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포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집행위원)

 

광장엔 공격용 헬기 두 대가 하늘을 저공 비행하면서 폭죽과 섬광탄을 터뜨렸고 운동장에는 탱크가 달리고 있었다. 운동장 한쪽에는 수십억에서 조에 달하는 군용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다.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은 그것들을 향해 환호했다. 몇몇 사람들은 그것들과 사진을 찍고 움직임을 영상으로 담았다. 마치 해방군이 도착하여 기쁨을 나누듯.

이 글을 약간 비틀어보면 섬뜩하다. 해방군이 아니고 점령군이고 그곳의 군중들이 점령지의 시민이었다면? 이곳이 계룡시가 아니고 우크라이나, 레바논, 시리아, 가자, 이란이었다면? 이 장면을 내가 즐길 수 있나? 아니 애초에 살아서는 볼 수 없을 광경이다.

하지만 이곳은 계룡 군 문화 축제와 카덱스의 공간이었다. 사람들은 그저 K-방산의 불꽃놀이에 혹하여 넋을 놓고 있기 바빴다. 아이들은 군복을 빌려 입고 군사 훈련을 제 발로 나서서 한다. 아이들 뒤치다꺼리로 골머리를 앓는 부모들은 아이들의 돌봄을 대신해주니 너무 좋다. 성인들은 수십 수천억의 군용 차량을 보며 그 차량의 성능에 놀라고 자국의 국방력을 찬미한다. 노인들은 가난했던 시절 타국의 국방력에 의존했던 자국이 어쩜 이리 군사 대국이 됐는지 감개무량함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 광경이 너무도 생경하고 폭력으로 다가와 눈을 뜰 수가 없다. 그리고 그들은 외쳤다. ‘War Stops Here!’

 

kakapo

 

 

안녕하세요. 저는 대전에서 사는 (반)활동가 카카포예요.

저는 작년까지 약 7년 동안 비정규 교육 노동자로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역사 수업을 해왔어요. 역사 수업에서 빠질 수 없는 내용은 바로 전쟁이에요. 어느 집단이 다른 집단이랑 전쟁을 했고 어느 나라의 뭐시기가 전쟁 영웅이고 그 뭐시기가 어느 전투에서 대단한 활약을 해서 현재까지도 그 나라의 상징이 됐다 같은 이야기로 교과서가 빼곡해요. 이런 내용은 교과서에 그렇게 쓰여있고 그런 게 시험에 나오고 중요 사실이기에 자주 강조하여 가르쳐요.

교단에 처음 서고 나서는 수업 준비만 하기에도 빠듯했기에 제 사견보다는 교과서에서 말하는 내용 그리고 시험에 특히 수능 빈출 주제만 말하기에도 정신이 없었죠. 그러다 경력이 점차 쌓이면서 여유가 생겼고 수업 중간중간 제 이야기를 넣기 시작했어요.

어떤 이야기들을 넣었다고 말하기엔 지면이 지저분해질 것 같아서 한 문자로 줄이면 ‘흑역사’예요. 흑역사 속에서 단연코 비중이 높은 것은 전쟁이지요. 전쟁 속의 뒷이야기들을 많이 했어요. 전쟁을 겪지도 않은 제가 굳이 진도 나가기에도 바쁜 귀한 수업 시간 몇 분을 이런 이야기에 할애하게 된 배경은 제가 ‘전쟁에 반대하는 존재’가 됐기 때문이에요. 국방비를 일 년에 천조를 쏟아버리는 미국이 보유한 유수의 살인 병기들이 한때는 너무 멋지게 다가와 비행기 기종이나 소총, 미사일 이름 등을 외우던 ‘밀리터리 덕후(이후 밀덕)’인 제가 반전이라니 그 변신의 순간은 사실 대단하지 않아요. ‘강한 국방력을 지녀야만 다른 국가에 휘둘리지 않고 자주 국가로서 발돋움하고 국제사회에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이 문장에서 허점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정말 국방력이 평화를 가져올까?’ 역사 사례를 살펴보아도 무력보다는 대화와 협력 그리고 상호 이해와 같은 것들이 평화를 촉진했다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무엇보다도 역사에서 각국이 상호 국방력 경쟁을 하게 되면 이는 필시 전쟁으로 이어졌어요. 전쟁은 무고한 사람들이 소중한 생명을 잃게 하였고 전쟁의 결과와 무관하게 결국 정치인과 무기 상인들만 배를 채우는 것이 평화라고 보이지 않았어요.

지금의 학생들은 뉴스를 통해 전쟁을 보고 그 속에서 죽는 이가 있음을 알고 있어요. 그리고 그들이 지내는 학교는 옆의 친구보다 조금 더 나은 성적을 쟁취해야만 좋은 대학을 얻는 작은 전쟁터가 되었어요. 이런 그들이 학업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여가로 즐기는 게임은 주로 다른 게임 이용자와 경쟁을 부추기죠. 경쟁, 전쟁, 순위, 승리, 패배, 도태와 같은 평화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만 듣고 사는 학생들이 만들 미래가 평화와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는 생각은 자연스레 제게 다른 소리를 하게 만들었어요.

교단에서 내려온 저는 말하던 이야기를 멈출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이번에 ‘전쟁 없는 세상’과 함께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어요. 말을 아낄 수밖에 없는 교단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를 호텔과 군 문화 축제에서 하게 되어 너무 짜릿했고 신이 났어요. 물론 저를 그저 이상한 사람으로 보는 사람과 면전에서 욕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점은 서글펐지만요. 그래도 한 아이가 우리의 피켓을 보고서는 맞는 말이라고 호응하고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나서 기뻤어요. 앞으로도 평화를 위한 발언과 행동을 멈추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만약 한국에서 전쟁이 난다면 하고 싶은 일도 계획해 두었고요. 물론 그 계획이 실행되지 않기를 (많이) 바라고 있어요.

정부는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방위산업을 말해요. 누군가의 목숨을 잃게 하는 물건을 팔아 돈을 버는 것이 미래 먹거리라면 저는 미래에 존재하고 싶지 않아요. 카덱스 전시장 내부에서는 사람들을 똑똑하게 죽이는 무기를 자랑스럽게 전시하는 기업이 많았어요. 똑똑하게 버튼 하나로 죄책감 없이 신속하게 누군가를 세상에서 지워내는 일이 없는 세상은 요원하지만 무너지지 않고 소망해요. 저와 같은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을 잃지 않고 행동하고 말하며 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