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신가요? 저는 지금 화성교도소로 이송을 와서 타일 단기 실무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저번 주에 전없세로 편지를 썼으나 옛 주소로 보내 못 받으셨을 거라 생각되네요. 다행히 해남으로 보내셨던 우편은 화성으로 무사히 전송받았습니다. 그리고 전없세 사무실 이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네요.
감옥 안은 무척 덥습니다. 50분 돌아가고 10분 멈춰있는 선풍기와 함께 또 이 무더운 7,8월을 보낼 생각하면 온몸이 후끈후끈 합니다. 그래도 이 무더위만 이겨내면 다시 사회로 나갈 수 있을 거라 상상하며 하루하루 주어진 일과를 채워나가고 있습니다.
밖에서는 좋은 소식들도 많이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반면에 문재인 대통령의 압도적 무력으로 한반도 평화를 지키겠다라는 것을 보면 한편으로는 걱정되기도 하고 그런 것 같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비록 아무 영향을 못 미칠 것 같다고 좌절하기도 했었으나 광화문의 촛불집회로 불가능할 것 같은 철옹성을 비폭력적인 민주집회로 무너뜨린 것을 보게 되자 국민인, 한 사람 한 사람이 뭉쳐 얼마나 큰 눈뭉치를 굴리게 되는지 알게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임재성 변호사님도 용석씨도 전없세 여러분들도 각자의 영역에서 고군분투 하시고 계신거겠죠?
예비병역거부자 모임에서 물었던 ‘나는 왜 병역을 거부하는가?’에 대한 답은 계속 끊임없이 변하는 것 같습니다. 병역거부 소견서를 쓰면서 ‘이런 이유로 병역 거부를 하였습니다.’ 했지만, 박상욱 씨의 소견서를 읽게 되니 많은 공감과 그때 당시에 제가 썼던 게 생각나면서 여기에서나 나가서나 계속 질문하게 될 제 삶의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 같습니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퍼붓는 장마비, 가마손처럼 펄펄 끓는 땡볕더위 이 또한 지나가겠지요?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고 붉은색, 노란색 알록달록 산이 뒤덮이는 날 좋은 소식과 함께 건강히 다시 만나게 되면 좋겠습니다. 그때까지 모두 힘내요! 아자아자!
2017.7.22 토 화성에서 남윤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