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없세 여러분 잘 지내고 계신지요? 그 무덥던 여름이 언제였는지도 모를 정도로 선선한 가을 바람에 시간이 언제가나 언제가나 하면서도 어느 순간 되돌아보면 어느새 이렇게 시간이 지났나 싶기도 합니다. 밖은 김정은의 6차 핵실험과 쉴 새 없는 미사일 도발로 전 세계가 비상경보등을 키고 들썩들썩 하고 있는데. 감옥 안에서 매일매일 반복되는 생활패턴은 조용하네요. 항상 비슷비슷한 감옥에서의 삶만 이야기했었는데 이번 편지에는 그나마 기쁜 소식이 있답니다. 10월 27일 교정의날 가석방 인터뷰를 받았습니다. 형식적인 서류작성과 인터뷰를 마친 뒤 잠자기 전 되돌아보니 1년 2개월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나… 힘든 때도 있었고, 그래도 작은 것들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며 지나갔던 시간 같습니다. 이제 40여일 남짓한 시간이 지나면 여기서 나가게 된다 생각하니 어안이 벙벙합니다.

스스로에 대한 정리도 하고, 독서도 하고, 공부도 하고, 타일도 배워보고, 그물로 꿰매보고, 밖에서라면 전혀 만나보지 못할 사람들과 동거했던 시간들이 그때 당시에는 너무 길게만 느껴졌었는데 지금은 저의 머릿속을 떠도는 기억의 조각파편들이 되었네요. 나가서 할 것들도 많이 정리하기도 했는데 정말 나가기 전까지는 별로 크게 생각이 안 날 듯합니다. 이제 타일교육도 2주 뒷면 끝나고 다시 본소 해남으로 가게 되겠네요. 가서 한 달 남짓한 시간이 흐르면 다시 그리운 바ᄁᆞᇀ에 발을 내딛을 수 있다 생각하니 기쁩니다. 무사히 조용히 큰 사고 없이 좋은 소식들이 들려오기를 바라며…. 개인의 자쥬가 존중받고 지켜질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꿈꾸며… 전없세 여러분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그런 세상을 위해 힘내요!

 

2017.9.12.화 남윤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