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신 | 각 언론사 정치부·사회부 |
발 신 | 무기박람회저항행동 (담당 : 전쟁없는세상 쥬 활동가 02-6401-0514, peace@withoutwar.org /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이지원 간사 02-723-4250, peace@pspd.org) |
제 목 | [보도자료] 윤석열 정부의 ‘힘에 의한 평화’ 비판 & 무기박람회저항행동 출범 기자회견 |
날 짜 | 2024. 09. 25. (총 12쪽) |
보 도 자 료 | |
윤석열 정부의 ‘힘에 의한 평화’ 비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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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정부는 정권을 막론하고 방위산업 진흥을 위한 수출 정책을 펼쳐왔습니다. 그 결과 한국의 방위산업은 비약적으로 성장하여 현재 한국은 전 세계 무기 수출 10위(2019~2023) 국가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2027년까지 ‘세계 4대 방산 강국’ 도약하겠다고 발표하고, 2024년 방산 수출 목표로 200억 달러로 정했습니다.
- 그러나 문제는 한국이 무기를 수출한 국가 중 다수가 분쟁 중이거나 독재 및 인권 탄압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멘 내전 곳곳에서 한국산 무기가 발견되었으며, 미얀마 민주화 시위와 스리랑카 반정부 시위, 최근 방글라데시 반정부 시위까지 시위대 진압에 한국산 최루탄이 사용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10년간 이스라엘에 약 4,700만 달러(약 630억 원)어치 무기를 수출했으며, 집단학살이 격화된 지난해 10월 이후에도 최소 128만 달러(약 17억 6천만 원)어치의 무기를 이스라엘에 수출했습니다.
- 정부의 방위산업 육성과 무기 수출은 점점 더 강화되고 있으며, 이를 위한 방위산업전시회도 매해 확대되고 있습니다.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대한민국 방위산업전(DX KOREA) ▷대한민국 국제방위산업전시회(KADEX)▷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이순신방위산업전(YIDEX) ▷국제치안산업대전(KPEX)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행사들이 개최되는 지역도 경기, 충남, 경남, 부산 등 다양합니다. 9월 25일부터는 대한민국 방위산업전(DX KOREA)가 10월 2일부터 6일까지 충남 계룡대에서는 대한민국 국제방위산업전시회(KADEX)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 한편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해 온 윤석열 정부는 9월 3일부터 10월 11일까지 “‘힘에 의한 평화’를 직접 체험·공감할 수 있도록 ‘국민 참여형 행사’”로 ‘K-밀리터리 페스티벌’을 진행하고 있으며, 10월 1일 국군의 날에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서울에서 대규모 시가행진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상대를 위협할 군사력을 과시하는 행렬은 위기를 더욱 고조시키고, 군비경쟁의 악순환을 불러올 뿐입니다.
- 무기 산업의 비윤리성을 알리고 무기 전시회 반대 활동을 펼쳐왔던 <아덱스저항행동>은 <무기박람회저항행동>으로 이름을 변경하여 무기 거래와 다양한 의제를 연결하고, 연대의 범위를 넓혀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무기박람회에 대응하고자 합니다. 이에 9월 25일(수) 오전 11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여 윤석열 정부의 ‘힘에 의한 평화’와 한국의 방산 진흥 정책의 문제점을 짚고, 향후 계획 등을 발표하였습니다.
- 무기박람회저항행동은 지난 2013년부터 <아덱스저항행동(Stop ADEX)> 이름으로 활동해 온 시민사회네트워크입니다. 해마다 늘어나는 무기박람회에 대응하여 연대의 폭과 활동의 범위를 확대하여 무기거래의 비윤리성을 알리고,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는 정책 활동 등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 프로그램
- 사회 : 이지원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활동가)
- 발언1. 신재욱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활동가)
- 발언2. 쥬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 발언3. 희음 (멸종반란 활동가)
- 발언4. 김재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발언문 대독
- 성명문 낭독
▣붙임문서1. 기자회견문
전쟁의 고통을 돈 벌 기회로 삼는 무기산업에 반대한다
‘K-방산’이 연일 회자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방부를 ‘방위산업부’로 만들자는 말까지 했다. 방위산업이라는 이름은 무기를 방어용으로 생각하게 하지만, 방어용 무기는 언제나 공격용으로 사용 가능하며, 똑같이 생명을 살상하고 파괴를 일삼을 수 있다. 아무리 포장해 봤자 방위산업은 무기산업일 뿐이다.
