 영감을 받아 미국 오클랜드 항구에서도 2014년에 BTB 캠페인을 시작하였다.

BTB 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선, 항만노동자들과의 협력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게 필수적이었다. 이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Block the Boat 운동의 조직가들은 2014년에 몇 달 동안 서부항만노조(ILWU)가 운영하는 직업소개소(교대근무를 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수시로 들락날락하는 공간)에 교대근무가 이뤄지는 오전 6시와 오후 4시 때마다 매일 찾아가 유인물을 뿌리며 많은 노동자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물론 항만노동자들과 팔레스타인 국제연대의 대의에 공감하게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었다. 더군다나 전세계 경제에서 항만산업이 가지는 전략적 위치로 인해 미국 항만노조가 가지고 있는 ‘노동귀족’(labor aristocracy)적 성격 등은 더욱 어려운 요인이었다.

2014년 BTB 운동의 조직가였던 Chmaine Chua는 위에 언급한 같은 웨비나에서, 항만노동자들과 관계를 맺는 작업이 다년 간의 끈질긴 헌신을 필요로 하며, 상호적인 연대관계를 구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녀의 말을 직접 옮겨보려 한다.

 

그리고 많은 노동조합이, 언제나 연대행동을 하는 전통을 가진 것도 아닙니다. (우리의) 활동 중 일부는, 사람들에게 팔레스타인과 노동자 국제연대를 실천한다는 것이 무엇이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더디게 진행되는 정치적 교육이었습니다. …
접촉(outreach)을 하기 위해, 우리는 항만노동자들과의 존재했던 관계망을 최대한 깊이 빨아들였습니다. 2014년에 제가 LA에서 (BTB운동에) 관여할 때 몇 달동안 직업소개소에서 유인물을 뿌렸구요. 우리는 오전 6시와 오후 4시, 교대시간 때마다 직업소개소로 달려가서 유인물을 뿌리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려 시도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정말 어려웠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항만노동자들은 실제로, 매우 시오니즘적이거나, 국수주의적(nationalist) 담론을 채택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이 피켓팅 활동을 지지하는 건 실제로 해상운송의 흐름을 중단시키는 것이고, 이는 ‘국민경제(national economy)’에 피해를 줄 것이니까요. 이는 단연컨대 가장 흔한 반응이었습니다. “그래, 팔레스타인 노동자들과 함께하겠습니다. 여러분과 함께할게요”라고 반응한 사람은 극소수였습니다.

이 모든 작업들은 매우 더디고, 의식적인 접촉작업을 필요로 합니다. 우리는 최대한 많은 노동자들에게, 최대한 정기적으로, 어떻게, 어디에서 직접적으로 말을 건넬지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 ‘뉴욕 레이버 포 팔레스타인(Labor for Palestine)’에 속한 대부분의 노동조합 활동가들은 (항만노동자들과) ‘교류’(outreach)하기위한 활동에 헌신적이었습니다. 국제선원협회(ILA)[2]는 (항만노동자들이 교대를 위해 모이는) 직업소개소가 없었기 때문에, 이들은 이 교류작업을 위해 노동자들이 자주 가는 클럽, 식당을 찾아가고 항구에도 직접 찾아갔습니다. 즉 이런 (방법들을) 찾기위해 창의성을 발휘한 것이죠.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많은 시간을 헌신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수많은 활동가들의 헌신적 노력의 결과로, 2014년에 오클랜드 항구에서는 성공적인 BTB 캠페인을 전개했다. 그 결과 2021년까지 ZIM 선박이 오클랜드 항구에 정박하지 못하도록 만들 수 있었다. 이후 2021년에 ZIM 선박이 다시 돌아왔을 때에도 BTB 캠페인을 재차 전개했다.[3] 이런 꾸준한 국제연대의 조직 경험이 쌓여 2023년 10월 7일 이후에도 미국, 호주, 캐나다, 스웨덴, 이탈리아, 남아공, 벨기에, 튀니지 항만노동자들이 이스라엘로의 무기운송을 거부하는 행동에 나설 수 있었으며, 전미자동차노조(UAW), 전미교사연맹(AFT)[4], 노동총동맹-산별노조회의(AFL-CIO) 등이 휴전요구에 동참하게 하는 등[5] 관료적이고 친-이스라엘적이던 노동조합들을 재편하는 내부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UAW가 ‘UAW와 이스라엘의 공모관계’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것처럼, 한국에서도 이스라엘과의 무기거래와 한국 제조업 간의 연관성에 대한 더 많은 조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고, 이를 바탕으로 특정 산업 또는 특정 기업을 타겟으로 한 운동의 전략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미 HD현대건설기계가 굴착기 수출로 이스라엘의 정착촌 확대 범죄에 가담하고 있다는 점이 이미 사회운동의 오랜 캠페인을 통해 폭로되었다. 이탈리아 제노아 항구, 벨기에 운송노조 등이 대이스라엘 무기선적을 거부하고 투쟁하고 있듯이, 현대계열사와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비롯해 금속노조를 중심으로 HD현대건설기계의 대이스라엘 거래행위에 맞선 캠페인을 조직하는 것은 이스라엘에게 직접적인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의 제조업 전반이 수직계열화를 통해 현대계열사와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다는 점은 금속노조 조합원들을 만나고 교육하는데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2024년 1월 23일, 현대굴착기가 헤브론 남부 라세이페르 마을을 부수고 있다. (사진: youth of sumud 인스타그램)

