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만나다] 끔찍했던 경찰폭력과 시위진압무기, 이걸 수출한다고? – 박래군과 민주주의 이야기

인터뷰이: 박래군(인권재단 사람 이사), 인터뷰어: 열쭝(전쟁없는세상 후원회원)

계엄은 성공하지 못했고, 내란을 끝장내기 위해서 국회 앞에서 광화문에서 집회가 이어졌다. 광장의 시민들은 혹한을 견뎌야 했지만, 경찰의 폭력진압을 두려워하진 않았다. 경찰무기가 민주주의를 가로막는 시대는 적어도 아직은 한국의 현실로 되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이웃나라 시민들에겐 이러한 악몽이 생생한 현실이다. 이들을 가로막는 경찰들의 손에는 한국산 시위진압무기가 있다.

태국·스리랑카·인도네시아 등의 시위 현장에서는 ‘메이드 인 코리아’ 무기가 활약하고 있다. 2010년 이후 한국산 시위진압무기 사용으로 최소 10개국에서 적어도 80명 이상이 죽음에 이르렀다. 특히 정부가 한국산 무기산업, 소위 ‘K-방산’에 힘을 쏟으면서 시위진압무기 수출도 힘을 받고 있다. 전쟁없는세상이 ‘한국산 시위진압무기 감시 및 수출 저지 캠페인’에 나선 이유다.

올해 본격적인 캠페인에 들어가면서, 전쟁없는세상은 연속 인터뷰를 진행한다. 시위진압무기가 어떤 고통과 억압을 만드는지 생생하게 지켜보았던, 그리고 이에 용감하게 맞섰던 사람들을 만난다. 이들의 이야기는 ‘시위진압무기가 수출되어선 안 되는 이유’를 밝히는 증언이다. 첫 번째로 만난 사람은 박래군 4.16재단 운영위원장. 그는 80년대부터 지금까지 묵묵하게 인권운동 현장을 지키면서 숱한 경찰무기를 마주했다. 2000년대 이후에도 대추리·쌍용차·용산참사 등 경찰의 폭력진압으로 사람들이 다치고 숨진 사건마다, 박래군은 그 자리에 있었다. 참 한결같은 사람 박래군에게 ‘시위진압무기의 추억’을 물었다.

 80~90년대에 집회 시위 현장에서 겪었던 시위진압무기 중에 어떤 게 기억나세요?

일단은 최루탄이 있죠. 그 중엔 일명 ‘지랄탄’이라고 불리던 다연발탄도 있고, ‘사과탄’은 근접거리에서 손으로 던지는 거고, 이한열 열사를 숨지게 한 ‘깡통탄’은 발사기에 넣어서 쏘는 거예요. 최루탄을 한번 쏘면 그 일대가 연기로 다 뒤덮여요. 손수건으로 막고 물로 씻어내고 나중엔 눈가나 콧등에 치약도 발라보지만, 별 소용이 없죠. 숨도 못 쉬고 다 토해낼 때는 딱 ‘이러다 죽겠구나’ 싶어요. 그런데 첫 발로 쏜 최루탄이 제일 고통스럽고 두 번째부터는 좀 나아지더라고요. 그러니까 또 계속 시위를 하는 거죠. (웃음)

그거 말고도 그때 경찰들은 곤봉도 쓰고 쇠파이프도 들고 학생들과 대치할 때는 돌도 많이 던지고. 돌은 우리도 같이 던졌지. (웃음). 나중에는 방패 끝을 날카롭게 갈아서 사람을 찍었는데 그게 정말 공포스러웠어요. 방패에 맞으면 사람들이 픽픽 쓰러져나가요. 아, 또 물대포도 있었고.

그런데 경찰무기의 종류도 그렇지만, 진압부대도 중요했어요. 똑같은 무기를 써도 일반 시위진압 부대랑 (폭력진압으로 유명한) 서울시경찰청 제1기동대 소속 1001~1003중대는 다르거든요. ‘백골단(시위진압 임무를 수행하는 경찰부대)’은 또 다르고. 그리고 같은 부대라도 상관이 “모두 잡아들여!”라고 하는 것과 “막기만 해”라고 하는 경우는 다르죠.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에는 “특별히 잔인한 군인들이 있었던 것처럼, 특별히 소극적인 군인들이 있었다”는 문장이 있죠. 시위를 진압하는 경찰들도 그렇게 사람마다 달랐나 봐요.

그렇죠. 어떤 경찰은 시위자들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해요. 유가족들 앞에선 더 그렇죠. 고개도 못 들고 심지어 울기까지 하고. (지휘자가 있는) 뒤에 가서는 좀 쥐어맞았을 지도 몰라요. 반면에 정말 악랄하게 진압하는 경찰은 표정부터 티가 나요. 시위대에 눈을 부라리면서 욕도 하고요. 끝까지 쫓아와서 체포하는데, 여성들 머리채를 잡아서 패대기치고 쓰러진 사람을 마구 짓밟고. 그런 경찰이 잡으면 방어용이어야 할 방패도 공격무기로 변하는 거예요.