어느샌가부터 한국 글로벌 상품을 수식하는 ‘K-’가 방위산업 앞에 붙기 시작했다. 세계화된 한국의 무기산업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누군가는 국익이나 미래 먹거리, 국위 선양의 관점을 내세운다. 최근 유럽까지 한국 무기의 수출길이 확장되는 것을 보고 ‘민주주의의 무기고’라며 치켜세우기도 한다. ‘K-방산’이라는 용어는 문재인 정권 때부터 쓰였지만, ‘K-무기’는 그 전부터 세계 곳곳에서 사용되어 왔다.
미국 싱크탱크인 케이토 연구소(Cato)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한국의 무기수출국 중 약 69%가 무기판매위험국, 즉 부패와 불안정성, 국내 인권 상황, 분쟁 개입 등에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국가들이다. 예멘 내전에서, 미얀마, 스리랑카, 필리핀, 방글라데시, 태국 등의 민주화/반정부 시위 진압에서, 한국산 무기와 최루탄과 물대포 등의 시위 진압 장비가 사용되었다. 심지어 2014년 가자지구 분쟁 시기를 포함한 2013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의 대이스라엘 무기 수출액은 313만 달러에서 824만 달러로 약 3배 증가했다. 지난 10월 가자 학살이 격화된 이후로도 최소 128만 달러의 무기를 수출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탄압에 한국산 무기가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 무기 수출액은 2022년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 전쟁은 그 시공간에 있는 모든 생명에게 고통과 슬픔을 드리우지만, 무기산업에 있어 전쟁은 기회이자 성장의 동력, 그리고 무기의 성능을 입증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된다. 실제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은 분쟁 가능성이 높은 국가들을 방산수출 유망국가로 꼽았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평가했다. 윤석열 정부는 ‘2024년을 K-방산 도약의 해로 만들겠다’고 발표하며, 올해 무기 수출액 200억 달러를 달성하겠다고 한다. K-방산의 도약을 위해선 더 많은 위기가 필요하며, K-무기가 더 많이 수출될수록 세계 곳곳에서 더 많은 슬픔과 고통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 전 세계는 점점 더 많은 위기에 휩싸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은 여전히 난망하다.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은 레바논으로까지 확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두 개의 전쟁이 가속화한 지정학적 불안과 강화된 진영화는 세계 각국의 군비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다. 2023년 세계 국방비는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한국 정부 역시 ‘즉·강·끝’(즉각, 강력히, 끝까지)과 ‘힘에 의한 평화’를 외치며 어떤 조심스러움도 없이 그 진영화된 위기의 흐름에 그대로 편승하고 있는 중이다. 동북아 진영화에 따른 전쟁 위기와 북핵 위기가 심화되는데 그를 완화하기 위한 어떤 외교적 방안도 전무한 상태다.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을 맞아 성대하게 열리는 ‘K-밀리터리 페스티벌’ 행사 역시 비군사적 방안을 평화 구축으로 향하는 방안에서 제외시킨다. 전쟁 무기의 위용을 드러내는 국군의 날 시가행진과 계룡대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되는 대한민국 국제방위산업전시회(KADEX), 계룡대 지상군 페스티벌, 그리고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각종 전승기념 행사는 국가적 위기를 강조하며 이를 타개할 수단이 오로지 군사력 강화밖에 없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강조한다. 동시에 ‘K-방산’을 언급하는 여러 언론들은 연일 이 전지구적 위기야말로 각종 무기 개발을 통한 ‘K-방산’의 호재이자 국익에 부합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보도한다.
위기의 강조는 평화뿐 아니라 민주주의 역시 위협한다. 현재 남북의 점증하는 군사적 위기 상황은 어느 한쪽의 잘못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일방의 책임만을 내세우게 되면 적에게 찬동한다고 간주되는 국가 내부의 비판 세력 역시 적으로 간주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의 독재정권 역사에서 익히 일어났던 일이다. 정부를 비판하고 힘에 의한 평화가 아닌 다른 대안적인 평화를 주장하는 세력을 ‘공산전체주의 세력’이나 ‘검은 선동 세력’으로 매도하는 것이다.
