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차별시정위원회 결정
사 건 12진정0166200 공단 직원채용시 양심적 병역거부 전력을 이유로 한 합격 취소
진 정 인 김OO
피진정인 ○○○○공단 이사장
주 문
피진정인에게 ○○○○공단 인사규정 제14조 제8호를 개정할 것을 권고한다.
이 유
1. 진정요지
진정인은 진정인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종교적 양심에 따라 2001. 11. 입영을 거부하여 「병역법」위반으로 1년 6개월의 징역을 복역하고 2003. 8. 만기 출소하였다. 그 후 진정인은 2012. 3.에 있었던 ○○○○공단의 직원 채용에 최종합격하였으나, 동 공단의 인사규정에 ‘병역의무자로서 병역 기피의 사실이 있는 자’는 직원에 임용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합격이 취소되었다. 국가공무원도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5년이 경과하면 공무원에 임용될 수 있는데, 피진정 공단은 ‘병역기피의 사실이 있는 자’라고 규정을 두어 진정인의 합격을 취소한 것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차별이다.
2. 피진정인의 주장
가. ○○○○공단은 「○○○○공단법」에 의거 설립․운영되는 공공기관으로, 같은 법 제6조(사업)의 제2호 및 제3호에 따라 교통안전 기술의 개발․보급․지원 및 외국 기술의 도입, 교통안전에 관한 자료의 수집, 조사․연구 및 국제협력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위 고유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해외 출장에 결격 사유가 있는 자의 임용을 불허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02. 10. 19.에 개정된 인사규정에서 ‘병역 기피자’를 결격사유로 정하였고, 2002. 12. 5. 「병역법」제70조(국외여행의 허가) 제2항이 신설되어 병역기피사실이 있는 자의 국외여행에 제한이 있으므로, 공단에서도 2003. 7. 31. 인사규정을 개정하여 임용 결격사유에 ‘병역 기피의 사실이 있는 자’를 포함하였다. 공단 인사규정의 임용 결격사유가 「국가공무원법」과는 다소 상이하나 기관 설립의 근간이 되는 「○○○○공단법」에서 명시한 고유 사업 수행을 위해서는 「병역법」에 따라 해외 출장에 결격 사유가 있는 자를 채용할 수 없으므로 현재로서는 공단 인사규정의 개정을 고려하지 않고있다.
나. 2012년 신입사원 공채에는 14개 분야 65명 채용에 모두 2,788명이 지원하여 약 43:1의 경쟁률을 보였는데, 진정인의 경우 기술직 CNG(액화천연가스, Compressed Natural Gas) 재검사 6급 분야에 최종 면접 합격이 취소된 경우로 공단에 임용된 사실이 없다. 우리 공단에서는 공단 입사 결격사유를 명시하고 지원서를 허위로 작성하였을 경우 당해 시험의 무효는 물론 임용 후에도 합격을 취소할 수 있음을 공지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인은 1년 6월 이상의 징역을 살고 병역을 면제받은 사실을 숨기기 위하여 입사지원서에 ‘군필’이라고 허위 기재한 후 우리 공단에 입사지원을 한 사실이 있다.
3. 인정사실
진정인의 진정서 및 전화조사보고, 피진정인 답변서, ○○○○공단 인사규정(이하 ‘공단 인사규정’이라 한다), 진정인에 대한 합격안내 통지문, 피진정 공단의 ‘신규 임용 불가 알림’ 공문(인재양성처-925, 2012. 3. 16.), 진정인의 입사지원서, 2012년도 ○○○○공단 직원 공개채용 공고문, 참고인 병무청 직원 전화조사보고 등을 종합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공단은 1979년 제정된 「○○○○진흥공단법」(현재는 「○○○○공단법」)에 따라 1981년 ○○○○진흥공단으로 시작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으며, 자동차종합검사, 철도․항공안전, 교통사고 피해가족 지원, 자동차 성능 시험연구, 교통안전 연구․교육, 안전운전 체험 연구․교육, 대중교통정보 등을 주요 업무로 하고 있다.
나. 진정인은 2012. 3. ○○○○공단 신입사원 공개채용 기술6급 CNG재검사 분야에 응시하면서 신규채용 지원서의 군복무 관련란에 ‘면제’가 아닌‘군필’로 표기하였으며, 2012. 3. 14. 피진정인으로부터 최종 합격통보를 받았다. 이에 진정인은 다음 날인 3. 15. 유선으로 피진정인에게 병역기피 사실을 통보하고 임용이 가능한지를 문의하자 피진정인은 같은 해 3. 16. 진정인에게 ‘신규임용 불가 알림’이라는 공문을 통해 공단 인사규정 제14조 제8호에 따라 직원으로 신규 임용될 수 없음을 진정인에게 통지하였다. 피진정인이 통보한 공문에는 ‘김○○님께서는 우리 공단 규정 제14조(결격사유) 제8호에 따라 직원으로 신규 임용될 수 없음을 알려 드립니다.’라고 적시되어 있다.
다. 진정인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종교적 양심에 따라 2001. 11. 입영을 거부하여 「병역법」위반으로 1년 6개월의 징역형을 복역하고 2003. 8. 만기 출소하였다.
