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6시에 눈을 뜨면 같은 방의 수감자와 이불을 정리하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이 방에 들어온지 얼마 안되서 아침부터 나름 할 일이 많습니다. 기상 후 점검이 끝나면 따뜻한 물 받는 통 씻고 배식구에 넣습니다. 신문지 폐지 바닥에 깔고 사람들 물 받아주고 정리합니다. 굳이 제가 안 해도 되지만 하지 않으면 먼저 들어온 사람들의 눈치가 보여 자연스럽게 몸이 움직이게 됩니다. 나름 공동체 생활 잘 한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어렵고 곤혹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이곳에 온 지 27일이 지났습니다. 아직 출역이 결정되지 않아서 기결방에 계속 있습니다. 신입방은 여기가 사람 사는 데가 맞나 싶을 정도로 시설도 구리고 처우도 좋지 않았는데 기결방은 나름 사람 살아가는 느낌은 나기 때문에 나은 것 같습니다. 이곳의 제일 힘든 점이라면 눈치를 많이 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안 그래도 눈치를 많이 보는 소심한 성격의 저는 행동이 느린 친구로 낙인찍혔네요. 말도 없이 책 읽고 신문 읽고 편지 자주 쓰니 너무 조용하고 공동체 생활 못한다고 한소리를 듣기도 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지, 내일은 더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야지 하면서도 기분 나쁘게 한소리 들으면 의지가 확 꺾여버립니다. 구치소에 들어올 때 잘 적응하고, 수용생활 무리없이 해내서 빨리 출소하자는 생각뿐이었는데 방 생활 시작되면서 교도소, 감옥 생활체제에 순응하는 일이 꽤나 벅찹니다. 기결방에서 여러 질문도 많이 받았는데 밖에서 간담회나 재판에서도 듣지 못한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너는 여호와도 아닌데 왜 병역거부 하느냐, 군대를 안 갔다오니 행동이 느리지. 너의 가족이 위협에 처해도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을거냐는 식의 질문을 받으면 난감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답변을 하지 않는 게 그냥 지나가는 것이 내 신념에 맞는 행동일까? 방에 별 말 않기 위해, 귀찮아서 안 하는 게 맞는 걸까? 고민 할 때가 많습니다. 최근까지도 별말 안 하고 넘어가고 맙니다.
 
여기 들어오고 나서 매일 잠에 들 때 내일이 오는게 기쁘고 잠에서 깰 때는 하루가 시작되는 게 슬픕니다. 마음이 매일 요동치는게 사실인데. 군대와 이곳이 다를게 뭘까. 군대라면 달랐을까. 난 왜 이곳에 있는걸까 하며 힘들어할때가 많습니다. 그럴때마다 접견와주었던 사람과 후원회, 동료들이 보낸 서신들을 다시금 보게 됩니다. 저의 선택, 그동안 저에게 주었던 격력와 근심, 걱정들을 생각하고 또 제가 드린 미안한 마음들을 떠올리면은 꾹꾹 참아보고 잘 지내려 합니다. 분명 저의 병역거부는 어려운 선택이었습니다. 그래서 그간 의연한 척도 많이 했습니다. 아직도 그렇구요. 부모님의 건강이나 저의 상태, 건강 등 너무나 불완전한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제가 이곳에 제 발로 걸어들어온 것은 그럼에도 저를 믿고 앞으로 응원해주겠다던 주위의 사람들 때문이었습니다. 작년 4월 19일, 병역거부를 선언할 때 그 초심을 돌아보게 해준 사랑하는 친구, 동료, 어머님의 지지와 격려에 감사하단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갑자기 들어가버려서 많은 이들에게 미안하고 속상하게 한 것 같아 마음이 쓰렸는데 이제야 마음을 전해봅니다.
 
내일(5월 15일)은 세계병역거부자의 날입니다. 지금도 전국의 감옥에서 평화적 신념을 지키고 생활하는 병역거부자의 건강과 안녕을 빕니다. 더불어 새로운 정권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넓게 인정되는 것과 대체복무제도 도입이 적극적으로 검토 되길 바랍니다. 다음 뵙게 될 날까지 건강히 지내겠습니다.

 

2017년 5월 14일
김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