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중앙대 사회학과 박사과정)

 

대체역법이 통과되고 첫 복무가 시작된 시기에 나는 군 복무를 하는 중이었다. 당시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병영에서도 여러 통제가 이루어지는 중이었다. 몇몇 훈련이 취소되면서 편하기는 했지만, 늘 이런 복무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했다. 부족한 병상과 인력으로 방역이 가동되는 가운데 일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피로도는 계속 쌓이고 있었다. 이럴 때 군인들이 지원한다면 몸은 힘들어도 보람은 있을 텐데… 라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몇몇 부대는 대민 지원 형식으로 방역에 종사하기도 했다.

국가적 재난 시기에 군대 투입은 영화에 나올 법한 ‘도시 봉쇄’, 그 누구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시민들(‘적들’?)을 향해 총을 겨누는 모습으로만 그려진다. 대구에 감염자가 속출했을 때 어떤 간부는 군인들이 방독면 쓰고 바리케이드를 치고 도시를 봉쇄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그런 ‘사고방식’에 섬뜩함을 느낀 게 2020년인데, 5년이 지나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국회 앞에서 그와 같은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둘이 무관할 것 같진 않다. ‘지킨다는 것’이 차단선과 철책으로만 상상될 때, 우리가 사회를 유지하고(‘지키고’) 타인을 돌보기 위한 다양한 실천들을 그려보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병역거부자가 감옥에 가지 않고 다른 형태의 복무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환영할 일이었다. 나는 비록 당사자는 아니었지만 너무 기뻤다. 그러나 제도의 한계는 명확했다. 제도의 징벌적 성격이 너무 큰 탓이었다. 대체복무 개선모임이 주최한 <대체복무제도 개선방향 모색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 간 것은 주변에서 주워듣기만 하던 대체역 제도의 현황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토론회에서는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현행 대체역 제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개정안을 제시했다. 이미 최새얀 변호사의 발제에도 잘 정리되어 있지만, 더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신청 대상: 현역 군인은 대체역 편입 신청 불가 → 현역군인도 대상자로 명시
  2. 심사위 구성: 병무청과 국방부의 영향력 과도 → 심사위를 국가인권위원회로 이관, 국방부장관 추천 위원 축소 및 병무청 추천 위원 제외, 행안부장관 추천 위원 추가
  3. 복무 분야: 교정시설에 국한 → 사회복지시설, 소방 등으로도 확대
  4. 복무 기간: 육군 기준 2배(36개월)라는 징벌적 기간 → 최대 27개월로, 그 외에 대통령령으로 정함
  5. 복무 형태: 합숙복무 의무 → 출퇴근을 원칙으로, 합숙복무는 재량
  6. 편입 취소: 대체복무 취소 대상이 아닌 요건까지 부당하게 포함 → 취소 사유를 축소

좀 더 요약하면, 전반적으로 대체복무를 현행 ‘사회복무요원’ 제도와 비슷한 수준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이해했다.

단지 제도적 수준에서뿐만 아니라, 장길완 활동가가 토론문에서 말하듯 군 복무만이 높은 가치를 지니고 돌봄노동이나 시민 서비스는 그보다 낮은 가치를 지니는 것, 따라서 대체역을 비롯한 다른 복무 형태들이 현역 복무와의 줄 세우기 속에서 징벌적 성격을 지니는 것이 합리적이고 ‘공평한’ 제도인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제도가 대체역을 선택하는 사람들, 그리고 대체복무요원들에게 불리하게 짜여지면서 심사 과정과 복무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에 취약해지는 상황이기도 하다.

늘 제도화는 어느 정도 누락과 왜곡을 동반하기 마련이며, 우리가 원하는 방식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이때 무엇은 협의 가능하고 무엇은 관철되어야 하는지 전략적인 판단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병역과 대체복무의 논의 지형이 불평등하게 짜여 있는 상황에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토론회에서는 그러한 판단을 하기까지의 여러 고민들이 녹아 있었다. 토론회에서 양여옥 활동가가 말한 것처럼 이 개선안은 ‘완벽하지 않다’.

그럼에도 이 개선안에 남는 몇 가지 의문과 아쉬움을 기록해 두는 것이 이후의 논의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대체역심사위원회의 구성

대체역심사위를 국가인권위원회로 이관하고 행정안전부장관 추천 몫을 심사위에 포함시켜서 국방부와 병무청의 영향력을 줄이려는 것은 의외의 제안이었다. 심사위의 주체가 국가인권위원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의미에서) 전혀 생각해 보지 못했던 부분이기 때문이다. 또한 심사위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최대한 심사위를 ‘인권친화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시도이기도 했을 것이다. 분명 유의미한 개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대체역심사위원회의 폐지와 더불어 제도적 틀을 다시 구성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현역과 대체복무 사이의 위계는 한국 사회 전반에 퍼진 가치 체계라는 점에서, 단지 정부 부처 간 합리성에만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국방부와 병무청의 영향력이 줄어든다고 해서, 그리고 인권 지침이 주어진다고 해서 대체복무에 대한 심사위의 전반적인 ‘감수성’이 높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이와 비슷한 취지로 토론회 참석자 한 분이 질문하기도 했다). 토론회 당시 ‘군 측 인사가 아닌’ 법무부 직원도 표면적으로는 대체복무요원들에 대한 최대한의 배려를 이야기하며 인권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지만, ‘현역과 비슷한 수준의 복무기간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등의 발언처럼 대체복무제도 개선에 일말의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양심 심사’라는 큰 틀이 유지되는 한, 내부적 구성 자체가 대체복무에 유리하게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현역 군인에 대해서도 ‘병역기피’라는 혐의가 존재하는 한 현역복무부적합’심사’가 여전히 한계를 지니는 것처럼 말이다.

