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쟁없는세상 여러분. 김나무입니다. 서산교도소에 온 지 4주차가 되었네요. 문재인 대통령 당선 소식과 함께 전없세에서 소식지를 받았습니다. 편지 받은 걸 전후로 급수가 나왔고 특별한 이감 없이 서산교도소에서 남은 형기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집에서 십오분 떨어진 곳인데, 앞으로 일 년 유 월, 아니 오 월간을 돌아갈 수 없다는 게 슬프군요.
신입밥이나 미결방을 거치지 않고 바로 기결수로 들어왔기 때문에 첫 이 주일 정도만 힘들었지 지금은 적응이 되어 편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들어왔던 방에서 그대로 삼 개월을 지내고 다음 방을 옮길 때까지 별일 없이 지낼 것 같아요.
삼 주 가량 지내면 느낀 점은, 감옥은 책 읽고, 내 삶을 돌아보며, 글쓰기에 참 좋은 장소라는 것입니다. 사람이 징역이라고, 어떤 빵 동기들을 만나느냐도 중요하겠죠. 대체로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조심하기 때문에 스스로 약간만 조심하면 큰 문제는 없을 거 같아요. 좁은 곳에서 부대끼다보니 괜히 뭐 먹는 것도 미워보일 때가 있지만, 그런 때야말로 스스로의 마음을 돌아보는 기회라 여기고 있습니다. 참을 인, 참을 인, 참은 인… 말은 모든 문제의 근원이니 되도록 침묵을 앞세우는 것도 좋겠지요.
어려운 점이라면 교도소에는 깜깜함이 없다는 것입니다. 잘 때도 완전히 불을 끄지 않고, 거의 대부분 TV가 틀어져 있죠. 개인적인,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침묵(깜깜함)으로 고독할 수 없는 게 힘이 듭니다. 이는 제가 겪고 적응해야할 숙제겠죠. 아, 혹시라도 여기서 공부를 하겠다고 생각하신 분들은, 좀 힘들 수 있습니다. 정신을 집중하기는 힘들 거든요. 인생 공부는 할 수 있으려나 ㅎㅎㅎ
인생 이야기 듣는 거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교도소는 매력적인 공간입니다. 발자크의 소설처럼 다양한 유형의 군상이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거든요. 모두가 같은 색 옷을 입고 있는 곳에서, 스스로에게 개성을 부여해주는 건 행동거지와 이야기 밖에 없죠. 생각한대로의 모습으로 스스로를 꾸밀 수가 있습니다. 자기 맘대로 타인을 판단하고 역할을 부여할 수도 있죠. 그런 거라도 하지 않으면 심심하니까요.
덕분에 저는 10월 혁명을 꿈꾸는 무정부주의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역할극도 잠시일 뿐, 대부분의 시간을 사람들은 저마다의 신을 섬기며 보냅니다. 자기만의 의식으로 하루를 보내는 거죠. 교도소야말로 가장 현대적인 수도원의 형태가 아닐까요.
시간이 더 흘러 생활이 완전히 적응이 되면 다른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으나, 아직은 술 한 잔이 그립고, 담배가 피고 싶고 그럽니다. 내가 어ᄄᅠᆫ 이유에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목적은 온 데 간 데 없고, 하루하루를 욕망들을 참아가며 지내고 있습니다. 교도소는 여름이 참 힘들다고 하는데, 겪어보고 후기 남기겠습니다. 전없세 여러분 몸 건강하시고 평화로운 하루 보내세요. 이만 줄이겠습니다.
2017년 5월 11일
김나무(김진유)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