수없이 많이 시위진압무기를 마주했을 텐데, 어떤 현장이 가장 기억에 남나요?

대추리예요. (미군기지 이전을 위해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의 토지 수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에 저항하던 주민들과 활동가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한) 2006년 5월 4일 ‘여명의 황새울’ 작전, 그때가 제일 끔찍했어요. 저는 지도부라서 경찰과 직접 대치하지는 않고 피신했지만, 상황은 지켜보고 있었거든요. 그때 경찰들이 거기서 저지른 폭력은 어마어마했어요. 주민들과 활동가들이 모인 대추분교 벽에 피가 낭자할 정도였죠. 그 무렵엔 진압의 폭력성이 많이 누그러졌지만, 대추리는 그런 경향에서 벗어나 있어요. 경찰도 초기엔 그렇게 막무가내가 아니었는데 몇 차례 대추분교 침탈을 시도하면서 수위가 높아졌죠. 마지막엔 대추리가 군사시설로 지정되면서 군경이 함께 들어왔고요. 아, 끔찍했어요.

농사를 못 짓게 하기 위해 농수로를 파괴하려고 온 포클레인을 활동가들과 함께 점거하고 막아선 박래군(포클레인에 앉아서 발 뻗고 있는 사람). 대추리 투쟁으로 박래군은 여러 차례 연행되었고 구속되었다. 사진제공: 박김형준

끔찍한 폭력을 여러 차례 겪었는데, 혹시 경찰무기 때문에 생긴 경험한 트라우마나 피해는 없나요?

다행히 나는 피해라고 할 건 별로 없어요. 어릴 때부터 잡혀가니까 맞는 요령이 생겼거든요. (웃음) 일단 손으로 머리를 막으면서 최대한 웅크리는 거예요. 어떤 상황에서도 머리는 보호해야 하니까. 그런데 지금도 미행당해서 잡혀가거나 군대에 끌려가서 맞는 꿈을 가끔 꿔요. 꿈을 자주 꾸지도 않고 그때 생각도 잘 안 하는데 말이에요. 나도 모르게 기억들이 새어 나오는 거죠. 그리고 방어적인 태도가 생겼어요. 꼭 시위할 때가 아니어도 ‘우리 쪽 사람들에게 피해가 안 가도록 해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게 있어요. 경찰 진압을 피하는 과정에서 유가족이나 동료, 후배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을 계속하니까 그게 성격처럼 굳어진 것 같아요.

경찰무기는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사회운동 전반에도 영향을 크게 미쳤죠. 경찰의 물리적 폭력에 저항하다 보니 시위대 역시 각목이나 짱돌을 들게 되잖아요. 또 자연스럽게 남성이 앞줄에 서게 되면서 운동 내에서 여성의 역할이 소외되었고요.

제가 81학번이니까 80년대부터 집회 시위 현장에 있었는데, 경찰과 시위대의 폭력 수위가 점점 서로 상승하더라고요. 처음에는 ‘경찰에게 돌을 던질 거냐. 말 거냐’ 이걸로도 정말 고민이 많았어요. 그 논쟁이 정말 치열했죠. 그런데, 1981년 11월 25일이었어요. 그땐 학내 시위를 자주 안 해서 날짜도 기억나요. 그날 어떤 학생이 시위를 주동하다가 학생회관 4층에서 떨어졌어요. 경찰을 피하다 그랬는지 어쨌는지, 이유는 정확히 몰라요. 하여튼 그 학생을 들쳐업고 병원으로 옮기려 하는데, 경찰이 사과탄을 던진 거예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눈이 돌아버렸어요. 너무 자연스럽게 투석전을 하게 되는 거죠.

그래도 내 기억에 82~83년까지는 화염병이 없었어요. 돌이랑 각목만 썼죠. 85년에 제대하고 복학하니까 애들이 화염병을 만들고 있더라고. 나중에 87년 노동자대투쟁 무렵에는 쇠파이프도 썼고요. 이렇게 우리의 대응 수위가 높아지는 만큼 경찰의 진압 수위는 더 높아졌고요. 그러다가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해서 “이제는 최루탄 안 쏘겠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도 화염병 쓰기가 어색해진 거죠. 그러면서 문화가 좀 달라지긴 했어요.

돌아보면 시위진압무기가 사회운동에 미친 영향은 참 심각한 것 같아요. 운동에 군사문화가 깊이 들어왔죠. ‘전사들의 조직’이다 보니까 젠더의식은 찾아볼 수 없고 다양성에 대한 고민도 들어볼 수 없었어요. 동료를 존중하면서 함께 토론하는 게 아니라 지도부의 불합리한 지시를 그대로 따라가고. 남성 중심적으로 활동하니까 여성은 보조적인 역할만 맡게 되고. 그런데 알게 모르게 나도 그런 문화에 젖었더라고요. 인권운동사랑방에서 활동할 때 지적도 많이 받았어요. 사랑방 활동가들이 또 그런 거는 안 봐주잖아.(웃음)