위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전쟁과 기후위기의 깊은 상관관계가 이야기되어 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2년 동안 배출된 온실가스의 양은 자동차 9천만 대가 1년 동안 배출하는 양이며, 네덜란드의 한 해 배출량을 초과한다. 이는 무기 생산과 공급, 사용까지의 거대한 탄소 집약적 활동인 무기산업뿐 아니라 전쟁에서 발생하는 여러 파괴와 이후 이어지는 재건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 역시 포괄한다. 전 세계의 군사비가 증가할수록 당연하게도 추가적인 탄소 배출이 증가하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제한된 기후 비용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혹자는 ‘친환경’ 무기를 대안으로 이야기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인 전쟁과 그를 뒷받침하는 무기산업 등의 전쟁 준비를 멈추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오늘 출범하는 무기박람회저항행동은 전쟁의 고통을 돈 벌 기회로 삼으며 오히려 위기를 심화시키는 무기산업에 반대한다. 무기산업을 통한 군사력 강화는 국익과 평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쟁위기와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행위일 뿐이다. 무기박람회는 전쟁장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무기거래의 가장 주요한 현장이다. 박람회장에서 각국의 국방 담당자와 유수의 무기 상인이 천문학적인 비용이 적힌 계약서를 주고받는 동안 일어나는 것은 더 많은 죽음과 파괴이며, 더 나은 삶을 만들기 위한 자원의 탈취다. 무기박람회저항행동은 2013년부터 시작된 아덱스저항행동을 넘어 전국 단위에서 이와 같은 무기산업을 비판하고 죽음의 시장이나 다름없는 무기박람회 중단을 위한 활동을 펼쳐나갈 것이다.
2024년 9월 25일
무기박람회저항행동
(국제민주연대, 기후위기 앞에 선 창작자들, 기후위기기독인연대,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멸종반란, 부산문화다양성교육연구소 딛다, 부산어린이어깨동무, 부산참여연대, 비폭력평화물결,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전쟁없는세상, 정의당 대전시당, 참여연대, 탄소잡는채식생활네트워크, 평화인권교육센터, 플랫폼C, 피스모모, 한베평화재단)
▣붙임문서2. 발언문 / 신재욱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활동가)
안녕하세요.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활동가 신재욱입니다. 저기 앞에 보이는 전쟁기념관 이야기로 발언을 시작하겠습니다. 전쟁기념관에는 북한의 군사 도발실이 있습니다. 전시장 이름처럼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여러 북한의 군사 도발 사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백미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전시입니다. 연도별로, 미사일 유형별로 북한이 미사일을 얼마나 많이 발사했는지가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2014년부터는 거의 매년 미사일 발사가 있었는데, 그 중에 딱 하나 비어있는 해가 있습니다. 바로 2018년입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움직였을 때죠. 한미연합훈련도 잠시 중단되었습니다. 그리고 2022년부터 급격하게 미사일 발사 횟수가 증가합니다.
전쟁기념관 전시의 한 가지만 더 이야기하겠습니다. 한국전쟁의 발발은 북한의 기습남침이었습니다. 이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국전쟁의 시작을 이야기할 때 사용되는 소위 ‘평화로운 남한의 새벽에 북한이 갑자기 쳐들어와서 전쟁이 시작되었다’는 말은 조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1949년 1월 소련군과 미군이 38선에서 철수하면 한국전쟁 발발 전까지 38선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남한은 서로 군사적 침범을 했습니다. 와중에는 중화기를 사용하는 꽤 큰 규모의 교전도 있었습니다. 양측 모두 400에서 500여회 정도 서로가 침범했다고 주장합니다.
