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바(멸종반란한국)
전쟁없는세상 주:
지난 3월 4일 열린 촛불집회에서 자유발언을 하신 스바님의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분이 많아서 발언 내용을 글로 받았습니다. 집회 현장에서는 시간 때문에 짧게 말씀해주셨는데요, 훨씬 더 풍성한 내용을 글에 담아주셨습니다.
우크라이나와 세계의 평화와 생명을 위해서는 화석연료 의존을 끊어야 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무력으로 침공한 지 20일이 가까워오면서 전쟁의 참혹한 현실은 가중되고 있다. 폭격 대상 지역이 늘어가면서 사상자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유럽에서 가장 많은 250만 여명의 난민이 이미 우크라이나를 떠났다고 하지만, 러시아의 대대적인 공격이 임박한 수도 키이우에는 아직 200만명이 남아 더 큰 파괴와 살상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국내외 언론은 우크라이나에서의 피해와 우크라이나인들의 저항을 보도하면서 이 전쟁을 선과 악의 대결인 양 몰아가는 분위기다. 서방 세계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넘어 무기와 전쟁 물자까지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이분법은 푸틴의 전쟁에 반대하며 어려운 싸움을 벌이는 많은 러시아인들을 지우고 록히드마틴 같이 이윤을 위해 전쟁을 반기는 군수기업을 가린다. 또한 전쟁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화석연료와 이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유럽의 밀월 관계도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지게 한다.
러시아 수출에서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이르고, 이는 푸틴이 권력 기반을 다지고 대내외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자금줄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유럽연합은 천연가스의 45%를 러시아로부터 구매한다. 겉으로는 푸틴에 반대하지만 실제로는 푸틴의 권력과 전쟁을 위한 중요한 자금원을 제공해왔던 것인데, 전쟁 발발 후에도 이런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반면 유럽으로 가는 가스의 2/3가 통과하며 과거 화석연료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협잡에 이용당했던 우크라이나는 전쟁으로 크나큰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통과하는 파이프라인의 일부. 출처: Oxford Institute for Energy Studies
이런 가운데 멸종반란 우크라이나는 이 전쟁을 ‘화석연료 테러’로 규정하고 전 세계가 러시아의 국영 화석연료 기업들에 대한 수입 중단과 더불어 푸틴의 영향력 강화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던 엑손 모빌 등 초국적 화석연료 기업들에 대한 저항을 요구하는 서신을 전쟁 발발 직전 세계에 타전했다. 그리고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의 여러 기후생태 단체들은 전쟁을 멈추기 위해 푸틴의 전쟁에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세계의 화석연료 의존을 끝장 내자는 호소문을 발표해 지금까지 57개국 600여개가 넘는 단체들의 연명을 이끌어냈다. 멸종반란한국은 3월 4일 이들의 메시지를 번역해 인스타 계정에 공개했고 같은 날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열렸던 우크라이나의 평화 촉구 촛불집회에서 그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멸종반란한국은 호소문이 한국을 특정해서 언급했음에 주목한다. 한국은 러시아의 7대 수출국이다. 한국 가스공사는 러시아 최대의 국영 화석연료 기업은 가트프럼과 ‘한러 가스공급 양해각서’를 맺고 있고 SK 등 대기업들도 러시아로부터 나프타 등 석유화학 원료를 대량 수입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는 한국 기업들이 푸틴 전쟁에 자금과 연료를 제공하는 것을 중단하기를 요구하며 우크라이나와 함께 해달라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나누고자 한다. (강조자는 원문을 따름.)
우크라이나와 함께 해주세요!
푸틴의 군대를 먹여 살리는 전지구적 화석연료 의존을 중단해야 합니다!
유럽의 나라들과 미국, 캐나다, 중국, 인도, 일본, 한국, 그리고 러시아의 석유와 가스를 수입하는 모든 나라들에게,
이 메시지에 서명한 단체들은 스스로의 자유와 자결권 뿐만 아니라 국경을 넘어 보다 가치 있는 세상을 위해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 민중과 강고한 연대를 하고 있습니다.