80년대와 비교하면 확실히 지금의 집회 시위가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불법이었던 시위가 합법화되었어요. 청와대 100m 앞 집회나 시위도 이전까진 불법이었다가 2016년 촛불집회 때부터 가능해졌잖아요. 그리고 요즘에는 경찰이 시위진압 수칙을 어느 정도 지키려 해요. 안 지키면 인권운동가들이나 변호사들이 바로 문제를 제기하니까요. 경찰들의 인식도 좀 달라진 것 아닌가 싶고요. 이번 비상계엄 때 일반 군인들은 (사령관들과) 사고가 달랐잖아요. 마찬가지로 경찰들도 상관의 폭력진압 지시를 그대로 따르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래도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는 없죠. 지난 정권에서 정부가 건설노조나 화물연대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상황에 따라서 혹은 상관의 지시에 따라 경찰의 진압방식이 후퇴할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이렇게 경찰의 진압방식이 바뀌고 경찰무기 사용이 제한되기까지는 인권운동의 끊임없는 저항이 있었죠.

인권운동이 경찰무기만 목표로 삼은 것은 아니고, 경찰의 폭력진압을 막고 집회시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활동했어요. 예를 들면 1998년 ‘법대로 하자! 불심검문’ 캠페인이 있죠. 당시만 해도 중무장한 경찰들이 거리에서 지나는 시민들을 함부로 검문하곤 했어요. 경찰이 자기 소속이나 성명도 밝히지 않고 이유도 설명하지 않은 채 무차별적으로 시민을 검문하는 것은 불법인데 말이에요. 인권운동이 이에 대해 문제제기하면서 경찰의 불법적인 행태를 법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왔어요. 그렇게 시민들도 경찰과 공권력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게 되었고요. 시민의 인식이 달라지면서 정치권에도 영향을 미쳤죠. 그런 성공들이 축적되어서 경찰의 진압방식이 달라지고 경찰무기도 달라진 것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 한번에는 안 되더라고요. 아주 점진적으로 변화한 거죠.

전쟁없는세상 사무실에서 인터뷰 중인 박래군. 현재 경향신문에 ‘박래군의 인권과 삶’을 연재하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한국에서는 경찰무기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외국에는 ‘한국산 경찰무기’가 수출되고 있습니다. 특히 최루탄이 대표적 ‘상품’이고요.

최루탄이 수출된다는 사실은 80년대부터 알았어요. 그때는 삼영화학이 최루탄을 만들고 수출도 했어요. 한국이 필리핀에 최루탄을 수출했다가 너무 독해서 반려됐다고, 그런 얘기도 돌았고요. 우리끼리 “역시 한국 최루탄이 독하구나. 거의 살상무기야.”, “아무리 돈벌이가 좋아도 최루탄은 아니지 않냐?” 그런 대화를 했던 기억도 나네요. 그러다가 한국에서 최루탄이 안 쓰이게 되면서 경찰무기에 대한 문제의식이 흐지부지되었어요. 그런데 요새도 한국이 최루탄으로 외화벌이를 하고 있다고 하니까 ‘아니, 아직도 그걸 수출한다고?’ 싶더라고요.

지금 한국 사회는 ‘K-방산’ 실적을 자랑스러워하는 분위기예요. 다른 나라의 전쟁을 ‘무기 수출의 호재’, ‘방산 테마주 상승기’로만 인식하는 경향도 있고요. 같은 맥락에서 시위진압무기 수출도 국익으로만 여기는 사람도 많을 것 같아요.

경찰무기는 대부분 시위진압용이고, 결국 그 나라 시민들의 인권을 억압하는 수단이죠. 거기에 한국의 무기가 일조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우리가 미국의 무기 수출을 비판할 자격이 있을까요? 나름 한국이 세계의 민주주의를 선도한다고 ‘K-민주주의’라고 하는데, 그러면서 동시에 경찰무기를 수출하고 ‘K-방산’을 자랑할 수는 없는 거죠.

그런데 이걸 어떻게 잘 문제제기해서 ‘우리의 문제’로 만들 수 있을지….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우리는 대한민국의 틀에 갇혀서 다른 나라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경향이 있어요. 게다가 뭐든 수출만 하면 박수 받는 지금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더욱 어렵죠.

그래서, 한국 경찰무기로 인한 피해사례가 구체적으로 수집되고 더 널리 알려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문제가 너무 숨겨져 있잖아요. 더 피해가 커지기 전에 한국에도 국제사회에도 이런 실상이 알려져야죠. 그래야 한국이 경찰무기 수출을 주저하게 만들 수 있고, 국내에서도 경찰을 제어할 힘이 생기지 않을까요?

한국의 시위진압무기 수출 문제를 잘 몰랐거나 혹은 알았더라도 큰 관심은 없는 한국 시민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세요?

우리도 참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쳤고, 그렇게 민주화 과정을 밟았죠. 지금 한국의 최루탄이 수출되는 나라의 민중들도 똑같은 고통을 겪을 수 있어요. 세계적 민주주의 흐름에 한국이 걸림돌이 되면 안 되잖아요? “같은 고통을 겪은 사람으로서 목소리를 내자. 연대의 마음을 갖고 함께 문제를 제기하자” 그렇게 제안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