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저는 강정해군기지를 파손하고 기지 안의 구럼비 바위에 들어가 평화를 위한 기도를 드린 사건으로 구속 수감되어 있는 송강호입니다. 우리는 폭력과 야만의 시대를 거부하고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는 죄로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자신의 신념을 실천하는 사람은 복됩니다. 감옥 안에서조차 기쁩니다.

군대는 평화를 만들 수 없습니다. 오히려 군대는 인간을 짐승으로 만듭니다. 이웃나라와 갈등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라도 무력이나 전쟁으로 그 갈등을 해결해서는 안 됩니다. 전쟁은 갈등을 심화시키고 영속화합니다.

저는 군대와 무기는 핵폐기물처럼 영구적으로 폐기해야 할 위험한 쓰레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세상의 모든 군대를 우리 세대에 다 없앨 수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 고향, 우리 마을을 점령하고 있는 군사기지는 반드시 우리 힘으로 없애버립시다. 그것은 우리 자녀들과 다음 세대를 위한 우리 세대의 의무이고 책임입니다.

군사기지는 전쟁으로 가는 돌다리입니다. 군사기지가 없이는 전쟁도 불가능합니다. 핵무기 뿐 아니라 모든 재래식 무기와 폭탄들에도 눈이 없습니다.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살상합니다. 20세기 초만 해도 전쟁 희생자의 90%는 군인들이었지만 이제는 반대로 희생자의 90% 이상이 시민들입니다. 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여성들과 어린이들입니다. 이 무고한 시민들의 피를 흘리지 않도록 투쟁해야 합니다.

저는 강정해군기지를 폐쇄하고 구럼비 바위를 다시 복원하여 공원으로 시민들에게 개방하도록 그리고 그 군사시설들을 평화교육과 훈련을 위한 시설로 전환하도록 강정의 활동가들과 함께 싸워왔습니다. 옥중에서 때로는 외롭다는 연민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우리와 같은 평화수감자들을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힘을 얻습니다.

분명히 전쟁보다는 평화를, 군인보다는 피스메이커(peace maker)를 좋아하는 사람이 세상에는 더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 단합하고 연대해야 합니다. 한 때는 의심의 여지없이 당연시 하던 노예제도, 제도적인 인종차별과 성차별도 이제는 지구상에서 사라졌습니다. 이제 군대와 전쟁이 남아있습니다. 우리의 소중한 이웃나라의 시민들을 상상하고 강간하는 야만적인 전쟁을 거부하고 방해합시다. 병역을 거부하고 국방비 납세를 거부합시다. 군사기지를 가로막고 군사훈련을 방해합시다. 군대의 담장을 허물고 무기와 시설들을 무력화시킵시다. 이 반전운동 대열에 앞장서 있다는 사실로 인해 받는 시련과 고난을 기뻐합시다. 지금은 우리가 소수일지 모르지만 멀지 않은 훗 날 우리는 군대가 감당할 수 없을만큼 많은 동지들을 얻을 것입니다.

반전 평화를 위해 고난을 당하는 모든 형제자매들과 또 그들을 응원하는 세계의 모든 시민들에게 깊은 사랑과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2020년 11월 12일
세계 평화의 섬 제주도 교도소에서
송강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