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윤(병역거부자, 평화수감자)

 

전쟁없는세상 주:

코로나19로 온 나라가, 전 지구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우리의 삶과 사회 자체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가 다를 수밖에 없고 달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한편 모든 재난이 그렇듯 코로나19 역시 우리 사회에서 더 취약한 계층이나 드러나지 않는 존재들에게 더 가혹하게 다가옵니다. 대표적으로 감옥에 수감된 재소자들입니다. 코로나 시대의 감옥은 어떤지 현재 수감중인 병역거부자 송상윤님께 글을 부탁했습니다.

 

안녕하세요! 폐쇄된 감옥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이렇게 외부와 소통할 기회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지내는 의정부 교도소도 코로나 19로 난리가 아니기는 합니다. 하지만 감시와 처벌 그리고 규율이 일상인 이 곳은 바깥세상이 아무리 난리통이라고 하더라도 이 곳만의 규칙으로 돌아가는 또 다른 세상이기에 똑같은 매일의 질서로 이 곳만의 하루를 살아가는 것은 다르지 않습니다. 어쩌면 수용자들의 고통은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똑같다는 것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요.

 

그렇기에 저번 달에 이 곳에 유행했던 감기의 기억은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지금으로부터 한 달 전쯤인 2월 첫째 주에 저는 심한 감기증상으로 일주일 정도 아팠던 적이 있습니다. 두통, 기침, 발열, 몸살까지 종합감기약 한 통에 의지해가며 겨우겨우 버티고 회복했던 일주일의 기억은 감옥의 생활 방식이 얼마나 전염병에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온몸으로 경험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평소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 체질인 저는 감기증상을 느끼자마자 바로 심각함을 느끼고 교도관에게 감기로 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대답처럼 돌아온 건 교도관 주머니에서 꺼내 건네준 흰색 알약이 즌 투명한 약봉지였습니다. “지금 교도소 전체에 감기가 퍼졌으니 처방을 위해 의무과로 몰려가면 더 심해질 수 있다”면서 건네준 감기약이었죠.

 

우리 방 사람들은 모두 그 약을 받아들었습니다. 함께 생활하는 방 사람 여덟 명 모두 이미 감기에 걸렸으니까요. 하지만 저를 포함한 몇몇은 도저히 교도관이 건네준 그 약에 신뢰가 가지 않아서 그냥 버렸습니다. 그리고 미리 구매해두었건 종합감기약을 방 사람들과 나누어 먹으며 제발 약이 잘 작용하기를 바랐습니다.

 

이 곳에서 약을 받아볼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요. 2주에 한 번씩 판매약 신청으로 구매하는 일반적인 약과 의무과를 통해 받아볼 수 있는 처방약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곳 수용자들은 그저 관례상 존재하는 듯한 의무과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그 처방약이 교도관 주머니에서 나온다니요. 그것이 제가 약봉지를 받아 다시 쓰레기통에 넣었던 이유였습니다.

 

의무과를 신뢰하지 않는 이유는 이 곳 수용자들은 누구나 비슷하게 경험해보았던 ‘징역병의 기억 때문인데요. 교도소에 처음 오면 ‘징역병’이라고 불리는 허리통증이 찾아오는 상당히 힘든 시기가 있습니다. 24시간 좁은 공간에서 바닥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는 감옥 생활의 특성상 어쩌면 당연히 찾아오는, 그야말로 ‘징역병’인데요. 깨어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맨바닥에 그저 앉아있을 뿐이니, 어쩌면 징역병을 호소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할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저도 이 곳 생활 처음에는 허리통증을 이유로 약을 처방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 때마다 받았던 똑같은 진통제, 심지어는 옆 사람이 감기증상을 말하고 받은 처방약과 비교해보았더니 허리통증을 이유로 받은 저의 처방약과 똑같은 약이었던 적도 있었지요.

