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려 한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어느샌가 보면 잊기 십상이네요. 지난 달이었던가, 용석씨가 필리버스터를 보며 들었다는 푸념에 퍼뜩 뭔가 떠올라 “500~600여 명, 1만 몇천 명이란 ‘규모‘가 아닌 ‘여호와의 증인, 종교적 문제‘ 같은 어떤 한 ‘단위‘로서 인식되고 있는, 그런 시각 때문은 아닐지”라며, 그떄라도 응답하려 했었는데 이럴수가 5월이 코앞이 되어버렸네요.
개인적으로는 늘 너저분히 어지럽게 쌓여있는 우여곡절과 다사다난의 더미 속에서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해야 하나, 잘 쓰고자함이 아니라 온전하게 (가능한 한) 옮겨 표현해내는 것이 마치 생각이란 코끼리를 글이라는 냉장고에 우겨 넣으려 씨름하는 것처럼 힘겨운 까닭에. 난관에 부딪히며 금긋기만 수십차례. 고치고 고쳐쓰길 거듭하며 찾아오는 건 두통과 깊은 피로감들. 그렇게 제 풀에 지쳐 잠시 제쳐두고 미루고 그러다 파묻히고 잊어버리게 되는 일의 반복이기도 했던 듯 싶습니다. 그렇게 켜켜히 쌓여간 부채감을 이렇게 뒤늦게 덜어내려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하루 7시간의 작업, 조장으로서의 역할과 책무들. 여가시간이나 자투리 시간들에도 일간지, 주간지, 각종 책들과 신문스크랩과 필사와 일기쓰기 등이 자리잡아 하루는 늘 어딘지 모르게 꽉찬 느낌이지만 단순하지 않은 단순노동의 따분한 고됨 탓에 그냥 바쁘고 더딘 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중입니다. 어느덧 10개월 차.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줄어드는구나‘ 싶어 비교적 평안하게 마음가짐을 갖게 되었고 어느샌가 시간 개념도 한 주를 한 단위로 흘려보내는 요령(?)도 터득하고 있네요.
수많은 낯들의 교차와 만남 속에서, 갖은 구질구질 구차한 일들과 수준 낮은 권력투쟁과 갈등들 속에서도 내 목소리를 들어주고 내 곁에 있어주는 사람이 있어 운이 좋은 편이었고, 전과 달리 지금은 제법 지낼만 한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어 앞으로도 별 탈 없이 지낼 수 있지않을까 싶은데요. 다른 분들은 어떠실런지… 다들 안녕하셨으면 좋겠네요.
4월 그리고 5월이 곧이네요. 의정부 같은 경우 산으로 둘러싸여있어 계절의 변화 또한 가까운데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언제 봄이 이렇게 가까이 왔었나 놀랄 정도로 산의 풍경이 많이도 달라졌고 달라지고 있네요. 아침 7시 40분. 출역나가는 길 왼편 화단에도 푸른 싹이 돋기 시작하던 게 어느새 노란빛, 보랏빛으로 피어내고 있습니다. 잎은 언제 지고 언제 피나. 그렇게 까마득하게 여겼던 작년의 모습이 문득 떠오르네요. 우리에게도, 그날에도 온기를 모으고 모으다보면 봄을 오게하는 건 먼 곳에 있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2016. 4. 21 못다한 말이 많아 아쉬움이 남지만. 김두원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