한편 심사위 구성을 바꾸면서 ‘행정안전부장관’의 추천 몫이 포함되는 부분은 의문이었다. 토론에서는 소방과 구호 부문 등 복무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되었다. 사회복지는 보건복지부가, 여성 및 청소년 관련 업무는 성평등가족부가, 환경보전 등의 사무는 환경부가 주관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행정 일반과 더불어, 타부처의 정책이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간접적으로 뒷받침한다. 그러나 각 복무 영역에 대한 이해와 주무부처의 협조가 필요함을 고려했을 때 행정안전부만으로는 외연 확장에 불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국가인권위원회와 복무 관리

따라서 자연스럽게, 대체복무 사무를 관장하는 문제로 넘어간다. 이전에는 대체복무요원의 복무 기관이 교도시설에 국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대체복무 사무는 법무부의 몫이 되었다. 하지만 대체복무 분야가 확대된 상황을 가정하면, 대체역 ‘심사’는 국가인권위원회 산하의 심사위가 하더라도 대체복무요원들에 대한 실질적인 관리는 그 요원이 속한 ‘소관중앙행정기관장’과 일선 기관의 직원들의 역할이 된다. 시민사회안에도 드러나 있듯 복무 기관에서 발생한 인권침해에 대한 지도와 관리는 기관장의 몫이다. 사회복무요원의 경우엔 병무청 사회복무관리과가 사회복무 사무를 관장한다. 예를 들어 사회복지시설에 근무하는 사회복무요원에 대해선 일차적으로는 해당 복무 기관이 관리하지만, 복무 전반에 대한 지도와 관리는 보건복지부가 아닌 병무청이 담당한다. 그러나 대체역의 경우엔 대체복무요원들과 그들을 운용하는 기관을 지도할 상급 기관이 ‘소관중앙행정기관장’(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으로 개별화된다.

또한 관리 주체의 모순도 발생한다. 대체복무 분야가 확대된다면 사회복무요원과 대체복무요원의 복무 분야는 비슷해진다. 한 기관에 사회복무요원과 대체복무요원이 둘 다 존재한다면 같은 업무에 대해 병무청과 소관중앙행정기관이 각각 관리하는 이원화 문제가 발생한다. 무엇보다도 각 부처들의 개별화된 관리 속에서 관리와 처우의 일관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
대체역 제도는 단지 심사와 복무 분야의 문제만은 아니다. 심사 이후 배치와 관리를 위해 사무 전반에 대한 행정적인 협조 체계가 갖추어져야 하고, 분쟁 및 인권침해에 대한 제재 등 세세한 규정도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일관되게 설계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심사위를 이관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할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실무적 관리를 위해 존재하는 조직은 아니기 때문이다.

심사를 폐지하고, 독일 민사복무청과 비슷한 형태의 독립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하는 것은 당장의 제도 개선에 있어서는 다소 현실적이지 않을 것이다. 전자는 현역 우위의 구조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후자는 아예 독립기구 하나를 창설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둘 다 지난한 논의가 될 수밖에 없다. 또한 개선안을 마련한 사람들도 이미 알고 있고, 또 고민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심사 제도를 유지하는 시민사회안이 추후의 논의에 있어서 발목을 잡게 되지는 않을지 우려가 있다. 심사위의 구성을 다양화하는 것이, ‘심사 자체는 필요하다’는 식으로 규범화될 수도 있는 것이다.

“군사주의적 시각에서의 국가와 군만이 공동체의 ‘안보’를 지킬 수 있다는 ‘국가 안보’ 중심의 시각에서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공동체에 기여하고 있다는 ‘인간안보’에 대한 시각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라는 장길완 활동가의 발언은 인상깊었다. 분명 군 복무만이 최고의 기여이며 나머지는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세계관 자체가 바뀔 필요가 있다. 동시에 사회복무요원들 스스로 자신들의 활동을 ‘강제노동’으로 의미화하고 있고, 병역자원 감소로 인해 여성징병제 논의도 꾸준히 대두되는 상황이다. 대체역 제도 자체의 개선뿐만 아니라, 사회복무요원까지 포함하여 ‘사회에 대한 의무’가 제도적으로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즉 ‘병역’의 하위 제도로서가 아닌 ‘사회에 대한 복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가치’와,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를 설계하는 논의가 앞으로는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