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 쥬(전쟁없는세상 활동가)

 

다음은 2023년 4월 8일 광주비엔날레에서 열린 ‘세대간 기후범죄 재판소: 멸종 전쟁’ 2일차 한화 그룹과 대한민국 국방부를 상대로 한 증거 재판에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쥬와 오리가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했던 내용입니다.

 

저는 전쟁없는세상에서 활동하는 쥬라고 합니다. 전쟁없는세상은 모든 전쟁은 인간성에 반하는 범죄라는 신념에 기초해 전쟁과 전쟁을 일으키는 다양한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활동하는 평화주의자∙반군사주의자로 구성된 단체입니다.

오늘 재판의 피고인은 한국 최대 무기회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등을 계열사로 가진 한화 그룹입니다. 한화 그룹은 한국 무기산업의 대표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한국의 무기산업이 일으키는 세대간 기후범죄에서 기업과 국가가 어떻게 공모해왔는지 밝히고자 합니다. 그들이 구체적으로 인간과 환경에 어떤 해악을 끼쳤는지는 뒤에 나올 증인들이 말씀해주실 것입니다. 

 

한국의 군사주의

한국 무기산업의 뿌리를 찾기 위해 역사를 간단히 돌아보겠습니다. 한국은 20세기 초부터 30년 넘게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 지배를 겪었고, 일본이 수행한 태평양 전쟁에도 많은 한국인들이 직간접적으로 휘말렸습니다. 2차 세계대전 종전과 함께 식민 지배를 벗어났으나 곧바로 두 개의 국가로 분단되었습니다. 1950년에는 국제 전쟁으로 번진 한국 전쟁으로 남한과 북한 모두 폐허가 되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국지적인 형태의 소규모 군사적 충돌이 이어졌고, 이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편 한국 군대는 1960년대와 70년대에 미국이 일으킨 베트남 전쟁에 대규모로 파병을 했습니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 한국인의 의식에는 군사력이 약하면 전쟁의 피해자가 된다는 약육강식의 관념이 자리잡게 됐습니다. 이는 한국 사회의 군사주의가 강화되는 데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한국 군사주의에 큰 영향을 미친 또 하나의 사건은 1968년 1.21 사건입니다. 북한군 31명이 청와대를 기습하여 박정희 대통령을 제거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입니다. 이를 계기로 향토예비군 창설, 전투경찰대 창설, 교련 실습 실시 등 학교, 직장, 사회를 전방위적으로 군사화하는 정책들이 실시되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무기공장 건설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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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대통령은 독자적인 자주국방태세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방위산업 육성 방침을 천명했다.

한국의 무기산업의 발전

1968년 2월 박정희 대통령은 무기공장을 이듬해 완성하겠다고 선언합니다. 이전까지 한국의 전력증강은 미국의 군사원조에 전적으로 의존했습니다. 이어 1970년 국방과학연구소가 설립되었습니다. 1973년에는 방위산업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해 무기산업 육성에 대한 기본 정책을 수립했습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세제상의 특혜가 부여되었습니다. 둘째 각종 자금의 융자 및 보조금이 운용되었습니다. 셋째 기술 인력에 대한 병역 특례조치가 이뤄졌습니다. 넷째 방산업체의 최저이윤을 보장했습니다. 이것이 방산업체는 최소한 망하지 않는다는 ‘방산불패 신화’로 이어졌습니다. 무기산업이 국가 주도로 성장하면서 정경유착, 과잉·중복투자, 독과점 구조 및 방산 비리 등 다수의 문제점도 발생했습니다. 

