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소식전합니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수감자들과 편지로 나누어야할 이야기도 많았지만, 정신없이 바빠서 이제야 펜을 듭니다.(볼펜은 손이 아파서 샤프로 씁니다^^;;) 이 편지 한 통으로 그동안의 못다한 이야기를, 그리고 각각 드려야할 편지들을 갈음하겠습니다. 호호호. 이해해주시길. 그리고 이 수감자우편물이 제일 안전한 소통창구인 것 같기도 합니다.ㅋㅋㅋ

1. 이감소식
제 병역법 재판은 1월 말에 대법원에서 기각결정이 나서 2월에 기결수가 됐습니다. 헌법소원은 천주교인권위원회의 도움으로 하게됐구요, 원래는 용산재판때 도움을 받게되었는데, 제가 병역법으로 해달라고 해서 이렇게 되었습니다. 대법판결은 끝났지만 헌재판결은 남아있는, 이상하지만 재밌는 상황이지요. 이감을 오게된 것은 밀양송전탑투쟁 때문입니다. 한전서울지사 위에 올라가 락카칠을 한 사건인데, 1심에서 검찰이 징역10월을 질렀지만 벌금200만원이 나왔죠. 전 바로 교도소로 뜨고싶어서(1년여의 재판은 사람지치게하죠. 특히 묶이는거 기분 더럽습니다ㅠㅠ) 항소안했는데, 검찰이 항소를 했습니다. 제가 재판 때 방청객들에게 손을 흔들고 웃었으며, 정당성만을 이야기했다고 공소장에 적는가하면 제가 1년6월의 형을 받은 것도 ‘일반교통방해’라고 적었습니다. 유치하고 악의적이지요. 아무튼 그래서 2월 24일에 갑자기 짐싸라고 해서 서울구치소로 옮겼고, 지금은 7하15방에 있습니다. 방이 크고(낡았지만) 온수도 많이줘서 편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제게 공범이 있다며 공범표시를 달았는데, 사건기록상 제 공범은 없지만 연관이 있는 인물이 있으면 여기서 임의적으로 공범표시를 단다고 합니다. 저는 제 공범이 누군지도 모릅니다. (혹시 성민씨? ‘흠’자 달았나요?ㅋㅋㅋ) 여기서도 목찰에는 ‘집시법위반’이라고 적혀있습니다.

 

2. 여러 수감자분들에게
들깨 성민씨의 지령을 받고 기독교집회를 신청했지만 번번히 저를 안불러서 못나가고 있는데, 순수하지 못한 집회참가를 하느님께서…… 흠. 아무튼 이 소식지가 도착하기 전에 반드시 나가보겠습니다. 왜 안부르는지 이유는 알아봐야할 것 같습니다.
아, 저의 전속이발사였던 상민씨. 담당주임이 저를 싫어했다니!ㅋㅋ 그래도 남부구치소의 교도관들과는 많은 추억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밝힐 수 없지만 영화같은 일이 많았다는.. 아무튼 계장님을 시켜서 안부를 전해준 상민씨가 대단하다는! 계장이 직접와서 ‘상민이가 안부전해달래~’라고 했답니다. 이발장인의 위엄!
의정부교도소에 있는 동현씨! 워싱턴룰 보냈어요~ 설이 끼어서 그리고 이감과정에서 택배를 안보내줘서 3월에야 보내게 되었네요. 죄송ㅠㅠ

다른 수감자분들도 모두 몸건강히 잘지내시길!!

 

3. 분류심사 관련(익진씨에게)
분류심사 거부를 할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특히 저는 벌금,집행유예 전과가 17건이라고 해서(저도 처음 알았습니다!!) 받아도 안받아도 결과가 똑같아서, 이 기만적이고 이상한 분류심사를 안받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당장에 여기서 뭔가 대응할 방법이 없기에 어떻게 하는지 알아나 볼 생각으로 응했습니다. 이게 뭐하는 것인가 싶기도 하고, 사실 이미 등급이나 분류는 어느정도 정해져있고, 수감자들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의 성격이 강하겠지요. 저는 3급이 나왔는지 이 등급에 따른 처우시스템을 어떻게 바꿀지는 아직 잘 모르겠는게 사실입니다. 나가면 같이 고민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아. 제가 원주로 이감가게되면 만날 수도? ㅋㅋㅋ

 

4. 전없세분들에게
수감자우편물은 잘 받아보았습니다. 활동의 고민들이 잘 묻어나는 2,3월 소식을 보니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을지.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소식지 하나가 큰 힘이 됩니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이면지로도 최고!)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헌법소원이 지금의 헌법재판소 구성에서 얼마나 의미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후회는 남기지 말자는 개인적 욕심과 많은 병역거부자들이 결코 죄인이 아니라는 작은 외침으로서의 의미는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15. 3. 17. 서울구치소에서 박정훈

 

PS1) 수감자우편물은 3월 17일에 왔습니다(받은날 답장했다는 자랑입니다)
PS2) 용석씨 보내주신 책은 잘받았고 흥미있게 읽었습니다. 그 시대에 해외여행이라니 다들 대단해보였고 재밌는 주제의 책이었던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이은영씨에게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PS3) 너무 길어 타이핑하기가 곤란하실듯? 죄송합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