전쟁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지 않습니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부터 서로를 향하는 군사 행위가 계속되고 그것이 심화되다가 특정한 계기를 통해 전쟁이 발발합니다. 정말 평화롭게 지내다가 적이 갑자기 쳐들어왔다는 기억을 갖게 되면,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는 적을 막기 위해 상시적으로 군사력을 강화한다는 주장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전쟁을 과정으로 이해한다면, 군사적 위협이 더 높아지기 전, 외교와 같은 비군사적 방안을 통해 위협을 관리하면서 서서히 위협을 낮추고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끔 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전시에 딱 하나 빠져 있던 2018년 같은 경우가 그렇습니다. 그 전에도 남북의 평화 상황이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 행사, K-밀리터리 행사를 보면 분명히 존재했었던 남북의 평화 상황을 다시 기억하고 기념하는 행사는 전무합니다. 전쟁 무기의 위용을 드러내는 시가행진, 무기산업전시회, 지상군 페스티벌, 각종 전승기념 행사는 적의 위협을 강조하면서 군사적인 방식으로만 평화를 이룰 수 있다는, 즉 ‘힘에 의한 평화’에 입각한 현 정부의 기조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다시 전쟁기념관 이야기로 발언을 마치겠습니다. 저 앞에 보이는 원형의 광장 이름은 평화의 광장입니다. 그 정중앙에는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기억하라는 문장이 적혀 있습니다. 그 문장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전쟁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에 따라 관점이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다른 문장을 말해보고 싶습니다. 평화를 원한다면 평화를 기억하라. 오랜 분단의 역사에 남북 간 군사적 대치가 압도적으로 많은 기간을 차지하지만, 분명히 평화적인 상황이 찾아오는 시기도 있었습니다. 남북의 서로를 향한 군사행위가 점입가경으로 치달으면서 평화를 상상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기야말로 평화가 찾아왔던 시기를 기억하고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분석하고 현 상황에서 어떻게 그런 평화를 만들 수 있는지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왜 K-방산, 무기박람회에 반대하나 / 쥬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작년 9월, 지난 정권에서 열리지 않았던 국군의 날 기념 시가행진이 건군 75주년을 맞아 부활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또 다시 국군의 날 시가행진이 진행된다고 합니다. 그동안 5년에 한 번 열렸던 시가행진이 2년 연속 열리는 것은 80년대 이후로 처음입니다. 그걸로 모자라 9월 3일부터 10월 11일까지 K-밀리터리 페스티벌이 열립니다. 장장 한 달 반 동안 지상군 페스티벌, 군문화 페스타, 각종 전승행사 등 31개 행사가 열립니다.
이렇게 보여주기식 행사로 끝이었다면 그나마 다행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무기를 만들어 보유할 뿐 아니라 열심히 수출까지 하는 나라입니다. 한 해 20~30억 달러 남짓하던 한국의 무기 수출 수주액은 재작년을 기점으로 100억 달러를 훌쩍 넘어 200억 달러를 넘보며 ‘K-방산’ 열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폴란드, 미국 등에 무기를 수출하고, 사우디, UAE 같이 전쟁범죄에 책임이 있는 독재 국가와 인도네시아, 필리핀 같은 분쟁 국가에도 무기를 수출합니다.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을 저지르고 있는 이스라엘도 예외가 아닙니다.
전 세계를 군비 경쟁과 군사적 갈등의 위협에 빠뜨리는 무기산업의 중추이자 축제가 바로 무기박람회입니다. ‘역대 최대 규모’를 자임하는 무기박람회 KADEX가 올해 처음으로 계룡대에서 열립니다. 짝수 해마다 열리는 지상군 박람회 DX KOREA가 이미 있는데 말입니다. 이 낭비적인 행사에 국민의 세금이 얼마나 들었는지 정보공개청구를 해봤지만 방위사업청은 비공개로 일관했습니다. 얼마나 많은 예산과 인력이 낭비되는지 공개조차 되지 않는 행사가 민간 무기회사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열리는 것입니다.
KADEX에는 국내외 무기 회사 300곳 이상이 참여합니다. 이중 세계 1위 무기회사 미국의 록히드 마틴은 F-35 등 주요 무기체계를 이스라엘에 수출하고 있고, 프랑스의 사프란은 이스라엘군에 팔레스타인 점령지에서 사용되는 지문 스캐너 등 장비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분쟁 지역에서 무기가 발견된 국내 기업 한화, 현대, LIG, KAI 등을 비롯해 우크라이나에 포탄 우회 공급 의혹을 받았던 풍산, 비인도적 무기 확산탄 생산기업 코리아디펜스인더스트리도 참여합니다.
이러한 행사는 ‘안보’라는 이름 아래 전쟁과 폭력의 지속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사용됩니다. 한국 정부는 무기 수출로 이윤을 쌓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무력으로 평화를 실현할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을 퍼뜨리고 있습니다. K-방산에 대한 선망과 ‘힘에 의한 평화’라는 거짓 신화를 깨지 않고서는 우크라이나, 팔레스타인 등에서 일어나는 전쟁을 막을 수 없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K-방산의 선전장인 무기박람회에 반대하는 이유입니다.