의무과의 의사는 수용자의 질병을 치료해주는 게 아니라 고통을 가리는 진통제만을 기계처럼 처방해줄 때가 대부분입니다. 그런 경험을 몇 번 반복하다보면 그 ‘돌팔이’ 의사에게 처방을 받느니 차라리 아파도 참겠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제가 지내는 이 건물은 2층짜리 복도식 건물로 기다란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2층에서 지내고 있고요. 한 방은 가로 3.5m, 세로 4m 정도 되는 크기로 8~10명씩 생활하는 8개의 방이 일렬로 배치되어 있는 형태입니다. 제가 지내는 2층에는 65명가량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 감기가 확산되었던 그날, 8개의 방이 공유하던 복도에서 울려 퍼지는 65명의 기침과 신음소리는 기괴한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비현실적인 고통의 시간으로 기억됩니다.

 

제 옆에 있던 21살 청년은 그날 참다못해 교도관에게 본인은 한 달 전 중국을 방문한 적이 있으니 폐렴일수도 있다며 독방으로 격리 수용을 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그 청년은 폐렴이 아니라 감기였고 당시 조금씩 회복해가던 시기였던 터라, 다행인지 불행인지 독방에 격리 수용되는 일은 없었지만요.

 

감기가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아무도 몰랐지만 모두가 감기에 전염된 상태였고 그 다음날 방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교도소 내 공지사항은 상황을 더욱더 악화시켰습니다. 방에서 목욕을 하지 말라는 지침이었거든요. 공지가 방송이 되고 교도관들은 방을 하나하나 감시하며 목욕을 하는지 확인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틀쯤 지났을까요? 교도소는 비위생적 환경에 통제 불능 상황으로 감기가 확산되어 65세 이상 노약자들은 따로 격리수용하는 상황에 이르게 됩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 저를 포함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행스럽게도 감기가 나았습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요. 공포스러웠던 감기가 지나가고 외부는 코로나 19로 재난상황인 지금 만약 코로나 19가 유입되면 어떤 상황이 펼쳐지게 될지 너무도 선명히 그려지기에 김천과 청송의 수용자들이 걱정이 됩니다.

 

여기 의정부교도소에서는 어떻게 하루 이틀 만에 거의 모든 수용자들이 감기에 전염될 수 있었을까요? ①폐쇄된 생활환경, ②과밀화된 거실 상황, ③부족한 청결 시설, ④잘못된 교도소 지침으로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①폐쇄된 생활환경

교도소라는 폐쇄된 생활환경은 너무도 당연한 거라고 볼 수 있겠지요. 하지만 시설 내 폐쇄가 아닌 좁은 방 안에서만 24시간을 보내는 완전하게 폐쇄된 환경이라면요? 만약 방에 감염증 증상을 지닌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미 폐쇄된 상황에 있는 수용자 입장에서는 어떤 조치도 해보지 못하고 꼼짝없이 함께 감염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②과밀화된 거실 상황

심지어는 가로 3.5m, 세로 4m도 안 되는 좁은 방에 8~10명이 함께 생활한다면요? 제가 지금 글을 적고 있는 이 방만해도 8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는데요. 네모난 방에 벽을 등지고 양쪽으로 4명씩 앉아 있으면 방 안이 꽉 차게 됩니다.

잠을 잘 때는 서로가 서로에게 부딪히지 앉도록 옆으로 누워 자거나 새우처럼 구부린 자세로 잠을 자야 하지요. 한겨울에도 8명이 동시에 숨 쉬고 생활하는 공간은 각자가 내뿜는 숨과 열로 창문을 열어두고 생활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곳 수용자들은 차라리 요즘과 같은 겨울이 그나마 살만하다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여름의 더위는 피할 방법이 없으니까요.