이후 한국의 무기산업은 정권에 관계없이 권력의 비호 아래 빠른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1974년 시작된 1차 율곡사업을 통해 소총, 박격포 등 기본병기의 국산화를 추진했습니다. 80년대에는 전차, 장갑차, 자주포, 전투기, 헬기 등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습니다. 90년대에는 신형 자주포, 지대공 유도무기, 어뢰, 전자전 장비 등 정밀무기를 완성했습니다. 2000년대에는 차기 전차, 고등훈련기, 잠수함 등 첨단 무기체계 중심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자주국방이라는 명분을 위해 내수에 집중하던 한국 무기산업은 2000년대 들어 수출 주도형 산업으로 변모하기 시작합니다. 한국의 무기수출은 규모에서 세계 8위를 기록하며 국가 신성장 동력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1970년대 탄약 및 부품류 수출에서 시작한 한국 무기수출은 2010년대 들어 전투기, 전차, 자주포 등 완제품 수출 위주로 변화하면서 다양화, 대형화되고 있습니다.

방위력개선사업 수행, 군수물자 조달, 방위산업 육성을 위해 2006년 설립된 국방부 산하 방위사업청은 현재 1,500여 개의 방산물자와 85개의 방산업체를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습니다. 특히 방위산업 육성을 위해 방산육성자금 융자 제도, 방산수출 지원, 국제 방산전시회 참가 지원 등의 정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중 방산전시회, 즉 무기박람회에 대해 더 살펴보겠습니다.

 

죽음의 시장, 무기박람회

한국에서는 매년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ADEX), 대한민국 방위산업전(DX KOREA),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국제치안산업대전(KPEX) 등 다양한 무기박람회가 열립니다. 여기서 육해공 군사무기와 경찰무기가 일반 시민들에게 ‘멋진’ 상품으로 둔갑됩니다. 더 큰 문제는 단순히 전시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무기박람회를 통해 세계에서 온 무기상인과 각국 군 관계자들은 서로 만나 수출 상담을 하고 실제 계약을 맺습니다.

작년 DX KOREA에는 20여 개국에서 ‘VIP’가 초청됐는데 절반 이상이 분쟁에 개입된 국가였습니다. 무기박람회의 ‘VIP’들은 전쟁국가의 대리인입니다. 전쟁범죄자들을 친히 초대해 세금으로 5성급 호텔에서 값비싼 밥을 먹이고 더 많은 사람들을 죽일 무기를 손에 쥐어주는 것이 무기박람회의 본질입니다. 무기회사들은 그들의 제품이 전쟁이 아니라 평화를 지키는 데 사용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쟁과 무력 분쟁, 인권탄압에 사용됨을 알고도 서슴지 않고 판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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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덱스(ADEX)를 비롯한 무기박람회에서는 각국 군 관계자들과 무기회사들 사이에 수출 상담과 실제 거래가 이루어진다.

한국의 무기수출 실태

한국의 무기회사인 한화, KAI, LIG넥스원, 현대로템, 풍산 등은 연간 수조 원, 수십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중 상당 부분은 수출로, 한국의 무기 수출액은 지난 10년간 연간 30억 달러 남짓하던 것이 2021년 72억 달러, 2022년 173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수출 품목도 K-2 전차, 장갑차,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T-50 고등훈련기, FA-50 경공격기, 천궁-II 지대공 미사일, 현궁 대전차 미사일, 잠수함,초계함, 호위함 등 다양합니다.

특히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국의 무기수출은 작년 124억 달러 상당의 폴란드 수출을 필두로 날개 돋힌 듯한 기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화, KAI, LIG넥스원, 현대로템 모두 매출에서 약 10~20%, 영업이익에서 약 40~140%의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는 러시아의 침공 이후 2배 이상으로 증가했습니다(2023년 4월 5일 기준). 

 

한국 무기산업의 문제점 1: 분쟁 지역으로 수출

이와 같은 한국의 무기산업에는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분쟁에 개입된 국가를 주고객으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이 지난 5년간 무기 수출을 해온 국가 중 국내외적으로 분쟁 중인 국가는 필리핀, 인도네시아, 인도, 이라크, 이스라엘이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국으로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된 국가로는 미국, 폴란드,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호주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예멘 내전 개입국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가 있습니다.