2024년 1월 23일, 현대굴착기가 헤브론 남부 라세이페르 마을을 부수고 있다. (사진: youth of sumud 인스타그램)

 

한화오션 등 방산업체 노동자들은 군수물자 생산을 거부할 수 있고, 운송노동자들은 한국에서 생산된 물자가 세계 여러 전쟁지역으로 운송돼 전쟁용 무기로 사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 밖에도 모든 산업의 노동조합은 국제연대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결의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창조적인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모든 산업 부문에서 반전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노동자의 파업과 행동은 한국경제에 타격을 미칠 것이고, 사회적으로 논쟁을 촉발할 것이며, 더 큰 파업과 더 광범위한 시위로 이어질 강력한 계기점을 형성할 수 있다.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이스라엘의 집단학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기후재난과 이에 대처하는 자본가들의 무책임함, 여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억압의 심화, 급증하는 동아시아 전쟁위기는 모두 연결되어있다. 이는 자본주의 체제가 자신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다시 익숙한 옛 방식인 야만의 시대를 호출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금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이 모든 야만에 맞선 노동자들의 대중적인 정치투쟁을 조직하는 일이다.

오늘날 한국의 노동조합 운동을 생각하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과연 변화가 있을지 막막함부터 밀려오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노동귀족’이자 노사협조주의의 대표주자였던 미국 UAW가 전투적인 지도부로 재편되고, 오랜 신자유주의 지배의 상징인 이중임금제 폐지에 이어 이번 성명을 통해 ‘전쟁산업에서 평화산업으로의 전환’을 언급하게 된 사례는 노동조합의 정치적, 전투적 재편이 가능하다는 것을 동시대에 보여주고 있다.[6]

비록 돌멩이로 철로 된 성문을 두드리는 것처럼 느껴질지라도, 끈질기고 목적의식적으로 제조업과 운송, 공공부문 등 전략적 중요성을 가진 한국의 노동자들과 대화하고 반전평화운동의 대의로 설득하는 일을 지속하자. 또 작더라도 소중한 노동조합의 국제연대 사례를 만들고, 그 힘이 더 많은 노동자들을 변화시키는 모멘텀이 되게 하자.

 

각주

[1]  The Water Transport Workers Federation of India

[2] 미국 동부의 항만노동조합이다.

[3] 2021년에 ZIM이 다시 정박을 시도하려 하자 ILWU local 10을 비롯한 지역사회 활동가들은 2021년 6월 4일 금요일, 다시 한 번 ZIM 선박의 정박을 막았다.

[4] UAW는 12월 2일, 전미교사연맹은 1월 30일 휴전 요구에 동참했다.

[5] 전미교사연맹과 노동총동맹-산별노조회의의 성명은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고 하마스 규탄을 명시적으로 밝히는 등 여전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대등하지 않은 관계에 대한 불충분한 인식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명백한 모순과 한계를 가진다. 그럼에도 이들이 즉각적 휴전을 요구하도록 만든 것은 아래로부터의 압력이 만들어낸 변화이다.

[6] UAW 지도부가 이전에 비해 전투적으로 재편된 것은 사실이나, 최근 바이든의 재선을 지지하는 배신적 행보를 보였다. 지난 1월 25일 ‘UAW labor for palestine’(팔레스타인을 위한 UAW 노동자들) 소속 조합원들이 UAW 행사에서 바이든이 연설할 때 항의행동을 하다 쫒겨나는 일도 벌어졌다. 노동조합의 민주적, 전투적 재편의 과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