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에서 또다시 열리는 ‘전쟁퍼레이드’
‘전쟁 불사’ 외쳐온 정부에서 더 위험해진 한반도, 떨어진 군 사기
‘힘을 통한 평화’ 실패와 부작용 감추려는 과시성 정치행사
미 핵폭격기까지 동원한 힘자랑, 남북 군사 대결 악화 우려
시민 불편을 초래하는 과시성 행사에 2년간 약 200억 낭비
정부가 앞장서는 살상 무기 산업 홍보 멈춰야
윤석열 정부는 “군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국민의 안보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국군의 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군의 사기는 군통수권자를 비롯한 정부가 군인들의 생명과 안전도 무겁게 여기고 있다는 믿음에서 생겨난다. 국민의 안보의식 역시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있다는 믿음, 정부가 취하는 정책에 협력함으로써 평화가 도래할 것이라는 믿음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는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국민의 동의와 합의를 부정하는 일방통행을 지속해 왔다. 이에 대한 군 내부와 국민들의 쓴소리는 싸잡아 ‘곳곳에서 암약하는 반국가세력들의 음모’로 매도하기도 했다.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세 차례나 거부권을 행사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의사는 무시한 채 과거사를 부정하는 일본의 역사수정주의 세력과 손을 잡았다. 광복을 위해 목숨을 건 투쟁을 해 온 지도자들의 흉상은 철거하였다. 이 상황을 그대로 둔채 ‘군의 사기’와 ‘국민의 안보의식’이 고취될 리 만무하다.
국군의 날 시가행진은 윤석열 정부의 실패한 군사대결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한 선전용 행사에 불과하다. 취임 이래 대통령이 나서서 ‘전쟁 불사’를 주장하고, ‘즉.강.끝’을 외쳐왔다. 그러나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할수록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고도화되고, 군사적 위험은 더욱 고조되어 왔다. 현재 남북 간에는 최소한의 군사적 위기관리를 위한 소통 채널마저 단절된 상태다. 남북 간에 우발적인 충돌이 일어나고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것을 제어할 장치가 윤석열 정부에 있는지 의문이다. 윤석열 정부의 ‘힘을 통한 평화’는 이미 실패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한일 군사협력, 한미일 군사협력을 동맹 수준으로 강화하기 위해 국민의 동의와 합의도 구하지 않은 채 수많은 외교적 양보를 거듭해 왔다. 역대 정부가 추구해 온 ‘균형 외교’는 윤석열 정부에 와서 폐기 되었다. 국민들이 주변국과의 분쟁에 불필요하게 연루되거나 장기판의 말처럼 동원될 위험은 더 커졌다. 정부의 무력 시위는 국민의 안보의식을 고취시키기는 커녕 불안만 키우고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이승만 시대의 언어로 ‘자유의 북진’을 주창하면서 무력을 통한 해결을 선언하고 있기에 국민의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국군의 날 시가행진은 핵폭격기까지 동원한 공격적인 무력시위이다. 서울 인근 상공에 출현할 것으로 알려진 미 공군의 초음속 전략폭격기 B-1B ‘랜서’는 핵폭격기다. 벙커버스터로 알려진 ‘현무-5’ 역시 북한 지휘부 제거 등의 작전에 동원되는 공격적인 무기다. 북한 핵문제가 한미 동맹의 압도적 재래식 화력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의 군비 격차에 의해 촉발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 무력시위는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기 보다는 남북간 군사적 불신과 대결을 격화시키는데 기여할 것이 뻔하다. 국군의 날 시가행진이 지난 8.15경축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한 ‘8.15 통일 독트린’, 즉, 북한에 대한 흡수통일을 발표한 후에 진행되는 군사 퍼레이드기에 더욱 자극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국군의 날 행사는 전쟁 산업인 무기 산업을 홍보하고 더욱 확대하기 위한 선전행사이다. 국군의 날 다음날인 10월 2일부터 대한민국 국제방위산업전시회(KADEX 2024)가 충남 계룡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윤석열 정부는 무기 산업 육성이 가져올 수많은 문제와 부작용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방위산업’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무기 산업은 무력 분쟁을 부추기고 우리 경제를 파괴적인 전쟁에 불가분으로 연루시킨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삶의 터전인 한반도에서 군사적 대결의 악순환과 전쟁위험을 키운다. 정부가 내세우는 ‘방산 실적’이란 무기를 팔아 얻은 핏값의 총량이며,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많은 분쟁과 살상에 연루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적색경보에 다름없다.
정부는 2년 연속 세수 부족으로 긴축 재정을 편성하면서 시민의 불편을 초래하는 과시성 행사에 80억 가까운 민생예산을 낭비하고 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에 102억을 지출한 국방부는 올해에는 79억을 편성했다. 지난 7월, 국회예산정책처는 <2023회계연도 결산 위원회별 분석>에서 “예산 낭비의 우려가 있으므로, 대규모 행사의 개최 주기와 빈도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도심에서 전투기를 비롯한 군사 장비를 대규모로 운용하는 군사 퍼레이드를 연례 행사화하는 것은 예산 낭비 외에도 시민의 불편을 초래하고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인다.
지금 필요한 것은 대규모 무력시위가 아니다. 대한민국에 민주주의와 자유를 바로 세울 방안, 진정으로 군의 사기를 복원할 방안, 한반도에 모두가 원하는 평화를 정착시킬 방안이다. 이 모두에 역행하는 국군의 날 시가행진에 반대한다.
2024년 10월 1일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한베평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