무기박람회저항행동 출범 기자회견 발언문 / 희음 (멸종반란& 우주 군사화와 로켓 발사를 반대하는 사람들)
저는 며칠 전 10월에 있을 <우주산업과 우주 군사화에 관한 전국 토론회> 준비를 위해 대전과 논산으로 답사를 다녀왔습니다. 논산 확산탄 공장에도 다녀왔는데, 공장 앞에서 반대 투쟁 대책위의 설명을 듣는 30여분 동안 귀를 막고 발 밑에 진동이 오는 걸 견뎌야 할 정도의 굉음을 네 차례나 들었습니다. 공장은 낮은 풀숲으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풀숲에 앉았던 새들이 경악하듯 날아올랐습니다. 무기 공정 및 실험 과정에서 나는 소리였을 테지만 놀란 마음에, 이게 대체 뭐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책위 측에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알지 못했습니다. 다만 말이 안 되는 건 이뿐만이 아니라는 답을 했습니다. 안전 적재 범위를 완전히 초과한 과적의 화약을 실은 대형트럭이 하루에도 몇 번씩 공장을 드나든다는 것입니다. 트럭이 적재한 화약은 폭발하게 되면 마을 하나를 날리고도 남는 양이라 했습니다.
공장 인근의 농민과 주민들은 그렇게 죽음을 안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계속 그렇게 살 수는 없어서 누군가는 떠났고 누군가는 생업을 포기한 채 논산시청 앞에서 매일 10시간 넘도록 농성을 합니다.
힘을 키우기 위해 무기 공장을 만들 때, 이 힘이란 누구의 힘인 것일까요? 왜 한쪽에선 죽음을 이야기하는데 왜 한쪽에선 이 죽음을 통한 힘 기르기를 이야기할까요? 무기 공장에서 만들어진 무기가 죽이는 것은, 전쟁과 학살의 현장에 있는 이들뿐만이 아닙니다. 무기 공장이 밀고 들어간 지역에서 살아가는 이들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그런데도 왜 누군가는 힘에 의한 평화, 무기에 의한 평화를 말하는 것일까요? 평화를 누리는 자로 호명되는 생명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것일까요? 그 나머지는 처음부터 내쳐진 존재인 것일까요? 경제적으로 가난하고, 변두리에 산다고 간주되고, 목소리가 희미하거나 없다고 여겨지는 존재들 말입니다.
전쟁 기술은 점점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이미 우주산업과도 긴밀히 이어져 있는데, 공격과 학살 범위를 지정하는 데 위성이 광범위하게 이용되기 때문입니다. 군과 우주산업과의 관계는 그 기원부터 문제적입니다. 미국 우주 프로그램의 시작은 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이 100여 명의 나치 과학자와, 공학자를 데려오고, 전쟁에서 유럽을 폭격하기 위해 개발했던 V2 로켓 100여개를 비밀리에 들여오면서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우주산업의 시작부터가 군의 주도로 개발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쟁 너머 세상(World Beyond War)과 우주의 무기와 핵에 반대하는 글로벌 네트워크 이사회에서 활동하는 백구한 씨는 근래에 군사주의와 고래의 관계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연중 실시되는 수백 건의 해군 연습으로 매년 수만 명의 고래가 피해를 입고 죽는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마을을 살리기 위해 마을을 파괴해야 한다”는 논리가 미 국방부에 지배적이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고래에게 가장 치명적인 요소는 잠수함을 탐지하는 데 사용되는 소나(sonar, 수중 음파 탐지기)인데, 고래들은 소나의 음파를 피하기 위해 수백 마일을 도망치는 데 온 힘을 쓰고 심지어는 해변에 스스로 몸을 던지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급격한 수압의 변화로 이들의 눈과 귀는 피로 범벅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백구한에 따르면 고래는 바다에서 연간 2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격리하는 놀라운 역할을 합니다. 브라운대학교 왓슨연구소의 전쟁비용 프로젝트(Costs of War Project)의 논문에 의하면 이는 2001년부터 2017년까지 16년 동안 미군이 배출한 12억 톤의 탄소의 두 배에 달하는 놀라운 양입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백구한은 우리를 구하는 것은 전쟁이나 무기, 우주산업이 아니고 바로 고래라고 말합니다.
