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1. 스리랑카 최루탄 수출에 대한 한국 정부의 판단은?
전쟁없는세상 활동을 하며 처음 정보공개청구를 한 것은 2022년 7월이었다.
그해 3월부터 스리랑카에서 극심한 경제난으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지속되고 있었다. 스리랑카 당국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경찰뿐 아니라 군 병력까지 동원해 시위를 진압했고, 시위대에서 사망자와 부상자가 다수 발생했다. 특히 과도한 최루탄 사용이 문제가 되었고, 7월 13일에는 최루탄 사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나오기도 했다.
이 최루탄은 한국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국내 최루탄 생산 업체 대광화공과 씨앤오테크는 2017년부터 최루탄 2만 발 이상을 스리랑카로 수출했다. 한국은 1999년 이래로 최루탄 사용을 중단했으나, 생산과 수출은 계속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최근 5년간 한국산 최루탄 5백만 발 이상이 대부분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의 인권침해가 빈번한 국가들로 수출되었다.
그래서 8월 3일 17개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한국산 최루탄 스리랑카 수출 금지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를 준비하면서 정보공개포털에서 방위사업청의 정보목록 중 “군용전략물자 수출가능여부(스리랑카, 최루탄) 검토의견 요청에 대한 회신”을 발견했다. 이 문서가 생성된 날짜는 2022년 4월 14일로 이미 스리랑카에서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고 폭력 진압 문제가 불거진 뒤였다.
그 시점에서 추가로 최루탄이 수출된다면 인권침해에 사용될 것이 뻔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방위사업청이 이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알기 위해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결과는 비공개로 근거는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인정되는 정보”라는 것이었다. 이의신청을 해봤지만 같은 이유로 기각되었다.
그렇게 나의 첫 번째 정보공개청구는 한국의 무기 수출 통제체제가 불투명하다는 것만 재확인하고 아무 수확 없이 끝났다.

스리랑카 시위 현장에서 발견된 한국산 최루탄
2. 확산탄 생산을 둘러싼 방위사업청의 거짓말!
두 번째는 2023년 5월에 한 것으로 국제지뢰금지운동(ICBL)-확산탄금지연합(CMC)에서 매년 발표하는 지뢰확산탄모니터 2022년판 보고서 중 한국 부분 작성을 위한 정보공개청구였다. 아래 내용을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두 기관에 보냈다.
대인지뢰 관련 질문
1) 2022년 1월 1일~12월 31일 기간 동안 대한민국 방위산업체가 자기파괴 기능이 없는 대인지뢰를 생산한 사실이 있습니까? 생산한 사실이 있다면, 생산된 대인지뢰의 종류는 무엇입니까?
2) 대한민국은 2022년 1월 1일~12월 31일 기간 동안 오래되거나 연한이 초과된 대인지뢰 비축량을 폐기한 사실이 있습니까? 폐기한 사실이 있다면, 그 종류와 수량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습니까?
3) 대한민국은 2022년 1월 1일~12월 31일 기간 동안 자기파괴 기능이 없는 대인지뢰를 새로운 지역에 매설한 사실이 있습니까?
4) 미국이 과거 한반도에 매설한 대인지뢰에 관한 정보를 대한민국에 제공한 적이 있습니까?
5) 전(前) 유엔군 회원국이 과거 한반도 주둔 당시 매설한 대인지뢰에 관한 정보를 대한민국에 제공한 적이 있습니까?
확산탄(집속탄) 관련 질문
1) 2022년 1월 1일~12월 31일 기간 동안 대한민국 방위산업체가 확산탄을 생산한 사실이 있습니까? 생산한 사실이 있다면, 생산된 확산탄의 종류는 무엇입니까?
2) 대한민국은 2022년 1월 1일~12월 31일 기간 동안 확산탄의 수출을 (수출국이 어디인지에 관계없이) 승인한 사실이 있습니까?
3) 대한한국은 확산탄 수출 모라토리엄(유예) 정책 도입을 고려했던 적이 있습니까? 혹은 현재 확산탄 수출 모라토리엄 정책 도입을 고려하고 있습니까?
4) 대한민국은 2022년 1월 1일~12월 31일 기간 동안 오래되거나 연한이 초과된 확산탄 비축량을 폐기한 사실이 있습니까? 폐기한 사실이 있다면, 그 종류와 수량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습니까?
5) 대한민국은 자기 파괴 메커니즘을 갖추지 않으며 높은 불발율을 가졌다고 알려진 구형 확산탄을 전량 폐기할 예정입니까?
이번에는 부분공개 처분이 나왔다. 국방부는 2022년에 한국 정부가 자기파괴 기능을 갖추지 않은 대인지뢰를 새로운 지역에 설치한 사실이 없으며, 연한이 초과된 확산탄을 폐기한 사실도 없다고 답했다. 방위사업청은 2022년에 한국 방위산업체가 대인지뢰와 확산탄을 생산한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전쟁없는세상은 ICBL-CMC의 의뢰로 2014년부터 거의 매년 같은 질의를 해왔는데 2016년부터 확산탄을 생산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답변이었다.
그런데 웬걸. “2022년 국방예산(안)에 대한 평화통일연구소·평통사 의견서”에 인용된 『2022년 국방예산 설명자료』에 따르면, 2022년 국방예산(방위력개선비) 중 확산탄 관련 예산은 육군 전투예비탄약 중 155mm DPBB 등 1,027억 원, 해군 전술함대지유도탄 546억 원 등 총 1,573억 원이다. 이에 대해 묻는 후속 정보공개청구를 하자 방위사업청은 말을 바꿔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동일 청구 내용의 지뢰관련 질의와 연결된 질의로 판단하여 전투예비탄약에 국한하여 자기 파괴 메커니즘을 갖추지 못한 확산탄 생산 여부에 대한 답변”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전투예비탄약 중 자기 파괴 메터니즘을 갖추지 못한 구형 155mm DPICM은 생산하지 않지만, “자기 파괴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는 155mm DPBB, 239mm 분산유도탄은 생산한 사실이 있”으며, “전술함대지유도탄도 획득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2022년에 적어도 이 세 종류의 확산탄을 생산했다고 실토한 것이다.