라. 공단 인사규정 제14조 제8호(결격사유)에 따르면 ‘병역의무자로서 병역기피의 사실이 있는 자’는 공단의 직원이 될 수 없다.
4. 관련 규정
별지 기재와 같다.
5. 판단
「국가인권위원회법」제2조 제3호에서는 합리적 이유 없이 고용 등과 관련하여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진정인이 11년 전에 병역을 거부하고 그로 인해 1년 6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아 복역했다는 이유로 피진정인이 신입사원 공개채용에 최종 합격한 진정인의 합격을 취소(임용 불허)한 것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를 살펴보기로 한다.
가. 일반적으로 국가의 투자나 출자, 재정지원으로 운영되며 공적 이익을 위한 업무를 수행하는 공공기관에서 병역의 의무를 기피한 전력이 있는 자를 채용하지 않는 것은 일견 그 취지와 목적을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공단의 인사규정 제14조 제8호와 같이 결격사유를 ’병역의무자로서 병역 기피한 사실이 있는 자‘로만 규정할 경우, 현재 병역기피중인 자, 병역기피 후 병역을 필한 자, 과거 병역기피로 인해 형을 복역한 자도 포함되므로 이는 법률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 할 것이다. 또한 ‘병역 기피의 사실이 있는 자’에 진정인의 경우처럼 헌법에 보장된 양심의 자유를 행사하다가 병역기피자가 된 경우와 고의적으로 병역을 기피한 경우를 구분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이미 여러 차례 유엔 인권위원회 결의를 통해 ‘종교적, 윤리적, 도덕적 또는 이와 유사한 동기에서 발생하는 심오한 신념에 기초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할 것을 각국에 촉구하거나 결의하였다[유엔 인권위원회 결의 제46호(E/CN/1987/60) 등]. 또한 헌법재판소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처벌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하면서도 ‘동 법률조항(「병역법」제88조 제1항 제1호)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하고 있으므로 ‘양심에 반하여 강요당하지 아니할 자유, 즉,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정‘이라고 설시하였으며, ’특별한 경우에는 국가의 형벌권을 한발 양보시키고 개인의 양심의 자유가 조금 더 보장될 수 있는 해석방법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라며 대체복무제도의 도입을 권고한 바 있다(2001헌가1 결정, 2004. 8. 26.). 이렇듯 양심적 병역거부는 헌법에 보장된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는 내용의 하나로 국내외에서 인정하고 있으며, 우리 위원회도 2005. 12. 26. 전원위원회 결정을 통해 국회의장과 국방부장관에게 ‘양심적 병역 거부권과 대체복무제도 도입’을 권고한바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았을 때, 종교적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와 국방의 의무를 고의로 기피하는 자는 그 내용에 있어서 본질적으로 다른 것으로서 마땅히 서로 다르게 취급받아야 함에도 피진정인은 이에 대한 면밀한 고려 없이 인사규정의 동일한 조항을 일률적으로 적용하여 본질적으로 다른 것을 같이 취급하는 결과를 발생시켰다 할 것이다.
나. 또한 「국가공무원법」에서 과거 병역 기피의 사실을 임용 결격사유로 두고 있지 않으며,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5년이 지나면 국가공무원으로 임용되는데 결격사유가 되지 않는 점과 비교해 볼 때, 「병역법」위반으로 1년 6개월의 징역형을 복역하고 2003. 8. 만기 출소한 진정인에게 공단 인사규정 제14조 제8호를 적용하여 채용 합격을 취소한 것은 과도한 조치로서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다. 피진정인은 「병역법」제70조 제2항에 따라 진정인이 국외 여행의 결격 사유가 있어 공단의 업무수행을 위한 해외 출장에 제한이 있는 자이므로 해외 여행에 결격사유가 있어 합격을 취소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동법 제70조 제2항의 해외여행의 허가 규정은 제1국민역 또는 보충역 편입대상자에게 해당되는 사항으로 병역을 거부하고 그로 인해 징역 1년 6월의 형을 마치고 출소한 진정인은 「병역법」제65조와 동법 시행령 제136조에 따라 제2국민역에 편입된 자이므로 법 제70조 제2항의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해외여행에 결격 사유가 없다. 따라서 피진정인의 주장은 법리 적용의 오해에서 비롯되었다고 판단된다. 또한 피진정인은 진정인이 병역면제임에도 불구하고 지원서의 군복무 관련 확인란에 ‘군필’로 표시하였으므로 지원서 허위 작성으로 보아 합격을 취소하였다고 하나 피진정인이 2012. 3. 16. 진정인에 통보한 공문을 보면 피진정인의 주장과는 달리 진정인의 주요한 합격 취소 사유는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이 아니라 병역기피였음을 알 수 있다.
라. 따라서 피진정인이 내부 인사규정 제14조 제8호에 따라 진정인의 최종 합격을 취소하고 임용을 불허한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행위로, 이는 「국가인권위원회법」제2조 제3호에서 정한 차별행위에 해당하므로 향후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공단의 인사규정 제14조 제8호를 개정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6. 결론
이상과 같은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법」제44조 제1항 제2호의 규정에 따라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12. 10. 17.
위원장 김영혜
위원 김성영
위원 강명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