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침해구제제2위원회 결정
사 건 11진정0699000 교도소 수용 채식주의자 권리보장 요구
진 정 인 강OO
피진정인 여주교도소장
주 문
법무부장관에게 채식주의에 관한 개인의 신념이 확고한 수용자에 한하여 합리적 식단의 배려 등 적절한 처우를 할 것을 권고한다
이 유
1. 진정요지
진정인은 2005년부터 전쟁에 반대하는 평화주의 신념에 따라 폭력을 유발하는 육식을 하지 않는 완전채식을 하였다. 이와 같이 확고한 평화주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2011. 4. 병역을 거부하여 병역법 위반죄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용되었다. 이후, 진정인은 개별 특성을 고려한 채식위주의 음식제공을 요구하였으나 피진정인은 이를 불허하였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자 하는 유사한 수용자들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해주길 바란다.
2. 당사자들의 주장요지
가. 진정인의 주장요지
위 진정요지와 같다.
나. 피진정인의 주장요지
진정인이 종교적 사유에 따른 개별 처우를 요구한다면 그 권리는 헌법에 따라 적극적으로 보장하겠지만 진정인이 요구하는 완전채식 음식은 종교적 신념이 아닌 개인취향이다. 교도소에 수용되어 있는 많은 수용자들의 취향이 각기 다양한데 이를 모두 반영하여 그에 맞는 적절한 개별 처우를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인데, 진정인은 고기류, 우유 등 유제품, 해물, 젓갈류 등도 먹지않는 완전한 채식음식을 요구하여 단체 급식을 하는 교도소의 여건상 진정인의 까다로운 개별 취향에 맞는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어렵다. 진정인이 요구하는 개별 처우는 종교적 사유가 아니므로 진정인에 대한 처우를 어떻게 할 것인지는 피진정인에게 폭넓은 재량권이 있다.
진정인(현재 출소)에게 별도의 맞춤식 음식을 제공하지 못했지만, 급식은 수용자의 기호와 영양섭취를 고려하여 육식, 채식 등 품목이 다양하고 매 끼니마다 밥과 채소류가 들어가므로 주어진 범위에서 진정인이 선호하는 부식물의 양을 기준 양보다 많이 제공하는 등으로 배려하여 영양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였다. 진정인은 수용 생활 중 체중이 줄거나 영양부족에 따른 질병으로 치료받은 사실이 없는 등 건강상 문제도 없었다.
3. 인정사실
진정인의 진정서, 피진정인 및 참고인의 진술, 진정인 및 피진정인 등이 제출한 자료 등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진정인은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2005년부터 개인의 윤리적 신념에서 군사주의에 반하는 평화주의를 실천하여 왔는데, 이와 같은 확고한 신념을 지키기 위해 입영을 거부하여 병역법 위반죄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용 중 2012. 5. 25. 출소하였다. 진정인은 이렇듯 확고한 개인의 평화주의 신념에 따라 폭력을 유발하는 고기류와 생선, 젓갈을 포함한 해물 종류는 절대 먹지 않고 유제품이 포함된 식품도 가급적이면 먹지 않는 이른바 완전한 채식주의자가 되려는 사람이다.
나. 여주교도소에서 수용자에게 제공되는 주요 부식물 중 진정인이 먹을 수 있는 것을 살펴보면, 비빔채소, 오이부추무침, 다시마, 볶은고추장, 초장, 두부튀김, 양념깻잎, 연두부, 단무지, 청포묵무침, 콩나물국, 채소쌈, 건파래볶음, 과일, 오이도라지무침, 식빵, 딸기쨈, 스프, 양배추샐러드, 감자볶음, 쪽파김무침, 김, 요플레, 버섯볶음, 밥 등이며 반면에 쇠고기 다시다를 사용하는 찌개, 국 종류와 젓갈을 사용하는 각종 겉절이, 김치, 깍두기, 및 햄 또는 육류 성분이 포함되는 반찬은 먹을 수 없었다.
4. 판단
피진정인은 진정인의 요구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보장해야할 종교적 사유가 아닌 개인의 생활 취향에 따른 것으로 이는 수용자가 국가에 요구할 헌법상 기본권이 아니라고 주장하여 진정인의 신념이 헌법에 보장되는 양심에 포함되는지 그리고 그 기본권을 주장할 수 있는지에 대해 살펴본다.
가. 2005. 12. 26. 국가인권위 전원위원회는 ‘양심적 병역거부권 및 대체복무제도에 대한 권고’에서 “양심의 자유의 의미는 헌법상 보호되는 양심은 어떤 일의 옮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아니하고는 자신의 인격적인 존재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을 의미한다”고 하며, 양심의 자유에서 보장하고자 하는 ‘양심’은 민주적 다수의 사고나 가치관과 일치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 현상으로서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고 양심은 그 대상이나 내용 또는 동기에 의하여 판단될 수 없으며, 특히 양심상의 결정이 이성적-합리적인가, 타당한가 또는 법질서나 사회규범, 도덕률과 일치하는가 하는 관점은 양심의 존재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고, 양심적 병역거부는 개인의 신앙이나 도덕률 및 철할적, 정치적 이유에 따른 양심상의 결정으로 전쟁반대나 평화주의 등 개인적 신념에 의한 비종교적 병역거부까지 포함한다고 한 바 있다.
