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자유(병역거부자, 누구나 데이터 대표)

전쟁없는세상 주: 김자유님은 병역거부를 하고 11월 1일 대체복무 교육센터에 입소해 3년 동안 대체복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자유님이 교육센터에 입교하기 전에 전쟁없는세상으로 소견서를 보내주어 여러분과 함께 나눕니다. 김자유님이 왜 병역거부를 도전하게 되었는지, 영상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대학거부에 이어 군대거부에 도전하는 프로 거부러’ 영상 보기(클릭)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김자유이구요. 대학 거부에 이어서 군대 거부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사회혁신가들을 돕는 IT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어요.

 

병역거부의 계기는 무엇인가요?

군대를 거부하겠다고 처음 생각한 지는 꽤 됐어요. 전쟁과 폭력에 저항하기 위해서 실천운동의 일환으로 병역을 거부하고 감옥에 수감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전쟁없는세상에서 평화캠프 워크숍이라는 것을 매년 열거든요. 프로그램 내용이 좋다고 주변에서 추천을 많이 해주셔서 2014년에 참가를 했습니다. 그때부터 평화캠프에 두 차례, 예비 병역거부자 모임에 세 차례 참여했어요. 비폭력 평화주의 신념에 따라 병역거부를 하고 감옥에 다녀온 다양한 병역거부자들을 만나서 그들 각자의 병역거부 이유를 생생하게 듣게 됐어요. 그러면서 병역거부를 저의 문제로 고민하게 됐습니다.

군대는 20대가 되면 의무적으로 거쳐가는 통과 의례로 생각하잖아요. 군대를 다녀와야 진짜 남자가 된다고 여겨지기도 하고요. 저는 성장 과정에서 비폭력, 생태주의, 인권, 공존 이런 가치들을 지향하는 가치관을 형성하게 됐어요. 그런데 군대라는 공간은 이것과 정면으로 반대되는 훈련을 받는 곳이거든요. 제가 그 조직에서 일상을 보낸다면 저라는 사람의 내면이 완전히 파괴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개고기라는 음식은 없어져야 해”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개고기를 먹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거거든요. 내가 죽기보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면 하지 않을 자유가 있는 게 민주주의 사회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군대도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병역거부의 방법이 궁금해요

군대를 안 가면 원래는 병역법 위반으로 고발되어 약 1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 받고 교도소에 수감되어야 했어요. 그렇게 감옥에 다녀온 사람이 지금까지 2만 명이나 됩니다. 하지만 이제 제도가 바뀌었어요. 병역거부 운동의 성과로 인해 드디어 2020년에 대체복무 제도가 도입되었거든요. 이제는 자신의 신념이나 종교적인 사유로 군대에 갈 수 없다면 신청을 통해 대체복무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도 저의 가치관에 대해 몇 개월에 걸쳐 ‘대체역심사위원회’에서 까다로운 서류·면접 심사를 받아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대체복무 제도를 탄생시키기 위해 그동안 헌신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대체복무 제도가 생긴 지가 얼마되지 않아서 다른 나라의 대체복무 제도에 비하면 아직 미비한 것이 많습니다. 사실 사회복무요원(공익근무)과 동일하게 적용하면 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인권보다는 국민 감정을 고려하여 후퇴한 제도가 만들어지게 되었어요. 복무 기간이 지나치게 긴 문제, 복무 장소가 교도소로 한정된 문제, 합숙 복무를 강요하는 문제 등이 있고요. 그렇지만 앞으로 계속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대체복무에 관심을 갖고 선택한다면 더 빠르게 개선될 거에요.

 

과거에 또 다른 ‘거부’를 했다고 들었어요

저는 고등학생 때 대학 거부를 한 것에 이어서, 이번에는 군대 거부에 도전해보고 있어요. 중고등학생 때 비교육적이고 사회 불평등을 만드는 입시경쟁 교육, 그리고 그걸 떠받치고 있는 수능이라는 제도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고3이 되니까 결국 수능에 응시해야 하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개고기를 먹어야 하는 순간이 온 것이죠. 고민 끝에 먹지 않겠다고 생각을 했고요. 그래서 수능을 거부하고 대학에 진학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저와 같은 생각을 했던 또래 18명과 함께 수능날에 수능 고사장에 가지 않고 광화문 광장에 나가서 학벌사회와 입시경쟁 교육을 비판하며 ‘대학입시거부선언’이라는 타이틀로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그 이후에 ‘대학·입시 거부로 세상을 바꾸는 투명가방끈들의 모임’이라는 단체를 만들어서 활동도 했어요.

저는 고등학생 때 학생회 활동을 아주 열심히 했었는데요. 특히 학생인권 침해 문제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 당시 학생인권조례라는 게 생겨나던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학생인권조례라는 법이 생기고 나니까 학생들의 인권이 대폭 향상되고 학교 현장의 모습이 극적으로 바뀌는 것을 목격하게 됐어요. 사회가 바뀌고 제도가 바뀌니까 내 삶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구나, 하는 것을 살면서 처음 경험했던 시기였어요. 그때부터 세상을 바꾸는 데 시간을 쏟는 사람들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그들의 삶이 참 행복하고 보람되어 보이더라구요. 저도 그러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대학거부, 군대거부 외에도 ‘주어진 것’을 벗어나기 위해서 다양한 시도를 했어요. 공장식 축산에 반대하여 채식을 하거나, 지문날인 거부를 위해 주민등록증을 발급을 거부하기도 했고요. 제 이름을 ‘자유’로 개명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학이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 되어야 하듯이, 군대도 강제가 아니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대체복무 제도를 통해 그 길이 이미 열렸구요. 입대를 앞둔 남성이라면 누구나 신청을 할 수 있어요. 이미 군대를 다녀오신 분일지라도 예비군 훈련을 거부하고 대체복무로 갈음할 수 있는 방법도 제공하고 있어요. 군대에 대한 고민이 있는 분이라면 대체복무라는 선택지를 꼭 고려해보시면 좋겠어요.

병역거부자들이 병역거부를 하는 이유는 사실 간단하거든요. 우리 사회에 대한 상상력을 가져보자는 겁니다. 전쟁, 폭력, 복종, 차별, 남성중심주의 등 부조리를 가르치는 군대. 사실 누구든지 가고 싶어하지 않아요. 대다수의 남성이 이걸 경험하고 학습하고 사회에 대물림하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보면 좋겠어요. 당연한 걸 당연하게만 생각하기보다는 다른 방법이 있을지 상상하는 힘이 모여질 때 세상이 바뀌고, 내 삶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