 

③부족한 청결 시설

제가 지내는 방에는 한 칸의 화장실이 있습니다. 공중화장실의 칸막이 1칸 정도 되는 사이즈인데요. 여기에는 작은 수도꼭지 한 개와 변기가 있습니다. 수용자들은 여기서 용변을 보거나 목욕을 하기도 하고 빨래를 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매 끼니마다 설거지도 여기서 합니다. 변기 뚜껑을 닫고 그 위에 대야를 올리면 작은 공간이 만들어지거든요. 8명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의 유일한 청결시설이 변기 1칸과 수도꼭지라는 게 믿어지시나요? 이런 공간에서는 바이러스의 전염이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바이러스가 탄생하는 것을 걱정해야 할 것입니다.

 

④잘못된 교도소 지침

교도소에 감기가 확산되기 시작했을 때 시설에서는 목욕을 하지 말라는 황당한 지침을 내렸고 강제도 조장된 비위생적 환경은 교도소 내 전염병 확산의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수용자들의 면역력이 문제가 아니라 교도소의 비위생적 생활환경으로 생긴 감기의 확산이었지만 교도소는 수용자들의 약한 면역력을 문제 삼아 목욕을 하지 말라는 황당한 규율을 강요하게 된 것이지요.

 

정말 천만다행으로 교도소에 감기가 확산된 지 일주일이 지난 후 감기의 유행은 점차 줄어들었습니다. 천만다행이라고 여기는 이유는 그게 흔한 감기였기 때문입니다. 만약 지금 유행하는 코로나 19가 교도소에 확산되었을 경우 수용자들은 감염을 피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또한 지금과 같은 교도소 시설의 격리수용 환경은 코로나 19와 같은 전염병이 감염되게 되면 교도소가 일종의 바이러스 배양시설이 되는 사태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교도소는 수용자들을 격리하는 시설이지만 교도소를 직장으로 하는 교도관들,, 교도소에 물건을 납품하는 업체 직원들, 교도소의 면회객들 그리고 변호사를 포함해 다양한 관계인들이 수도 없이 얽혀있는 공간입니다. 만약에 이 곳에 코로나 19와 같은 바이러스가 높은 밀도로 확산되게 된다면 지역사회로의 확산 또한 피하기 힘들 것은 자명해보입니다.

 

코로나 19는 분면 지나가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또 다른 전염병이 언제 다시 생길지 모르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재난상황을 정상상황으로 여기고 교도소 시설도 미리 대비해두어야 격리시설이 중심이 되는 사회적 비극을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의 기본 지침이 교도소 내 수용자들에게 기본적인 생활 속에서 실천이 가능하도록 교도소 시설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1인당 최소 2m의 개인 생활반경의 보장과 인간적인 위생시설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지금과 같은 교도소 시설/운영 형태는 코로나 19 재난 상황에 언제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불안함을 가지도 하루하루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코로나19로 국가적 위기단계가 [심각]인 지금 교도소 측의 위기대응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저희 수용자 입장에서의 가장 큰 변화는 면회객을 만나는 ‘접견’이 전면적으로 금지된 것입니다. 보고 싶은 사람들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에 면회금지는 이 곳 생활을 더욱 답답하게 만들기는 하지만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면회는 잠시 뒤로 미루고 다 같이 이 상황을 헤쳐 나가야겠지요.

 

하지만 변호인 접견은 그대로 진행을 합니다. 이 곳에서 재판을 준비하는 분들께는 변호사와의 만남이 무엇보다 중요하니 어쩔 수 없었겠지요. 면회를 오는 분들은 재소자와의 만남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영치품을 전달하거나 전달받는 일이 필요할 때도 있는데요. 지금은 면회가 금지되어있기에 우체국 택배로 영치품을 재소자에게 보내시면 받아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 법원의 휴정이 결정된 지금 구속이 되어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분들은 거의 2주 가량 재판 일정이 연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부분이 당황스러워하는 눈치지만 이미 뉴스를 통해 소식을 들었기에 어느 정도 예상한 바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인원의 이동도 없는 상황입니다. 교도소 내 인원의 이동을 최소화해서 혹시라도 있을 전염사태에 대비하려는 게 아닐까 싶은데요. 보통은 새롭게 수감되는 인원이 있으면 [신입방]이라는 곳에서 일주일 정도 지내면서 그 인원이 각자의 죄명에 맞춰서 기존 방으로 배정이 됩니다. 예를 들면, 제가 있는 방은 [기타초범]이라는 방인데 교도소에 [기타]의 이유로 수용된 [초범]이라는 것이지요. 이런 식으로 죄명과 유형에 맞춰서 함께 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 이동을 자제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신입방]에 있는 인원이 각자의 유형에 재배정 되지 않고 그대로 함께 생활을 한다고 합니다.

