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2일 대법원은 원심이 법리를 오해하지 않았다며 병역거부자 김형수의 상고를 기각했다. 평화활동을 한 것은 인정하나 그것으로 평화주의 양심을 가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서울지방법원이 김형수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사회봉사 400시간을 선고한 것이 이로서 확정되었다. 대체복무제도가 마련되어 있지만 김형수처럼 여전히 재판을 받는 병역거부자들도 있다. 제도로 풀어야 할 문제가 여전히 형사재판에 묶여 있는 것이다.
평화주의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게 유죄 선고와 무죄 선고가 엇갈리는 판결이 올해 들어서 대법원에서 이어지고 있다. 김형수의 경우에는 평화단체인 전쟁없는세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 오랫동안 활동해왔다. 현재는 단체의 대표를 맡고 있고, 대체복무제도의 도입과 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나 살인무기를 거래하는 것을 반대하는 직접행동 등 각종 캠페인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해왔다. 이런 김형수조차도 “예비군 훈련 거부에 관한 피고인의 현재 신념이 피고인의 삶의 일부가 아닌 삶의 전부로서 유동적이거나 가변적이 아니라고 현 단계에서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며 유죄를 선고 받았다.
재판부가 양심을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양심의 자유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김형수는 전쟁없는세상에서 활동하면서 자신의 양심을 보여줄 활동이 다른 병역거부자들보다 많은 편이었다. 양심이 내심의 자유라서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 그동안 대법원의 입장이었는데, 김형수의 활동 내역조차도 양심을 입증하는 데 부족하다면 도대체 무엇을 더 어떻게 입증할 수 있을까? 개인적인 상황과 삶의 궤적상 입증할 자료가 많지 않은 사람들의 양심이 거짓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한편 재판부는 김형수가 군복무를 성실히 수행한 것을 유죄의 근거로 삼고 있다. 하지만 현행 병역법은 예비군 훈련을 거부하고 대체복무를 신청할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예비군 훈련 거부자들이 대체복무를 신청하고 대체역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했다. 법으로 보장한 권리는 법원이 무시했고, 대법원은 이 판결이 법리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쟁없는세상은 대체복무제도 도입을 명시한 2018년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에 병역거부자들의 재판을 멈추고 병역거부자들이 대체역 심사위원회에서 심사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역거부는 헌법과 법률로서 인정되는 권리이므로 대체역 심사위에서 양심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한다는 취지였다. 김형수에 대한 유죄 선고 확정은 병역거부자가 대체복무를 수행할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다. 대법원은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보호하지 않았고 오히려 양심을 처벌했다. 전쟁없는세상은 김형수에게 유죄 선고를 확정한 대법원의 판결을 규탄한다. 병역거부자들을 법정에 세우지마라. 병역거부자들이 대체역 심사위원회에서 심사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라. 헌법상 권리인 양심의 자유를 보호하라.
2021년 8월 17일 전쟁없는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