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4일 윤석열 대통령은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을 주호주대사에 임명했다.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임 국방부장관을 주요국 주재 공관장으로 발탁한 이례적 인사인 데다,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입건된 범죄 피의자를 국외로 내보낸 것이다.

이종섭 전 장관은 대사 임명 직후인 6일 언론 보도를 통해 자신의 ‘출국금지’ 사실이 알려지자 하루만인 7일 공수처 조사에 응했다. 법무부는 조사 다음날인 8일 이 전 장관에 대한 출국금지 조처를 해제했다. 이종섭 전 장관은 10일 저녁 호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지 불과 엿새, 공수처 조사를 받은 지 사흘만이다.

범죄 혐의자를 도피시키기 위한 인사라는 비판에 대해, 이종섭 전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은 최근 호주와 대규모 무기 수출 계약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군사 및 무기산업 협력을 강화하려는 대통령의 의지라는 정치권 관계자의 말도 보도됐다. 호주는 2021년 K-9 자주포에 이어 지난해 국산 장갑차 레드백을 도입하는 등 한국과의 무기산업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호주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범죄에 가담했으며, 인도네시아의 웨스트파푸아 점령에 협조하고,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 무기를 이전하는 등 다양한 무력 분쟁에 개입하고 있는 국가이다. 이런 상황에서 호주와의 군사 및 무기산업 협력을 강화해 더 많은 무기를 팔겠다는 것은 분쟁에 불쏘시개를 제공하는 격이다.

범죄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를 도피성 출국시킨 것으로 모자라, 국가 간의 평화외교를 책임져야 할 자리에 무기장사를 앉히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은 주호주대사로서 적임자가 아니며, 그가 있어야 할 곳은 공수처 수사실이다.

2024년 3월 11일
전쟁없는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