 

요즘 외부에서는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서 심각한 상황이라고 하는데요. 이 곳도 마스크를 구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생필품] 구매를 통해 구할 수 있는 면 마스크가 저번 주부터 수급이 되지 않아 반입이 안 되고 있거든요. 마스크 생산업체 측에서 원료가 없어 생산을 못하고 있다고 하네요. 다행스럽게도 교도관들은 항상 마스크를 쓰고 있습니다. 이곳 복도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소독을 하는 것 같고요. 교도소 시설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최선이 외부로부터 최대한으로 격리하여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니까요. 이 곳 수용자들도 부디 그 조치로 코로나 19의 유입을 피해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전의 감기 사례로 봤을 때 만약 감옥으로 코로나 19가 유입된다면 곧바로 심각한 수준으로 확산될 수 있기에 매일이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한 불안한 마음이기는 합니다.

 

좁은 공간에 격리된 수용자들은 위기단계가 [심각]하더라도 사실상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안전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수용자들을 사회적으로 격리하여 고립된 상태로 만드는 감옥의 형벌 시스템은 감옥이 작동하는 기본 원리입니다. 하지만 과밀한 수용환경과 비위생적인 생활환경은 수용자들에게 부과하는 또 다른 형벌입니다. 지금과 같은 감옥의 생활 형태는 수용자들의 신체적, 정신적 질병을 초래하고 과밀화된 수용 생활 안에서는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을 도리가 없다는 것은 너무도 확실해보입니다.

 

우리사회는 코로나 19를 교훈삼아 수용시설 위생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합니다. 수용시설의 개선은 코로나 19와 같은 국가적 전염병 확산의 진원지가 감옥이 되지 않기 위한 예방 차원의 개선 조치로써 꼭 필요한 것입니다.

 

감옥이라는 제도는 수용자를 사회적으로 배제하고 격리하며 형벌의 목적을 이루려는 사회적 수단입니다. 하지만 교도소 수감자의 과반수 이상이 누범임을 고려할 때 우리사회의 감옥 시스템은 이미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자명해보입니다.

 

사회적 문제로 인하여 생긴 형벌자들을 단순히 감옥에 격리수용한다고 해서 사회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우리 몸에 아픈 곳이 있으면 잠시 동안 ‘진통제’로 고통을 외면할 수 있지만, 결국 근본적인 ‘치료’를 통해 아픈 몸을 회복해야 합니다.

 

배제와 격리라는 ‘진통제’의 처방으로의 격리수용은 우리사회의 형벌수용자의 인원을 끝없이 늘리는 방식으로만 작동할 것입니다. 이는 결국 교도소의 부족한 수용공간의 근본 원인이며 지금과 같은 감옥제도로써는 무한하게 감옥을 늘려나가는 사회로 나아갈 것입니다.

 

감옥 내 전염병 확산방지를 위해 과밀수용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수용공간을 더 확충해야 하는 것은 꼭 필요한 예방 차원의 조치로써 시급한 조치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과밀수용의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 수용자들의 재범을 줄일 수 있는 사회복귀 프로그램을 전면적으로 시행하고 법률적 편의를 위한 무리한 구속을 금지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전체적인 감옥 수용인원을 줄여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여야만 감옥의 사회의 ‘진통제’로써 작동하는 게 아닌 진정한 ‘치유’로 작동하는 것으로써 올바른 사회를 만드는 제도로써 감옥이 운영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