산업연구원이 2020년에 발표한 10대 방산 수출 유망 국가는 모두 최근 10년간 한국이 무기 수출 계약을 맺은 국가들입니다. 이중 호주를 제외하면 모두 ‘분쟁 가능성’이 중간 등급 이상으로 평가된 국가입니다. 여기서 분쟁 가능성은 테러, 영토분쟁과 같은 대외적 갈등요소 및 반정부시위 등 대내적 갈등요소 존재 여부 정도를 말합니다. 분쟁 가능성이 높게 평가될수록 수출 유망 국가로 뽑히는 데 도움이 됩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예멘 내전 개입과 인권 상황을 문제 삼아 무기 수출을 금지할 때, 한국은 분쟁을 기회 삼아 무기를 팔아먹는다는 태도를 공식적으로 취하고 있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가 전체 개발하고 LIG 넥스원이 생산한 대전차 유도미사일 현궁이 예멘의 후티 반군공격에 사용되었다. (출처@SAUD_POWER)

국방과학연구소가 전체 개발하고 LIG넥스원이 생산한 대전차 유도미사일 현궁이 예멘의 후티 반군공격에 사용되었다. (출처@SAUD_POWER)

 

한국 무기산업의 문제점 2: 비인도적 무기 생산, 수출 및 비축

한국 무기산업의 또 다른 문제는 비인도적 무기를 생산, 수출 및 비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확산탄(집속탄)과 대인지뢰는 무차별적인 살상과 민간인에 많은 피해를 입히는 특성으로 인해 대표적인 비인도적 무기로 여겨집니다. 현재 확산탄금지협약은 110개국, 대인지뢰금지협약은 164개국이 가입한 국제협약입니다. 미국, 중국, 러시아 및 한국을 포함해 소수의 국가만이 가입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은 16개 확산탄 생산국 중 하나입니다. 한국의 주요 무기회사인 한화와 풍산도 최소한 2012년까지 확산탄을 생산하고 수출했습니다. 한화는 확산탄 사업이 국제적으로 문제시되어 해외 사업에 지장이 되자, 그룹 전체의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확산탄 관련 사업을 지난 2020년에 분할 매각했습니다. 그러나 한화가 확산탄은 생산하지 않는다면서 여전히 확산탄 발사 체계인 천무를 생산하고 수출까지 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입니다.

한국군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수차례 발사한 적 있는 지대지 전술미사일 에이태킴스(ATACMS)도 확산탄두를 싣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확산탄을 사용한 적이 없다고 수차례 밝혔지만, 실전배치를 해놓고 실사격 훈련을 한다는 것은 유사시 비인도적 무기를 사용하겠다는 뜻입니다. 말하자면 유사시에 대비해 화학무기 사용 훈련을 하는 격입니다.

한국은 11개 대인지뢰 생산국 중 하나입니다. 대인지뢰의 주요 제조사인 한화는 2005, 2006년에 클레이모어 대인지뢰 약 2,000개를 뉴질랜드로 수출한 바 있습니다. 한화는 2011년에도 KM74 대인지뢰 4,000개를 생산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2019년 지난 5년간 대인지뢰를 생산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앞으로의 생산 계획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은 2008년 기준 40만 개 이상의 대인지뢰를 비축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후로 일부 물량을 폐기했다고 발표했지만, 남은 비축량은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2013년 공개된 문서에는 미군의 한반도 전시예비물자(WRSA-K)에 50만 개 이상의 대인지뢰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한반도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지뢰가 많이 매설된 지역 중 하나로 비무장지대(DMZ)에만 약 200만 개, DMZ 이남 후방지역에도 3천여 개의 대인지뢰가 매설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뢰로 인한 인명피해는 한국 전쟁 이후로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으며 피해자는 총 6,000명이 넘고 어린이·청소년이 60% 이상을 차지합니다. 

확산탄과 대인지뢰는 대표적인 비인도적 무기다. 한국은 확산탄금지조약과 대인지뢰금지조약에 모두 가입하지 않았다.

확산탄과 대인지뢰는 대표적인 비인도적 무기다. 한국은 확산탄금지협약과 대인지뢰금지협약에 모두 가입하지 않았다.

