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악희(전쟁없는세상 병역거부팀, 징병제폐지를위한시민연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한 해가 다 되어 갈 때까지 계속되고 있다. 당초 서방의 언론들은 이 전쟁이 오래 가지 않을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고, 전쟁은 장기전의 양상을 띄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의 분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러시아는 지리멸렬한 동원을 시작했고, 이는 이 전쟁을 점점 수렁으로 밀어넣고 있다. 전쟁이 계속되는 한편, 러시아에서도 속속들이 병역거부자들에 관한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본문에 앞서 기본 개념을 먼저 설명하자면, 본래 병역 거부라고 번역되는 “Conscientious Objector”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전쟁 및 전쟁수행에 관련한 것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다시 말해 징집을 당해서 군대에 가기를 거부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전쟁 물자의 운송을 거부하거나, 군수품의 생산을 거부하는 노동자들도 “Conscientious Objector”에 속한다.

러시아의 병역거부는 최근 다소 말초적인 보도를 통해 알려지고 있다. 적지 않은 숫자의 젊은이들이 징병을 피해 타국으로 도망가고 있고, 심지어 징병 사무소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진 경우도 있다 한다. 러시아는 전쟁 발발 이후 공식적으로 예비역을 징집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군 경험도 없고 징병 대상이 아닌 사람들도 징집하고 있다 한다. 이런 이들 중에 숨거나 도망가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또한 징병을 피해 동해상으로 한국에 입국을 시도한 러시아인의 이야기도 보도된 바 있다. 이들도 전쟁을 일으킨 국가에서 탈출한, 전쟁을 반대해서 한국에 난민을 신청한 엄연한 병역거부자들에 속한다.

하지만 이런 자극적인 보도 뒤에는 꾸준히 “평화의 밭”을 갈아온 러시아의 평화주의자들이 있다. 러시아의 독립언론 “메두자”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평화운동의 중요한 이니셔티브들을 소개했다. 여기에는 청년, 학생, 여성주의, 학계, 노동계, 성소수자 운동 등 다양한 분야의 그룹들 및 개인들이 있었다. 정부의 언론 통제와 탄압으로 조직화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텔레그램과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움직이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파업이 사실상 불가능한 러시아 체제 내에서 합법적인 병가 투쟁을 조직하거나, 지하 출판물을 통해 반전 여론을 선동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페미니스트 그룹은 현재 러시아 반전 운동의 핵심 축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의 평화운동단체 ‘양심적 병역거부 운동(Движения сознательных отказчиков)’은 병역거부에 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페이스북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에 업데이트 하고 있다. 또한 개인 사이에서 텔레그램과 다양한 경로를 통해 “병역을 피하는 법”이나 “대체복무를 선택하는 법”에 관한 정보가 퍼지고 있다 한다. 이러한 텔레그램 그룹에서는 “특정 전화번호는 받지 말 것(러시아는 징병관이 전화를 걸었을 때 응답을 하는 것도 징병에 응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가짜 질병 진단서를 발급받는 법”, “해외로 이주하는 법”등 징병에 대응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찾아 볼 수 있다.

또한 현재 러시아에는 이런 움직임 외에도 수감과 박해를 무릅쓰고 전쟁 반대와 평화의 목소리를 내는 “전쟁 저항자들”이 있다. 러시아의 평화수감자 지원 단체인 “검은 2월 Black February”의 웹사이트에는 반전 시위를 조직하거나 병역 거부를 선언했다가 기소되거나 수감된 이들의 명단이 공개되어 있다. 이들은 최대 5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러시아

러시아의 평화수감자 사샤 스코칠렌코, 많은 러시아인들이 비폭력적이고 평화적인 방식으로 전쟁에 저항하면서 기소되거나 구속되고 있다.

 

시간이 지날 수록,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병역거부자, 전쟁저항자들에 대한 국제 사회의 지지와 지원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전쟁은 언제 끝날 지 모를 지경에 이르렀으며, 전쟁이 끝난다 해도 전쟁을 반대하여 수감된 이들이나 전쟁에 협력하지 않은 이들이 어떠한 처벌을 얼마나 오래 받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과거 2차 대전이나 베트남전 시기에는 전후 수습 차원에서 이런 케이스들을 대거 사면하곤 했으나, 2023년의 러시아에서 이런 바램은 아직 요원한 일이 아닐까 한다.

러시아의 평화운동을 지지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해, 우리는 러시아의 평화활동가들에게 더 많은 지지의 의사를 보내야 한다. 독일에 망명신청을 한 러시아 병역거부자 마크로만코프는 이렇게 말한다.

군대로부터 도망치는 러시아인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그들이 스스로 조직할 수 있게 지원한다면 큰 도움이 될 거예요.

12월 2일 오후 7시, 전쟁없는 세상은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러시아의 병역거부자, 전쟁 저항자들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행사에 오지 못하는 사람들은 전쟁없는세상이 만든 온라인 페이지에 메시지를 남기면 러시아 병역거부자들에게 편지를 보낼 수 있다. 감옥 안 수감자들에게 밖에 있는 이들의 목소리는 이러한 어려운 시기에 더더욱 소중하다. 더 많은 이들의 목소리가 전쟁의 끝을 이끌어 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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