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석씨에게
7월 8일 서울구치소에 들어간 뒤 첫 편지를 씁니다.
서울구치소 신입밥에서 12일에 분류대기방으로 옮겨 25일에 2급이 나오고 8월 중순즈음 언제 이감갈까만을 고대하다 8월 22일 월요일 아침 6시 50분에 갑자기 해남으로 니송간다는 말을 들었을 때, 크게 당황했습니다. 남부교도소나 여주교도소를 생각하고 있따가 땅끝마을 해남에 가게 될 줄이야. 짐을 다 챙겨서 방을 나오니 신원확인 한 후에 수갑 두 개와 포승줄을 묶는데 그 순간 얼마나 멍해지던지, 두 손과 어깨 허리를 묶어 상체가 조여진 상태로 6시간이나 걸려 해남교도소에 도착하니 어깨 가슴 팔이 무지하게 저리더군요. 그리고 여러가지 절차를 거치다보니 신입방에 오후 4시쯤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서울구치소보다 뭐가 좋은 거지 했는데, 하루 살아보니 확실히 더 좋은 거 같습니다. 용석씨가 항상 말하던 “밥 맛있습니다” 정말 밥 맛있는 것 같습니다. 잠자리도 더 널널하고, 오히려 갑갑했던 서울을 벗어나니 오히려 더 가뿐하고 후련해진 것 같습니다. 다음 주 내로 출역을 나가고 해남에 더 적응하고 난 뒤 또 편지하도록 하겠습니다. 무더운 여름 지내시느라 모두들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