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하기 만한 거리두기 4단계가 10월초까지 연장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나마 8월 중순부터 스마트 접견(영상통화 방식의 원격 접견)이 재개되며 숨통이 트인 것은 다행입니다. 꾸준히 이곳에서의 하루를 지워온 덕분에 혹서의 고통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가물가물합니다. 온종일 강풍으로 돌아가던 선풍기는 한낮에도 멎어있고, 속옷 하나만 걸친 채로 잠들던 수용자들은 옷을 제법 갖춰 입고 이불을 턱끝까지 끌어올립니다. 여름과 겨울, 공포의 두 계절 중 하나를 얼떨결에 이겨냈습니다.
바깥 세상과 마찬가지로 재벌 총수의 가석방 문제로 떠들썩했던 서울구치소의 분위기는 어느덧 잠잠해졌습니다. 이재용만을 위한 특혜가 아니라, 9월 이후에도 지속되는 제도 개선이 자신들에게도 적용된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죠. 저도 예외는 아닙니다. 형기의 80% 내외를 채워야만 가석방 심사 대상에 오를 수 있었던 과거 병역거부자보다 일찍 제가 속했던 세계로 돌아간다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편지를 쓰고 있는 오늘로 만 6개월이 지났고, 어쩌면 절반 이상을 지났을 지도 모릅니다.
제법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남성성을 과시하기 위한 온갖 허풍과 사회를 이해하는데 동원하는 비이성적 편견과 혐오의 향연, 새로운 죄수가 무리에 합류할 때마다 어김없이 반복되는 똑같은 장면에 진절머리가 납니다. 적응할 수 없는데 지겹기만 합니다. 입을 다물고 눈을 피하고 등을 돌려도 들리는 건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다른 모두가 잠들 때야 비로소 사유하고 읽고 쓰는 행위가 가능해집니다. 마감노동자의 정체성을 유지하려면 초인의 힘이 필요한데, 저는 초인이 되는 법을 모릅니다. 지금의 세계에서 마주하는 대부분이 밉지만, 집단방역에 기여하기 위해 백신을 접종했습니다. 부작용이 나타나는 시기를 무탈히 넘겼습니다. 남은 시간 또한 그렇게 흐르겠죠. 백신의 힘으로 잘 견뎌보겠습니다.
2021년 9월 4일 홍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