 

육해공 종합 무기회사 한화

1952년 한국화약주식회사로 시작한 한화는 한국 무기산업의 초창기인 1974년 방위산업체로 지정되었습니다. 이후 한국의 무기산업과 같이 발전을 거듭해오다 2015년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2016년 두산DST 등 타 그룹의 방산 부문을 차례로 인수하며 무기산업에 투자를 늘려갔습니다. 이는 현 김승연 회장의, 방산기업으로 사업을 시작한 선친의 유지를 잇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집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작년과 올해 한화디펜스와 한화방산을 흡수 합병했습니다. 지금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화는 이로써 우주·지상무기부터 해양무기까지 육해공을 아우르는 ‘한국의 록히드마틴’이 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최대주주는 (주)한화로 사실상 김승연 회장 일가가 지배하고 있고, 그외 대주주는 약 10%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이 있습니다. 

한화가 주력으로 생산하는 무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화력체계로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이 있습니다. K-9 자주포는 튀르키예, 폴란드, 핀란드, 인도,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호주, 이집트로 수출된 한국 무기수출의 주역입니다. 천무는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폴란드로 수출되었습니다. 기동체계로는 레드백 보병전투장갑차와 바라쿠다 차륜형장갑차가 있습니다. 바라쿠다 장갑차는 인도네시아로 수출되어 웨스트파푸아 주민들의 독립운동을 탄압하는 데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어서 대공체계로 비호복합 및 천마가 있습니다. 그외 레이더, 항공기 및 유도무기 엔진, 미사일 및 탄약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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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에어로스페이스의 비전 중 하나

 

기업과 국가는 기후범죄의 공범이다

무기산업은 막대한 자금의 소요, 고도한 기술 인력의 확보 및 수요와 공급면에서 독자적인 시장형태를 개척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무기회사는 태생적으로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을 필요로 합니다. 한국 정부는 70년대 이후로 무기산업 육성에 매진했고, 기업들은 그에 부응해 발전을 거듭해 왔습니다. 고로 그들의 범죄는 오롯이 정부의 책임도 아니고, 오롯이 기업의 책임도 아닙니다. 한국 정부와 무기회사들은 그들이 생산하고 판매한 무기에 의한 모든 기후범죄의 공동정범입니다. 

 


 

전쟁없는세상 오리입니다. 방금 전쟁없는세상의 여지우님께 한국의 무기산업, 특히 한화와 무기거래 실태에 관한 증언을 들었습니다. 이러한 무기산업과 무기의 이전 및 거래는 인간을 비롯한 지구 생명체 더 나아가 우주의 평화마저도 위협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두 분의 증언자가 이를 생생하게 증언해주실 것입니다. 두 분의 증언은 무기거래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보여줍니다. 과거에 이전된 무기가 현재를 사는 우리를 위협하고 지금도 열심히 거래되고 있는 무기는 저 멀리 웨스트 파푸아의 주민들의 정당한 저항을 억압합니다. 또 얼마나 많은 현재 거래된 무기가 미래의 지구생명에게 깊은 상처를 남길까요. 저는 이 중요한 증언에 앞서 오늘 우리가 한국의 무기거래를 대표해서 이 자리에 피고인으로 소환한 한화의 무기가 현재 예멘에서 저지르고 있는 악행에 대해 잠깐 추가하고자 합니다.

현재 진행 중인 예멘의 위기는 무기 거래가 어떻게 심각한 인권 침해를 조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 전쟁에는 한국의 국방과학연구소가 전체 개발을 맡고 유도탄 체계는 LIG넥스원이 발사대는 한화가 개발과 생산을 맡은 한국의 대전차유도미사일 ‘현궁’과 한화의 수류탄이 쓰였습니다. 정부나 한화 측에서는 예멘으로는 무기를 수출하지 않았다고만 말하고 정확히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볼 생각을 하지 않고 있지만 한국이 UAE에 무기 수출을 하고 있고 아크부대를 파병해 UAE 특전사를 훈련시키고 있는 점, UAE는 사우디가 이끄는 연합군 편에서 예멘 내전에 개입하고 있는 점,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경로로 한국산 무기가 흘러 들어 갔을 수 있다는 것이 저희가 추측하고 있는 정황입니다. 예멘 전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전쟁입니다. 분쟁 발발 이후 예멘에서는 민간인들이 폭력의 가장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수천 명의 사망자와 부상자를 발생시켰을 뿐만 아니라 수년간의 빈곤과 열악한 거버넌스로 인해 이미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예멘 분쟁의 당사자들은 대부분 한화와 같이 외부에서 공급받거나 조달한 무기로 민간인을 살해했습니다. 특히 한국과 같이 사우디 주도 연합군에 여러 국가들이 무기를 계속 공급하였고 분쟁이 시작된 이래로 이미 180억 달러(약 24조)가 넘는 무기가 판매되었습니다.