지금 여기에 이미 와 있는 기후위기 앞에서, 지구와 인류에 대한 고래의 쓸모를 들어 이야기하는 것이 윤리적이지 않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이것은 핵심이 아닙니다.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 땅과 바다 위에서 모든 것을 나누어 얻어 써야 할 인간/비인간 동물, 숲과 나무의 삶이 군사주의와 자본주의, 식민주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전쟁기술과 무기, 항공, 우주산업에 의해 송두리째 뿌리 뽑히고 있다는 점입니다. 서로를 구할 힘과 가능성조차 박탈당한 채로 죽임당하고 쫓겨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힘에 의한 평화는 바꾸어 말하면 폭력에 의한 평화입니다. 죽임에 의한 평화이며, 누군가를 죽임당하도록 내버려둔 결과로 얻는 평화입니다. 누가 이에 동의했습니까? 누가 이를 묵인하고 종용합니까? 진실을 안다면 그것이 당신은 아닐 것입니다.
무기박람회저항행동 출범 기자회견 발언문 / 김재섭(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안녕하십니까.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김재섭입니다. 빵과 칼국수의 도시에서 발언문으로 연대의 인사를 드립니다.
대전이라는 도시는 최근까지는 노잼도시로 유명했지만 최근에는 빵의 도시로 자리매김한 것 같습니다. 전통적으로는 칼국수의 도시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대전은 카이스트와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있고, 꿈돌이로 기억되는 엑스포가 있던 도시로, 과학의 도시로 스스로를 자임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또 동시에 대전은 방위 산업 도시로 새로운 경제 동력을 확보하고자 노력하는 도시입니다. 방위사업과 무기수출의 주무부서이기도 한 방위사업청이 올해부터 대전 이전을 시작했고, 지방정부도 이에 화답하며 무기산업의 활성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분쟁과 전쟁, 그리고 그로인한 피해와 학살에 한국의 무기가 사용되고 있다면 대전도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입니다.
대전광역시는 꾸준히 국방산업 관련 기관과 기업을 유치하는데 힘을 쓰고 있습니다. 유성구 일원에는 안산 첨단 국방산업단지를 유치하여, 국방산업 클러스터를 활성화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2024년 예산에도 국방로봇산업 진흥 육성 사업에 124억원, k 방산 생태계 활성화 사업으로 2억원, 방산 혁신클러스터 사업으로 51억원을 책정했습니다. 그 외에도 무기를 생산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부터 다양한 무기 수출 기업들이 위치해있습니다. K 무기 수출 규모 증가에 힘입어 지역에서는 지역의 먹거리로 무기산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전뿐 아니라 근처 논산에서는 확산탄 공장 설립이 추진되고 있고,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10월에는 계룡과 대전에서 KADEX 가 열린다고 합니다. 무기 산업의 윤리문제, 우리나라에서 판매한 무기의 사용처, 전쟁과 분쟁으로 인한 피해자들에 대한 고민은 없이 수출 통계로만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시민들에게는 전쟁의 위험성과 일상의 파괴에 대한 언급 없이 ‘멋진’, ‘훌륭한’ 우리 무기라는 이름으로 전시되고 가족단위 관광객의 관광상품이 됩니다. 이대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전에 거주하고 있는 시민이자 시민사회활동가입니다. 대전 시민으로서 한국 무기수출과 무기산업에 대한 문제제기가 참 어렵기도 합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아래 지역의 시민사회가 오랫동안 주장해온 내용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방사청은 예산규모도 크고, 연계 업체도 많을 수밖에 없는 방위 산업을 주관하는 주무청이기에, 지역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인프라 개선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세계 시민으로서 타인의 죽음을 먹고 성장한 대전시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한국은 전쟁의 참혹함을 경험했고, 그로 인한 끝없는 증오의 연쇄를 직접 느끼고 있는 당사자입니다. 대전이 밀가루가 유명한 것 역시 원조 물자로서 밀가루 물자 공급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랬던 우리가 또 다른 학살과 증오를 만들어내는 데 동참해서는 안됩니다. 방위산업 일반을 부정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쟁범죄에 동조하지 말것을 촉구할 수는 있습니다. 우리가 추구해야할 국방산업의 방향은 시민의 일상을 지키기 위한 국방정책이어야 합니다. 죽음의 무기상 역할을 당장 중단하기를 촉구합니다.
우리는 전쟁을 반대합니다. 평화는 전쟁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평화를 사랑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전쟁을 미워해야 합니다. 지역사회에서 평화를 위한 노력에 함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