2022년 확산탄 예산 (출처: 2022년 국방예산(안)에 대한 평화통일연구소·평통사 의견서)
3. 무기거래조약 연례 보고서는 어떻게 작성되는가?
한국은 무기거래조약 당사국으로서 조약 제13조에 따라 전년도 무기 수출입 내역에 관한 보고서를 매년 조약 사무국에 제출할 의무가 있다. 보고 대상 무기는 전차, 장갑차, 대구경야포, 전투기, 공격용헬기, 군함, 미사일 및 미사일 발사기 등 7대 주요 무기와 소형무기 및 경무기다. 한국 정부는 이에 따라 2019년부터 매년 연례 보고서를 제출해왔다. 문제는 한국 정부의 보고가 줄곧 엉터리였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한국은 2020년에 소량(300여 정)의 소형무기를 제외한 어떤 주요 무기도 수출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유엔 무역 통계상 한국 정부 보고에 따르면, 그해 한국의 무기 수출 액수는 15억 6500만 달러에 이른다. 한국 정부가 2018~2022년 무기거래조약에 따라 보고한 무기 수출 내역의 가치는 약 8억 8400만 달러이다. 이는 같은 기간 한국의 무기 수출액 약 77억 7200만 달러의 11%에 불과하다.

2018~2022년 한국의 무기 수출 중 무기거래조약 보고 내역
한국 정부에게도 빠져나갈 구멍은 있다. 무기거래조약 제13조 제3항에 따라 “상업적으로 민감한 정보나 국가안보와 관련된 정보는 [보고에서] 제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고서 작성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이 예외는 [무기거래의] 투명성 촉진이라는 조약 제1조상의 목적에 부합해야 하며, 이 점에서 완전히 생략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일부 정보를 생략하더라도 최소한 어떤 무기가 수출입 되었는지는 보고해야 한다는 취지다.
보고서에 누락된 내역이 90%에 달하다보니 보고서 기재 기준이 뭔지 궁금해졌다. 2023년 6월에 한 정보공개청구 결과에 따르면, 외교부의 답변은 그 기준이 비공개 대상이라는 것이다. 무기 수출 내역 중 어떤 것이 국가안보 및 경영상 비밀에 해당해 보고서에서 제외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이 국가안보 및 경영상 비밀이므로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솔직히 한국 정부에 내부적인 기준이 존재하는지 자체가 의심스럽고, 담당자가 ‘적당히’ 선택해 기재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방위사업청과 무기 회사들이 언론에 자발적으로 공개한 정보가 어째서 국가안보 및 경영상 비밀로 간주되는지 의아스러워 물어봤지만, 역시 아무런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공개’ 처분해놓고 내용은 비공개?
전쟁없는세상에서 첫 1년 동안 세 건의 정보공개청구를 한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스리랑카 최루탄 수출 검토의견: 비공개
- 대인지뢰-확산탄 모니터: 부분공개 (거짓말!)
- 무기거래조약 연례 보고서: 공개(를 빙자한 비공개)
위 청구들은 모두 한국 무기 수출 통제 체제의 투명성을 높이고, 그에 어긋나는 수출 내역의 존재 여부를 감시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러한 공개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관계당국은 해당 정보의 공개가 어떻게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거나 별다른 설명도 하지 않은 채 비공개 통지를 했고, 심지어 일부 답변에서 명백한 거짓말까지 했다. 일반적으로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2호는 대북 정보수집, 군사적 목적의 회의, 비밀외교협정 관계 문서, 전시대비 훈련 계획이나 테러방지 및 요인 경호 목적의 자료 등에 적용하는 것으로, 공개되었을 경우 구체적인 외교 안보적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는 정보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런 정보가 공개된다고 하여 구체적인 외교 안보적 위험이 따른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 정부가 위 정보공개청구에 비공개 처분과 거짓말로 일관하는 것은 무기거래조약 등 국제수출통제체제 회원국으로서 취해야 할 태도가 아니다.
이 밖에도 ‘레바논 무기 수입 미스터리’와 ‘무기 수출입 통계 비공개’ 건이 있는데 현재 진행형이어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어서 써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