2016년 9월 예멘 후티 반군이 정부군으로부터 획득한 무기들에서 발견된 한화 수류탄 (출처 @YemeniObserv)

2016년 9월 예멘 후티 반군이 정부군으로부터 획득한 무기들에서 발견된 한화 수류탄 (출처 @YemeniObserv)

무기거래는 첫째 생명을 파괴합니다. 무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엄청나게 대량으로 생산이 되고 있습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매년 120억 개의 총알이 생산되는데 이는 전 세계 모든 사람을 두 번 죽일 수 있는 엄청난 양입니다.

둘째 무기거래로 일어나는 분쟁은 주거권, 건강권, 식량권, 교육권 등 필수적인 인권을 중대하게 훼손합니다. 병원, 주택, 시장, 교통 시스템을 파괴하여 생존자들을 빈곤으로 몰아넣습니다. 사람들의 삶이 파괴됩니다.

셋째 무기거래는 무력 분쟁뿐만 아니라 소위 평화시기에도 정치적 불안정을 야기합니다. 총기 폭력은 분쟁 지역에 거주하지 않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상적인 비극입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매일 5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총기로 인한 폭력으로 사망하고 있습니다.

저는 여기서 무기 거래가 여성과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따로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는 평화운동가 몇몇의 주장이 아니라 이미 한국정부도 가입하고 현재 당사국회의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무기거래조약(Arms Trade Treaty, ATT)의 위험 평가 기준에 젠더 기반 폭력(gender-based violence)을 포함시킴으로써 인식되고 있기도 합니다. 무기거래조약 7조 4항에 따르면 무기가 여성과 아동에 대한 젠더 기반 폭력 또는 심각한 폭력 행위를 저지르거나 조장하는 데 사용될 위험이 있는 경우 무기 이전은 불법입니다. 전쟁 그 자체뿐만 아니라 전쟁으로 인해 대규모 난민이 발생하고 그것은 특히 젠더 기반 폭력의 위험을 매우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무기거래조약 캠페인을 주도해온 컨트롤암스(Control Arms) 네트워크에 따르면 2015년 3월 예맨 전쟁이 시작되기 전보다 현재 예멘에서 여성, 특히 여성 청소년, 여성 여린이에 대한 폭력 사건이 70% 더 많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예멘전쟁을 9년 동안이나 지속시키고 지금도 끝이 보이지 않게 만든 것은 다름아닌 무기거래입니다. 따라서 무기거래는 예멘의 젠더 기반 폭력을 부추긴 원인입니다. 이것에서 한화와 한국정부는 절대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최근의 코로나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전체 국방비는 늘고 있습니다. 2020년 50조1,527억원, 2021년 52조8,401억원, 2022년 54조6,112억원입니다. 한국은 세계 10위권 정도의 무기 수입국이자 수출국입니다. 남북분단과 군사적 갈등은 오랫동안 이러한 무장화의 핑계거리가 되어왔고 경제가 어려워지는 것은 무기수출의 핑계가 되어왔습니다. 자주국방이라는 좌파민족주의의 담론 역시도 군사비 지출을 늘리는 것의 핑계가 되어 왔습니다.

이 자리에 선 우리 증언자들은 무기거래를 단순히 핸드폰이나 자동차를 사고파는 행위로 인식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을 호소합니다. 전쟁을 멈추고 싶다면 당장 무기거래를 중단해야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