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곳에서 편지를 통해 소식을 받으니 너무도 반갑네요! 이곳에서는 매일매일 바뀌는 식단 외에는 똑같은 하루가 밋밋하게 반복되다 보니 편지와 면회 소식이 가장 행복한 일인 것 같아요. 다행히 응원해 주는 편지를 여러 통 받게 되어서, 이 안에서 큰 힘을 받으며 지내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신입방이라는 곳을 거쳐서 본방으로 와서 지내고 있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여호와의증인분들과 같이 지내는 줄 앗았는데, 지금은 여호와의증인들이 거의 없어서 ‘기타’로 분류되어 소년수들과 함께 방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평생 살아도 만나기 힘든 사람들을 이곳에서는 마주하고 살아야 하는 게 가장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곳은 방 분위기가 좋은 편이라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제가 지내는 방의 인원은 8명인데 그중 3명이 소년수로 구성된 조금 특이한 방이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방에서 지내는 생활 중 가끔 재미있는 사건들도 생기고 분위기도 ‘긍정적’인 편이라… 이 정도면 지낼 만하다 싶네요. 정말 괴로운 일은 먹는 것, 자는 것, 보는 것을 포함해 모든 것을 통제 당하고 외부와 단절되어버리는 상황 때문인 거 같네요.
사실 아직도 가장 힘든 건 따로 있는데요, 투명한 유리 너머로 보이는 방안을 멀뚱멀뚱 바라보면서 변기에 앉아 있으면, 여기가 확실히 징역이구나 싶은 생각이 온몸으로 느껴지고는 하네요. 매일 쓰는 화장실이지만 여전히 화장실만큼은 친해지기 힘드네요.
저는 1심에서 병역법 위반으로 1년 6개월 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으로 수감 중입니다. 항소를 하기 위해 준비 중인 상황이에요. 법정에서는 양심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다’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항소를 통해 다시 한 번 주장해보려고 합니다.
바깥에서 기다려주는 가족들과 지인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이곳에 들어온 이후부터 제 마음은 오히려 편안해진 것 같습니다. 병역거부의 개념을 처음 접한 이후로 거의 매일같이 제 안의 양심과 13년 동안 줄다리기를 해가며 싸워왔던 건 같습니다. 아마도 저는 평화를 두고 평생을 고민하며 살아가겠지만 한편으로 내면의 고민으로 싸우던 13년 동안의 드라마 한편이 마무리 된 것 같습니다. 징역 생활을 마치게 되면 제 삶에도 또 새로운 챕터가 시작되겠지요.
좁은 공간과 제한된 자유, 통제 속에서 지내는 면으로 보면 마치 이곳 생활은 긴 시간을 두고 떠나는 비행기 안과 비슷할 것 같습니다. 답답하고, 힘들지만, 새로운 나라로 떠나는 마음을 간직한 여행자의 마음으로 하루하루 잘 지내서 탈 없이 건강하게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평화와 사랑을 지켜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19.9.8. 송상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