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권고 사항을 즉시 이행하라!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Human Rights Committee)가 지난 12월 4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징역 1년 6개월의 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최명진, 윤여범 씨에 대해 한국 정부에 보상 등 효과적인 구제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이는 지난 11월 3일 자유권규약위원회에서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권고안을 채택한 최종견해에 이어 다시 한 번 한국 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의 인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할 것을 촉구하는 비판과 권고의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자유권규약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병역거부자들에게 대체복무를 제공해주는 것이 국가안보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증적으로 증명해내지 못했으며, 따라서 병역거부자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의 타당성을 입증될 수 없다고 지적하며 결론적으로, 한국정부가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8조 1항을 위반하였고 개인통보를 신청한 신청자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을 제공해 줄 의무가 있음을 명시하였다. 그리고 한국정부에게 앞으로도 이와 같은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 하며, 위와 같은 위원회의 견해를 실행할 방법들에 관한 정보를 90일 내로 위원회에 제출할 것을 권고하였다.
(전략) 또한, 살상용 무기를 사용하는 것이 어떤 사람의 양심 또는 종교적 신념이 요구하는 것과 심각하게 모순 됨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에게 살상용 무기를 사용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일반논평 제22호에서 언급하였듯, 제18조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며, 본 위원회는 이러한 일반적인 관점을 상기하였다. 이 사건에서 신청자들의 병역거부는, 종교적 신념의 직접적인 표현이며, 그러한 신념이 순수한 것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므로 신청자들에 대한 유죄판결과 선고는, 그들의 신앙과 믿음을 표현할 능력을 제한하는 것이 되었다. 그러한 제한은 제 18조 3항에 기술된 허용되는 한계로써 정당화될 수 있다. 즉, 모든 제한은 법에 의해 규정되어야 하고, 공공의 안전, 질서, 건강 또는 윤리 또는 기초적인 권리와 타인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그러한 제한은 바로 그 권리의 정수(the very essence of the right)를 손상시켜서는 안 된다.
(중략)
본 위원회는, 또한, 해당국가가 당면한 상황과 관련하여, 지금껏 강제징병제를 유지해오던 나라들 중 대체복무를 도입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는 것과, 해당국가가 제 18조에 의거한 당사자의 권리가 온전히 존중하였을 때 대체복무와 관련해서 해당국가가 어떠한 특정한 손실이 있게 될 것인지 보이지 못했던 점들을 주목하였다. 본 위원회는, 사회적 통합과 형평성 측면에서 볼 때, 해당국가가 양심상의 신념과 양심실현을 존중하는 것이, 단결되고 안정된 다원화 사회의 존속을 보장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또한 징병제 내에 대체복무를 마련하는 것도 원칙적으로, 그리고 관행상으로도 가능하다고 본다. 대체복무제도는 개병주의 원칙의 근간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상응하는 사회봉사를 하고 당사자에게 상응하는 요구를 할 것이다. 대체복무제도는 군복무자와 대체복무이행자의 불공정한 차별을 없앨 것이다.(후략)
이번에 구체적으로 한국정부를 지목하여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구제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한 자유권규약위원회는 ‘도덕적으로 높은 인격과 인권 분야에서의 능력을 인정받은’ 18명의 위원들로 구성된 준사법적 기구이며 국제인권법의 해석에서 가장 권위 있는 기구로 인정받아왔다. 자유권규약위원회에 제출한 3차 보고서에서 이미 한국 정부는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권고에 대한 효력을 부여하기 위해 국내법과 제도를 개정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 정부는 1990년에 B규약에 가입을 한 상태이며 따라서 한국 내에서 개인의 권리가 침해되는 일이 없는지 자유권규약위원회에 정기적으로 보고하고 또한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권고를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번에 나온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권고안은 구체적으로 한국정부를 지목하여 그 책임을 물은 것이므로 한국정부는 더 이상 병역거부자들이 받고 있는 고통을 외면할 것이 아니라 이들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한국에서는 자신의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고 스스로 감옥을 들어가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900여명의 젊은이들이 전국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실정이다. 2004년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 정부와 국회에 각각 대체복무제도 도입을 권고하였고 작년 12월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국방부와 국회에 대해 대체복무제도 마련을 촉구하는 권고를 하였지만 지금까지 정부와 국회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올 1월 국방부는 민‧관‧군 대체복무연구위원회를 만들어 이에 대한 국방부의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발표를 했지만 지금까지 실질적인 연구나 대책은 마련되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유엔 사무총장까지 배출한 나라에서 정작 국민들의 인권문제에 소홀하다는 것은 국제적으로도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연대회의는 한국 정부와 국방부 그리고 국회가 이번 유엔의 권고안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서 더 이상 감옥에 가야만 하는 병역거부자들이 생기지 않도록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인간의 권리 중 가장 핵심적인 권리라고 할 수 있는 양심의 자유와 이에 따라 병역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이 되어야만 한국정부는 비로소 국제사회에 떳떳하게 평화와 인권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2006. 12. 21.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