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의 충격에서 벗어난 지 20일이 넘었습니다. 지난 편지에 대한 답장 격으로, 제가 심리적으로 무너지고 있는 것 같아 걱정된다는 편지를 여럿 받았습니다. 바깥 세계에서의 건강한 제 모습과는 다르게, 지나치게 감정적인 어조에 치우치고, 무리한 부탁을 요구하고, 무례할 정도로 솔직하게 말했던 편지들을 떠올립니다. 이제 와서 없던 일로 해달라거나 못 본 척 넘어가달라고 말씀드리진 못하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펜을 든 순간만큼은 나머지 모든 시간 억눌렀던 감정들이 주체할 수 없이 터져나온 게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입으로 뱉었다면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 법한 말들은 글로 쓰일 때 잔뜩 날카롭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걸 압니다. 심려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물론 이 편지를 보실 분들은 제가 괜찮을 수 없는 상황을 겪고 있다는 걸 고려하고 이해해주실 테지만 언젠가 사과드리고 싶었습니다.

 

비로소 2021년의 저와 작별합니다. 아직 완전히 떼어내지는 못했고 당분간 불가능할지도 모르지만 꽤나 멀어졌습니다. 이 세계에 발을 들인지 두 달도 안 돼서 떠나는 죄수들의 뒷모습을 지켜봤습니다. 저와는 상관없는 이들의 징역살이가 끝났다는 사실은 제게 어떤 동요도 일으키지 못했습니다. 동시에 제게도 끝이 다가올 거란 희망을 심어주지도 못했습니다. 어두컴컴한 터널 속에서 온갖 감각을 억제한 채 시간이 등을 떠미는 만큼씩 걷고 또 걸었습니다. 아주 가끔씩 뒤를 돌아보면 칠흙 같은 암흑 뿐이고 분간할 수 없는 기억의 파편만 뿔뿔이 흩어져 있습니다. 아직도 제게 ‘어제’는 검찰청 앞에서 빛을 등진 채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간 1년여 전 그날입니다. 억지스런 비유가 아닙니다. 실재하는 제 인식입니다. 시제가 아무런 기준 없이 표류했던 세계에 불빛이 아른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렴풋이 출구가 보이고 바깥의 충만한 빛이 저를 반겨주는 것만 같습니다. 드디어 제게도 끝이 다가옵니다. 희망이 절망을 압도하는 시간이 어색하지만 이내 익숙해지리란 또 다른 희망까지 생겨납니다. 곧 여러분을 만나 뵙고 감사를 전할 수 있기만을 희망합니다.

 

1월 22일 홍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