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전쟁없는세상 활동가)

 

그동안 전쟁없는세상은 다른 평화, 인권단체들과 함께 바레인, 튀르키예, 태국 등으로의 경찰무기(최루탄, 물대포) 수출 중단 캠페인을 진행해왔다고 수출 중단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피해자가 발생한 뒤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런 평가를 바탕으로 한국산 경찰무기와 장비의 수출을 엄격히 통제하고 감시하기 위한 첫 단계로 경찰무기 감시를 주제로 한 온라인 워크숍을 기획했다.

지난 11월 6일과 8일 이틀간 열린 이번 워크숍은 하인리히뵐재단의 후원하에 전쟁없는세상이 주최하고, 오메가연구재단이 진행했다. 오메가연구재단은 군사, 보안 및 경찰 무기와 장비에 의한 인권침해를 조사하는 단체로 영국에 위치해 있다. 진행자 두 명을 포함해 한국(전쟁없는세상,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공권력감시대응팀 등)과 인도네시아, 웨스트파푸아에서 활동가 14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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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차: 경찰 장비 – 제조, 수출 및 사용

경찰의 무력 사용에 대한 국제 기준들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는 국제법상 구속력이 없으며, 국내법이 국제 기준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 법 집행관 행동 강령 (1979)
  • 집행관의 무력 및 화기 사용에 관한 기본 원칙 (1990)
  • 방콕 규칙 (2010)
  • 넬슨 만델라 규칙 (2015)
  • 법 집행에서의 저살상무기 사용에 관한 UN 인권 지침 (2021)
  • 평화적 시위에서의 인권 증진 및 보호를 위한 법 집행관을 위한 UN 모델 의정서 (2024)

경찰 무력 사용은 아래 원칙들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 적법성: 모든 무력의 사용은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하며 합법적 목적을 추구해야 한다.
  • 필요성: 무력은 합법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엄격히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되어야 한다.
  • 비례성: 무력 사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는 추구하는 합법적 목적의 이익과 비교하여 과도해서는 안 된다.
  • 비차별: 경찰 활동은 특정 집단(성별, 인종, 나이 등)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
  • 책임성: 경찰관들은 모든 무력 사용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며, 무력 오용해 대해 효과적이고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처벌이 있어야 한다.
  • 사전예방: 경찰 작전은 무력 사용을 최소화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도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계획, 준비 및 수행되어야 한다. 경찰이 제대로 된 훈련을 받는 것도 사전예방에 포함된다.

고문없는무역 조약(Torture-Free Trade Treaty)은 어떤 장비나 무기의 경우 고문이나 기타 부당대우에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사용과 더불어 국제적으로 사고파는 것을 규제해야 한다는 취지다. 고문없는무역 캠페인은 다음을 추구한다.

  • 본질적으로 학대적인 고문이나 기타 부당대우에 사용될 수 있는 법 집행 및 보안 장비의 금지
  • 국제인권법과 경찰 기준을 완전히 준수하여 사용할 경우 정당한 용도가 있을 수 있으나, 고문 및 부당대우를 자행하는 데 자주 오용되는 무기와 장비의 통제

유엔 고문 특별보고관이 고문 도구와 관련한 보고서를 2023년 발간했다. 보고서의 부속서는 금지품목과 통제품목의 예비목록을 포함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유엔 고문방지협약과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을 비준했으나, 고문방지협약 선택의정서는 미비준한 상태다. 유엔 고문 특별보고관의 금지품목 및 통제품목 목록에 포함된 무기 및 장비 중 특히 국내에서 사용 금지된 장비들이 다른 국가로 수출되고 있는 상황이며, 밝혀진 오용 사례도 많다.

한국이 제조하는 무기 및 장비 중 유엔 고문 특별보고관 금지품목에는 엄지수갑(유일기기산업)과 전기충격봉(인포스 테크놀러지) 등이 있다. 이들 제품은 올해 열린 국제치안산업대전 2024에도 전시되었다(관련 글). 그 밖에 한국이 제조, 수출 및 사용하고 있는 통제품목은 다음과 같다.

  • 화학자극제(최루 가스, 페퍼 스프레이): 분사제, 발사형, 투척형
  • 운동 충격 발사체(KIP): 고무탄, 산탄총, 휴대용 발사기 등
  • 섬광/음향탄
  • 물대포
  • 휴대용 타격 도구
  • 수갑 등 구속도구
  • 전기충격 무기: 테이저(발사체식), 스턴건(직접접촉식), 전기충격봉(직접접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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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에서 발견된 한국산 최루탄

 

2일차: 기록, 식별, 검증

첫날에 국제 기준이나 무력 사용의 원칙, 경찰무기의 종류 같은 이론적인 내용을 주로 다뤘다면, 둘째 날에는 경찰무기 및 장비 제조, 수출 및 사용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 실무적인 방법들에 대해서 배웠다. 1일차 마지막에 참가자들에게 내준 두 과제에 대한 발표로 시작했다.

  • 화학자극제를 제조 및 공급하는 한국 기업 조사
  • 한국의 수출 통제 및 워크숍에서 다룬 장비들의 통제 여부 조사

참가자들은 최루탄, 물대포 수출 저지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의 최루탄 제조 및 수출 기업들과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총안법), 대외무역법의 관련 조항에 대해 이야기했다.

기업 조사의 경우 업체의 유형에 제조업체와 공급업체, 에이전트사 및 판매대리사 등이 있다. 각 업체의 정보는 회사 웹사이트, 카탈로그, 재무 데이터, 전자공시시스템, 연례보고서, 언론 보도, 무역협회 자료 등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장비 식별의 경우 경찰 및 보안 장비들은 위험할 수 있으므로 손으로 만지려고 하지 말고 사진을 찍거나 글과 그림으로 기록하라는 경고가 앞섰다. 장비의 겉모습에서 회사명 및 로고, 제조일, 모델명, 일련번호, 기술사양 등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무기 사용 모니터링 시에는 그 밖에도 당시 상황, 경찰의 경고 여부, 경찰이 사람들을 표적 삼았는지 여부, 의학적 치료의 제공 여부 등 최대한 많은 정보와 맥락을 기록해야 한다.

정보를 직접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서 사진으로 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사진에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알아내는 방법도 배웠다. 사진의 신뢰도를 검증하기 위해 소셜 미디어 프로필의 소개 글, 팔로워 수, 계정의 생성 일시 등 다양한 정보를 참고하라는 노하우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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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분석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틀간의 워크숍은 경찰무기 감시 활동의 초석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국제 기준과 사례를 배우면서 향후 활동의 방향성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 오메가연구재단과의 협력 가능성도 확인했으며, 질의응답을 통해 무기박람회 출입이나 정보공개 제도의 활용 등 실질적 노하우도 얻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