나. [헌법] 제19조에서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5조는 수용자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출신국가, 출신민족, 용모 등 신체조건, 병력, 혼인여부, 정치적 의견 및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23조는 수용자에게 건강상태, 나이, 부과된 작업의 종류, 그 밖의 개인적 특성을 고려하여 건강 및 체력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음식물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시행규칙 제13조는 소장은 작업의 장려나 적절한 처우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특별한 부식을 지급할 수 있고, 특히 외국인 수형자의 경우 소속 국가의 음식문화, 체격 등을 고려하여 조정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같은 규칙 제58조).
위와 같이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 관계법률 등을 통해 진정인이 수용생활 중 완전한 채식음식을 요구할 권리가 있는지를 살펴보건대, 진정인의 병역거부는 평화주의를 실천하는 개인의 신념에 따라 형성된 양심의 자유에 의한 것이고, 이러한 신념은 <헌법>제19조의 양심을 형성하는 자유와 대외적으로 양심을 실현하는 자유의 범위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진정인이 개인의 양심인 평화주의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여 징역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용되면서도 그 신념을 지키기 위해 육식을 하지 않고 완전한 채식주의를 지향하는 것 또한 진정인의 양심에 속하고 이는 피진정인의 주장과는 달리 일반적 수용자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성에 따른 개인의 취향과는 확연하게 구별된다. 따라서, 진정인의 채식주의에 대한 일관된 행동과 엄격한 수용생활 태도는 양심에 근거한 것 외에 달리보기 어려우며 이는 헌법상 보장받을 기본권 보호 범위에 있다고 판단된다.
다. 진정인의 채식주의 요구가 양심의 자유에 속한다는 전제하에, 진정인에 대한 음식제공 관련 피진정기관 처우의 인권침해 여부를 판단해보면, 진정인은 교도소에서 제공되는 음식 중 채식만을 선별하여 먹고, 피진정기관은 진정인 선호음식을 더 많이 주는 배려를 하여, 결과적으로 진정인의 채식주의 신념이 훼손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인정사실에서 보듯이 진정인은 한국인의 주식 중의 하나인 대부분의 국과 찌개종류에 쇠고기 다시다가 사용되어 이를 먹지 못하는 등의 상당한 불편을 겪었다.
피진정기관이 진정인의 채식주의 신념을 직접적으로 억압한 사실은 없으며, 이를 배려하려는 노력도 없지 않았다고는 하나, 채식 위주의 식사를 따로 제공하는 적극적 방식의 처우는 하지 않았다.
교도소는 개인의 자유가 대폭 제한되어 있어, 당국의 적극적 조치가 없이는 일률적으로 시행되는 규칙에 따를 의무가 발생되는 공간이다. 이런 교도소의 특성을 고려할 떄, 피진정기관이 진정인에게 별도의 음식을 제공하지 않은 것은 육식을 거부하는 진정인의 양심실현의 자유를 방해하여 결국 그 제한에 이르렀다고 판단된다.
라. 따라서 양심의 자유의 보호범위 내에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제당하지 않을 자유, 즉 교도소에서 일괄적으로 제공되는 육식을 먹지않고 채식음식을 요구할 권리를 부인하기 어려우므로 교도소는 진정인의 신념과 개별 특성을 고려하여 진정인이 건강을 유지한 채 수용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 특정 재소자의 채식주의 요구가 양심의 자유를 논할만큼의 강한 신념에 근거한 것인지 여부를 가리는 것은 교정행정의 일선에서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진정인과 같이 확고한 평화주의 신념에 따라 교도소에 수용된 수형자가 극히 소수에 불과하여 국가가 이들에게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지 못할 정도로 비용부담이 높다거나 행정력 낭비가 크다고 볼 정도도 아닌 것으로 보여지므로 당해 교도소장인 피진정인은 폭력에 반대하는 평화주의 신념으로 육식을 거부하고 채식음식을 요구하는 진정인에게 그에 맞는 음식을 제공함으로써 <헌법> 제19조에 보장된 진정인의 양심의 자유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이에 따른 조치사항으로는, 진정인은 이미 출소하여 진정인에 대한 별도의 구제조치가 불필요 하나 진정인이 수용되었던 피진정기관 이외에 타 수용시설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수 있는 바 이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피진정기관의 감독기관의 장인 법무부장관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5. 결론
이상과 같은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44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12. 9. 25.
위원장 홍진표
위원 한태식
위원 곽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