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잘 지내고 계신가요?
이제 저는 어느 정도 징역 생활에 익숙해진 빵잽이로 나름대로 잘 지내고 있어요. 하루를 쪼개서 운동, 공부, 글쓰기를 하면서 지내는데 가끔은 시간이 부족하다고 늘낄 정도입니다. 방에서 함께 지내는 분들과도 추운 징역 생활이지만 춥지 않게 느껴지도록 따듯한 마음 나누며 지내고 있습니다. 종종 어떤 분들은 이곳이 사회보다 더 따듯하게 느껴진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징역생활이 얼마나 춥고 외로운 생활인지 아시는 분들은 이 말이 얼마나 기적 같은 말인지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 여주교도소 2상4방에서 지내고 있는데요, 이곳의 정말 지겹도록 이야기한 과밀수용과 혼거수용 문제는 이곳도 아주 심각합니다. 좁은 방에서 만나는 수많은 유형의 사람들, 방에서 조금만 움직여도 옆사람과 부딪힐 정도인 좁은 공간 그리고 이런 곳에서 매일을 살아야 하는 징역은 사회와 격리되었다는 고통에, 이곳 생활을 고통으로 만드는 환경까지 더해지는 힘겨운 공간입니다. 거기에 한국사회 특징인 군대식 서열문화가 결합된 징역문화는 저와 같은 사람에게 이곳이 지옥으로 느껴지도록 했지요. 그래서 징역 생활 초기에 전쟁없는세상의 편지와 접견을 통한 응원과 격려는 어떤 말로 표현하기 힘든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전쟁없는세상에서 보내주신 응원과 격려에 힘을 얻어 내가 지내는 징역공간, 방에서만큼은 군대없는 공간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했던 건, 원래 이런 것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징역은 원래 그렇기 때문에 나이 순서로 또는 돈이 많은 사람이 또는 소위 짬밥이 된다는 오래 살아온 순서로 대우받는 징역식 군대놀이는 그런식으로 원래 그렇다는 이유로 끊임없이 줄세우기를 하는 놀이문화부터 거부하는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비록 이곳에서조차 이방인으로 살아간다고 해도요. 그래서 정말 욕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정말 때리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만약 내가 맞더라도 반응하지 않고, 협조해주지 않는 게 이 싸움에서 결국은 이기게 되는 방법이었으니, 저는 매번 부딪힐 때마다 평화를 무기 삼아 싸웠습니다.
감옥이라는 공간은 끊임없이 침묵을 요구하는 구조로 조직화 되어 있는데요, 저는 여기서 자꾸 “왜?”라는 질문을 통해 부딪히면서 조금씩 공간을 변화시키려 노력했습니다. 방에서의 생활도 왜? 그렇게 하면 안 되냐는 이유들로 방 문화도 조금씩 바꾸어 나가면서 지내어 왔습니다. 그리고 요즘은요, 지금 제가 지내고 있는 이 방은요, 왜? 라는 질문을 무한하게 허용하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줄세우기를 하지 않습니다. 함께 배려하며 살자는 동의 속에서 각자의 사연들을 연민으로 여기며 따듯함을 나누며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왜? 라고 물어보며 지내고 있습니다. 이틀 전에는 교정본부에서 운영하는 「방송통신대학교」 과정이 극소수의 아주 까다로운 인원만으로 구성하여 운영하는 모습을 보고 왜 그런 식으로 운영하느냐며 물음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저는 왜 병역거부를 결심한 걸까요?그 시작은 스무 살쯤 양심적 병역거부의 행동을 실천하는 분들을 보게 된 후 생긴 질문 때문이었습니다. “왜 군대를 가야 하는 거지?” 그 질무은 내 안에서 점점 커져갔고 결국 그 답을 얻기 전까지는 군대에 갈 이유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 군대가 아니면 징역이라는, 사실 요즘은 군대가 아니면 3년의 감옥근무죠…. 아무튼 감옥은 가고 싶지 않았기에 정말 온 노력을 다해 질문했습니다. 심지어 군대를 다녀온 친구들의 군생활 이야기를 들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아니, 군대에 가고 싶었습니다. 감옥에 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욱 더 치열하게 “왜 군대에 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아보았지만 결국 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지난 오랜 시간 동안 수업이 해온 질문, “왜 군대를 가야 하나요?”에 돌아온 대부분의 답변은 이런 식이었습니다. “너 정말 어쩌려고..” 그런 말들 앞에서 저는 더욱 견고하게, 더욱 강하게, 군대를 왜 가야하는지를 세상에 물어보고자 하는 마음을, 내가 가진 질문을, 다시 다듬었습니다.
누군가는 왜 그렇게 힘든 길을 가려고 하느냐고 합니다. 요즘 군대 좋아졌다면서요. 하지만, 저는 군대가 아무리 좋아졌다고 한들 세상 사람들이 뭐라고 한들 질문을 멈출 수 없습니다. 10여년 전쯤 군대를 가지 않는 사람들을 우연히 보게 된 이후로 시작된 질문은 줄곳 저를 따라다녔고 저는 질문을 멈출 수 없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오히려 그 질문이 저를 사로잡고 오랜 시간 동안 더욱 단단하고 강하게 군대에 대한 질문을 키워나갔습니다.
군대를 다녀온 이들이 대다수인 한국사회에서 제가 가진 생각과 질문은 저를 점점 우리 사회의 소수자로 만들어갔습니다. 심지어 이곳 감옥에서조차도요. 하지만요, 이 질문 덕분에 이 추운 겨울 외로운 감옥에서 따듯한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 질문이 가진 진리 덕분에요. “원래 이런 건 세상에 없다” 라는 진리. 전쟁없는세상을 꿈꾸는 모든 이들이 가진 각자의 질문은 다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그 질문 자체가 각자의 진리의 장소입니다.
전쟁없는세상에서 제게 따듯한 손 잡아주셨던 것처럼 저도 손을 내밀고 따듯함을 나누겠습니다. 그리고 각자의 진리를 향해 온 힘을 다해 싸우는 모든 이들을 끝까지 응원하겠습니다. 평화와 행복의 날 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0.11.24. 여주교도소에서 송상윤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