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준서 (함부르크대학교 지속가능성미래센터 연구원)

 

유엔인권이사회는 매년 세 차례 정기회의를 개최하여 여러 인권사안에 대한 결의와 보고서를 검토하고, 채택한다 (결의는 투표로 채택). 올해 첫 회기에는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에서 무기이전이 인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가 채택되었다. 해당 보고서는 (1) 국제법을 근거로 무기이전이 인권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방지, 대응, 경감하기 위한 국가 및 민간행위자의 역할을 명시하고, (2) 그러한 역할이 현실에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상황을 5가지 유형으로 정리하며, (3) 무기이전 문제가 인권규범이 작동하지 않는 ‘무법지대’가 아니라는 점을 상기하면서 추가 조사 주제들을 제시했다.

 

국제법상 무기이전 관련 국가 및 민간행위자의 역할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여러 국제법은 일관적으로 중대한 인권침해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행위자들에게 무기 이전을 금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무기거래조약(Arms Trade Treaty)’와 ‘제네바 4협약(four Geneva Conventions of 12 August 1949)’는 실제 행위의 발생 여부와 별도로 국제인권법을 위반하는 행위가 벌어질 수 있는 곳으로 무기이전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는 ‘제노사이드방지협약(Genocide Convention)’도 비슷하게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노사이드방지협약을 비롯해 ‘시민적 및 정치적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국제관습법에 따라 국가와 비국가행위자는 침략행위, 자결권 침해, 인종차별 및 아파르트헤이트 등 중대한 인권침해를 조장하거나 지원하는 공모 행위도 금지하고 있다. 무기를 이전하여 중대한 인권침해를 저지르거나 공모한 국가는 국제인권법상 재발방지 대책 마련과 피해보상 의무를 다해야 하며, 사전에 이러한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국가통제체계, 통제목록, 합법적인 절차, 기록관리, 무기의 수출, 이전, 이송과정 관리체계, 무기의 유출 등 조치를 다해야 한다. 한편 민간행위자, 특히 기업의 역할은 ‘유엔 기업과 인권에 관한 이행원칙(Guiding Principles on Business and Human Rights)’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이에 따르면 기업은 국제인도법과 국제인권법을 준수하여 분쟁상황에서 인권침해를 저지르거나 공모하지 않기 위해 성관주의의무(due diligence)를 포함한 인권정책과 실사절차를 마련하고, 실사결과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고 중대한 인권침해를 저지른 기업의 대표, 간부, 종사자는 개별 법적책임에 직면할 수 있다.

 

국가 및 민간영역의 역할 규정과 현실 사이 괴리

부정부패와 이해관계 충돌 방지 미흡

무기산업 내 만연한 부정부패와 이해관계 충돌, 공공의사결정에 무기산업 관계자들이 미치는 엄청난 영향력은 심각한 인권문제이다. 여러 대형 무기생산자들은 로비, 후원, 회전문 인사 등을 통해 정치인들과 결탁하여 공공의사결정을 왜곡하고 비대칭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또한 이들은 불필요하게 비싼 무기를 판매하여 무기수취국이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 달성할 역량을 저해한다.

 

금지된 무기이전 긴급제한조치 미흡

국제적십자는 최근 각국 정부가 표명한 국제인권법 준수 및 무기거래조약 같은 국제법 존중 의사와 달리 현실에서는 수많은 무기가 이러한 법률을 위반한 채로 이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록 무기수출 전 위험평가를 규제하는 국내법이 여러 나라에 존재하지만, 실제로 국제법과 일관성 있는 방향으로 그러한 규제가 집행되는지 여부는 나라마다 상이했다. 현실에서 많은 나라들이 중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는 미얀마, 이스라엘, 수단, 남수단, 예멘으로 무기를 이전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무기수출 위험평가 결과를 공개하지 않아 정확히 구체적으로 어떠한 기준으로 위험을 판별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으며, 무기이전은 외교정책과 결부하여 동맹국들의 압력에 따라 위험평가보다 정치적 고려에 따라 이뤄지는 경우도 많다.

 

민간행위자의 인권 존중 미흡

민간행위자는 무기산업 전반에 걸쳐 여러 핵심 역할을 하고 있으며, 국가는 직간접적으로 민간 무기회사의 지분을 소유하고 무기수출입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따라서 무기산업 기업활동은 국가의 인권의무 측면도 동시에 고려되어야 한다.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전략적 사업이전(strategic offshoring)이라는 명목으로 무기생산과 수송 및 판매를 결합한 형태의 사업을 규제가 덜한 나라에서 진행하면서 새로운 문제들이 대두하고 있다. 예를 들어 본국에서는 무기이전이 금지된 나라로 무기이전이 가능해지기도 한다. 또한 어떤 기업들은 제3국에서 무기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하여 해당 기술의 원소유기업과 본국 정부의 영향력에 구속받지 않기도 한다. 미얀마, 이스라엘, 예멘 등 여러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무기이전으로 인한 부정적인 인권영향은 합법적인 무기이전으로 인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무기수출 대국에 본사를 둔 세계 10대 무기생산기업들은 인권정책 또는 선언문을 발표했지만, 이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국제인권법을 준수하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또한 이들을 지원하는 은행, 기타 금융기관, 보험회사, 투자회사들의 책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부재한 상황이다.