블라드미르 푸틴의 지휘 아래 러시아 연방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은 우크라이나 주권과 독립에 대한 명백한 침탈일 뿐 아니라 인권과 국제법, 세계평화의 중대한 침해입니다. 이 침략으로 21세기 유럽은 가장 어두운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세계가 더 암울한 미래를 마주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우리 모두는 일어나 굳건히 단결하고 우리의 집합적 존재를 위협하는 세력에 맞서 과감한 행동을 취해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와 뜻을 같이 하는 당신들이 그렇게 해주시기를 요청합니다. 우리는 이 처참한 살인 행위를 끝내기 위해 푸틴과 그의 군대를 막고 평화를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비폭력적인 수단을 사용해야 합니다. 더 이상 두고볼 수는 없습니다!
블라드미르 푸틴 정권은 이 불법적인 전쟁의 유일한 침략자이며, 그의 군대에 의해 자행된 잔학 행위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동시에 우리는 푸틴의 군대가 석탄, 석유, 가스 산업에 의해 그 자금과 연료를 공급받고 있음을 직시해야 합니다. 이 산업들은 우크라이나를 짓밟는 침략을 뒷받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후위기도 가속화시켜 인류 모두의 미래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역으로 화석연료에 중독된 세계는 전쟁을 원하는 푸틴에 자금을 대주고 있습니다. 이는 우크라이나 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푸틴은 에너지를 통해 유럽연합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자 하는 유럽 국가들을 무력화하고자 화석연료를 의도적으로 무기화 했습니다. 이것을 당장 멈춰야 합니다.
우리는 당신들이 유럽의 동료들과 손을 잡고 화석연료에 대한 중독에서 완전히 벗어날 것을 요청합니다.
우리는 또한 비유럽 국가들이 러시아로부터의 화석연료 수입을 거부, 금지하고 신속하게 화석연료로부터 탈피할 것을 요청합니다.
가즈프럼, 로스네프트, 트랜스네프트, 수르굿네프테가스, 룩오일, 러시아의 석탄 등에 대한 무역과 투자를 중단하고 이 기업들을 비롯해 전 세계에 있는 러시아의 화석연료 자산을 동결해야 합니다. 서구 기업들은 러시아에서의 화석연료 생산을 중단해야 합니다.
푸틴의 수입원을 최대한 빨리 차단해야 하고 여기에는 수출 신용 보증을 포함한 러시아의 화석연료 인프라에 대한 모든 직간접적인 투자도 포함됩니다.
이와 더불어 중요한 것은 러시아의 화석연료를 다른 나라의 화석연료를 대체하지 않는 것입니다. 러시아의 석유와 가스에 대한 불매운동과 더불어 화석연료에 대한 새로운 채굴도 멈춰야 하며 세계 모든 나라들은 신속하고 정의로운 화석연료 탈피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석탄, 석유, 가스에 대한 의존은 전지구적 차원의 죽음과 비참, 붕괴를 알면서도 수용하는 것입니다. 생존 가능한 미래를 원한다면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가장 현실적으로 접근해야할 것입니다.
오늘과 다른 내일은 가능합니다. 푸틴을 비롯해 다른 화석연료 독재자들로부터 자유로운 내일. 기후에 적대적이며 전쟁을 유발하는 화석연료로부터 자유로운 내일.
이런 미래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우크라이나 민중에 대한 거침없는 지지이며 여기에는 전쟁의 잿더미로부터 우크라이나가 녹색 회복을 할 수 있게끔 지원하는 것도 포함되어야 합니다.
푸틴의 전쟁 예산을 계획적으로 타격하고 우리 사회의 급진적 탈탄소화를 향해 과감한 발걸음을 취함으로써 우리가 진정성 있는 지지와 지원을 제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인들은 그러한 지원을 기대할 자격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의 더 밝은 미래는 이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