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전쟁없는세상 ‘기후위기와 군사주의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이 글은 녹색전환연구소에서 4월 30일에 진행한 ‘월간 녹색전환’ 행사에서 발표한 발표문입니다. 당시에는 아직 각 당의 대통령 후보가 결정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이제 대통령 선거가 20일 안쪽으로 남은 시기인 만큼 기후위기 극복, 특히 그중에서도 기후위기를 가속시키는 군사부분의 탄소 배출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 각 당과 후보들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최정민(오리)라고 하고 ‘전쟁없는세상’의 캠페이너이자 비폭력 트레이너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전쟁없는세상’은 최근 기후위기에 대한 군사부문의 책임에 관한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이 캠페인의 일환으로 대선 후보들에게 몇 가지 중요한 질문을 드리고자 합니다.
오늘 제가 대선 후보들에게 던지고 싶은 질문은 군사부문과 기후위기의 관계입니다. 여러분은 알고 계십니까? 군사부문의 탄소배출량이 세계 4위라는 사실을.
만약 전 세계 군대가 하나의 국가라면, 그 나라는 미국, 중국, 러시아 다음으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국가가 됩니다. 2022년 SGR(Scientists for Global Responsibility)와 CEOBS(The Conflict and Environment Observatory)의 연구에 따르면, 군사분야의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5%에 달합니다. 이는 민간 해운(3%)과 민간 항공(2%)을 합친 것보다 많은 양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협약인 파리협정 체제에서 군사분야 배출량 보고는 ‘의무사항’이 아니라 각국의 ‘자발적 선택사항’ 입니다. 군비 지출이 큰 국가들은 보고 의무를 회피할 근거가 됩니다. 마치 거대한 코끼리가 방 안에 있는데, 아무도 그것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후보님들께 묻겠습니다.
첫째, 국방부의 탄소배출량을 집계하고 보고할 계획이 있으십니까?
녹색연합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 군사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약 388만 톤CO2eq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같은 해 공공부문 전체 배출량인 370만 톤보다 많은 수치입니다. 국방부도 이 배출량이 “표본 조사에 기반을 두어 산출된 것으로 실제 배출량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어, 실제 배출량은 이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공공부문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 운영 등에 관한 지침」에 따라 ‘국가 안보, 국방과 직결되는 시설’은 목표관리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국방부 본관과 일부 시설만 배출량 통계에 포함될 뿐, 대부분의 군사시설과 장비는 통계에서 빠져 있습니다.
그러나 영국, 독일, 캐나다 등 여러 국가들은 이미 자발적으로 군대의 탄소배출량을 측정하고 공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 국가는 국가안보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군사활동의 환경 영향을 공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후보님들은 한국군의 탄소배출량을 투명하게 측정하고 보고하는 체계를 구축할 의지가 있으신지요?
둘째, 국가 기후위기 대응 정책에 군사부문을 포함시키고, 국방부 내 기후위기 전담 부처를 설치할 계획이 있으십니까?
현재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과 법안에서 군사부문은 사실상 빠져 있습니다. 「공공부문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 운영 등에 관한 지침」제8조 제2항은 목표관리에서 제외된 공공부문의 경우에도 온실가스 감축 및 에너지 절약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방부의 답변에 따르면, 현재는 ‘에너지절약 추진 지시’에 기반한 각 군별 계획 수립과 분기별 에너지 사용량 보고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는 중대한 사각지대입니다. 환경부가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에 포함시키는 군사부문 배출량 통계(‘미분류 부문’)는 2017년 기준 3,188.8천톤CO2eq로, 이는 전체 국가 배출량의 0.4%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녹색연합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실제 군사부문 배출량은 이보다 훨씬 많습니다.
미국, 영국 등 일부 국가들은 이미 국방부 내에 기후변화 대응 전담 부서를 설치하고, 군사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한 나토(NATO)는 2022년에 군사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45%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습니다.
후보님들께 묻습니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와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에 군사부문을 명시적으로 포함시켜 구체적인 감축 목표와 이행 방안을 수립할 의향이 있으십니까? 그리고 국방부 내에 기후위기 전담 부처를 설치할 의지가 있으신지요?

무기박람회 2017 아덱스 행사장에서 진행한 블랙이글스의 에어쇼 사진. 전쟁 무기 생산, 군대의 훈련 과정, 전쟁 수행 등 전쟁과 전쟁 준비의 모든 과정에서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고 이는 기후위기를 가속화합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제대로 된 대책도, 아니 대책 마련을 위한 기본적인 조사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습니다.
셋째, 전쟁과 기후위기의 연결고리에 대한 후보님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전쟁은 인명 피해만 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전쟁은 환경 재앙입니다. 탱크, 전투기, 미사일 등의 운용은 막대한 양의 화석연료를 소비합니다. 폭격으로 인한 도시 파괴와 재건은 엄청난 탄소를 배출합니다.
가장 극명한 사례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들 수 있습니다. 유엔총회 산하 ‘이스라엘 조사 특별위원회’가 2024년 11월에 발표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작년 10월 7일 하마스 공격 이후 2만 5천 톤의 폭탄을 가자에 투하했습니다. 이는 핵폭탄 2개에 맞먹는 위력입니다. 이로 인해 가자의 식수와 위생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되고, 농경지는 황폐화되었으며, 유독성 물질로 인한 환경 오염이 심각해졌습니다. 유엔은 이러한 환경 파괴가 앞으로 수 세대에 걸쳐 가자 주민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런 대규모 폭격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과 환경파괴는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대합니다.
한국 역시 이에 책임이 있습니다. 이스라엘에 무기를 수출하고 있으니까요. 우리가 판매한 무기가 가자지구의 민간인 학살과 환경파괴에 사용된다면, 이는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우리의 노력을 무색하게 만드는 일이 아닐까요?
더욱 우려되는 점은, 많은 후보들이 방위산업 진흥과 무기 수출 확대를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무기 생산과 수출 확대는 전 세계적 군비 경쟁을 촉진하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탄소배출과 환경파괴를 초래합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방위산업 확대가 가져올 환경적 영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또한 우크라이나 우회 지원을 통해 전쟁을 연장시키는 것이 기후위기 대응과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지도 질문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질문들을 종합하여 묻겠습니다
진정한 기후정의는 평화 없이 실현될 수 없습니다. 군사주의와 기후위기는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후보님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군사부문의 개혁과 평화 구축을 어떻게 연결시킬 계획이신지요?
우리는 지금 두 가지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하나는 (핵)전쟁의 위협이고, 다른 하나는 기후재앙입니다. 둘 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합니다. 이 두 위기를 함께 해결하는 비전을 가진 후보가 필요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