 

금지된 무기이전 방지 의무 이행 미흡

무기이전이 인권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은 부분적으로 수출과 기타 법집행 수단, 국제협력에 기반한 국가통제제도 수립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수단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무기생산 기업들에 대한 효과적인 법률 규제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 기업의 지속가능성 선관주의의무 지침(EU CSDDD)’는 이중용도 규제대상 또는 무기, 군수품, 전쟁물자 수출통제에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많은 나라들이 자국 영토 안에서 발생하는 무기의 이동을 적절히 규제하지 않고 있으며, 이는 국제법에 반하는 행위이다. 최근 벨기에에서는 환경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활용하여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로 무기를 불법수출한 기업들에 대한 형사고발 조치가 2건 진행되었다. 다만 무기수출과정에서 발생한 범죄행위에 대한 조사, 기소, 처벌이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기업이 직접 기소된 사건은 더욱 희박하고,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사법절차에서 반영되지 않고 있다.

 

사법정의 접근 미흡

사법정의 접근은 무기이전 결정에 대한 책무 이행여부를 검토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임에도 특히 실제 수출과 무기이전 허가에 대한 정보접근 제한으로 인해 소송 진입장벽이 매우 높다. 예를 들어 가자지구 출신 시민 5명은 독일 베를린행정법원에 독일이 이스라엘로 특정한 전쟁무기 수출을 중단하도록 가처분조치를 신청했다. 그러나 이미 무기수출이 이루어졌다는 이유로 소송은 기각되었으며, 원고 측은 어떤 무기가 수출되었는지 파악할 수 없었다. 이에 패소한 원고 측은 신규 무기허가에 대한 정보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행정부의 핵심권한이자 기밀 및 안보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요청을 기각했다. 또 다른 소송 장벽으로는 피해자 지위 인정 문제인데, 예를 들어 네덜란드와 영국은 소송자격에 제한을 두지 않는 반면 많은 나라들은 직접 피해자만이 소송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는 실제 사용 여부와 무관하게 심각한 위험을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무기 이전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는 국제법과 상충하며, 주로 제3국에 거주하면서 취약한 상황에 놓인 피해자들이 사법 접근권을 저해한다. 법원이 무기허가 결정을 적절하게 검토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점 또한 장벽으로 작동한다.

 

보고서 권고

본 보고서는 다른 보고서와 달리 많은 권고안을 담고 있지 않으며, 권고안 또한 추가 조사를 위한 주제들을 제시하는 데에 그치고 있다. 이는 아마 유엔인권이사회 차원에서도 무기이전 문제를 이제서야 다루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기이전은 인권규범이 적용되지 않는 ‘무법지대’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으며, 국제사회 차원에서 무기이전이 인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적극적인 조사와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향후 유엔인권이사회는 권고안에 따라 다음 주제들에 대한 조사를 계속해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 각국 정부가 위험평가를 포함하여 입법과 행정조치 등을 통해 금지된 무기의 이전을 중단하기 위해 도입한 조치들
  • 민간행위자의 관련 정책 및 효과적인 선관주의의무 절차를 포함해 인권존중을 위해 실행하는 조치들
  • 각국 정부가 무기산업 규제, 무기 이동 및 이송 통제, 국제법상 금지된 무기이전의 조사, 기소, 처벌 등 제3자로 불법 무기이전를 방지하기 위해 취한 조치들
  • 불법 방지와 책무 증진에 필수적인 요소로서 사법접근, 효과적인 피해구제와 무기수출에 대한 사법감시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들

 

논평

본 보고서에서 적극적으로 다루어지지 않은 사안들 중 두 가지 문제를 추가하자면, 디지털 및 AI, 항공우주 등 소위 신기술의 발전과 확산으로 인한 ‘전쟁의 자동화’가 인권규범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과 국가인권위원회를 포함해 정부 부처와 지역인권기구 등 국가인권메커니즘의 역할 부재를 꼽을 수 있다. 또한 본 보고서는 무기이전의 인권기준 부합여부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국제인도법이 그러하듯 자칫 ‘인권 기준에 부합하는 무기 이전’을 합리화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흘러갈 수 있다는 한계도 있다. 그럼에도 인권공동체 안에서 무기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그 자체로 충분한 의의가 있다.

한편 한국은 2025년부터 2027년까지 통산 6번째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을 맡아서 활동 중이며, 무기거래조약, 바세나르협정 가입 등을 내세워 ‘책임 있는’ 무기수출국을 자임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본 보고서에서 설명하고 있는 국가와 기업의 국제법상 역할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이다. 인권이사국으로서 보고서의 지적들을 뼈 아프게 받아들여 적극적인 개선조치를 실시하고, 더 나아가 ‘합리적인 무기이전’을 넘어 군축을 통한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