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김정현 (지역 활동가)
나의 고향 성남에는 어린 시절부터 푸른 하늘에 다양한 비행기가 있었다. 집에서 일어나다 문득 본 창밖에서도, 학교 수업이 끝나고 하교하는 길에서도, 도심을 가로지르는 동네의 탄천에서도, 작은 점으로 보이는 형태들은 나의 일상 지근거리에 있었다. 이 점들 사이에는 다소 어두운 비행기도 존재하였다. 너무나도 익숙한 그것이 군용기라는 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 알게 되었다.
군용기는 종종 땅과 가깝게 날아 그 모습을 보이고는 하였다. 옅은 회색빛을 띄는 비행기는 지면을 향해 고개를 내밀었다. 길을 걷던 평범한 날, 군용기가 유독 낮게 날았었다. 나를 향해 떨어질 것 같은 비행기는 하늘을 뒤덮는 소리를 내며 동네에 위세를 보였으며, 그 압도적인 등장은 마치 전쟁이 나면 어떠할지 보이는 예고편과도 같았다.
굳이 공군에서 남들에게 알리지도 않거니와 군대와 동네가 경제 등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지 않은 지역의 특성상, 군 공항은 나에게 일상 속에 있는 공간은 아니었다. 다만 서울공항에서 에어쇼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 존재를 종종 상기할 뿐이었다. 공항이 생각보다 가깝다는 사실은 그 곳을 직접 지나가면서, 또한 산을 올라가면 보이는 활주로를 통해 알게 되었다.
성남시는 시민들에게 서울공항에서 열리는 서울 ADEX 방위산업 전시회에 무료입장이 가능함을 홍보하고 있다. 시민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이곳에 즐겁고 행복한 기억을 담기 위해 방문할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경험이 장기적으로 좋은 것으로 기억될까?
나는 군사주의를 확산하고 전범세력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해당 행사에 대한 지원 철회를 촉구하는 민원을 보냈다. 이에 성남시는 ‘성남시 서울 ADEX 협력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에 관한 조례’를 언급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 도모’ 및 ‘지역 경험 및 홍보 효과’를 위해 이를 추진하고 있음을 재차 밝혔다.
방위사업 전시회를 군사적 요소와 거리가 먼 지역의 문화와 관광지원과 연결하는 게 과연 효율적인지, 군부대에서 진행될 뿐만 아니라 도시와는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지리적 한계를 가진 상황에서 성남에 오래 머문다는 게 실질적으로 자연스럽게 가능할 지 여러모로 의문이다. 외부에서 온 일반인들에게 성남은 서울공항이 존재하는 곳,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며 어차피 이들은 차로 5분만 가면 있는 서울 등으로 빠르게 빠져나갈 것이다. 성남시의 원대한 목표와는 다르게, 해당 행사를 지원하는 건 인권적으로도 실리적으로도 큰 이득이 되지 못할 것이다.
더군다나 국제적으로 지탄받는 집단학살 주범, 이스라엘 군사업체가 전시회에 참여할 계획이다. ‘성남시 서울 ADEX 협력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에 관한 조례’ 제5조 제2항에 따라 전시회의 대부분의 내용에 관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를 후원하는 건 집단학살이 별 일 아니라는 간접적인 의사를 내보이기 매우 좋은 상황이다. 전범세력에게 돈과 기회를 주는 건 회피하는 게 아니라, 직접적인 지원이자 공생이다.
성남시는 재개발을 이유로 고도제한 완화를 부르짖으며 군사적 이점을 약화시키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에 감응하듯 지역에는 ‘고도제한 해제 없는 에어쇼는 의미 없다’며 이를 결사반대 한다는 현수막이 내걸리기도 했다. 성남은 시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군사행위의 제약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면서도, 실질적으로 더 급박한 생명권에 대해서는 침묵한 채 방위사업의 확장을 위한 행사에 행정력을 동원하는 모순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평화를 수호하고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성남은 나서야 한다. 성남시는 해당 전시회에 대한 후원을 즉각 중지하라. 이스라엘 등 전범세력과의 교류와 이들을 지원하는 사업 구상을 하지 말아야 한다. 군사업체와의 협력으로 지역을 활성화한다는 위험한 사고를 멈춰야 한다. 성남시의회는 군사행위를 합리화하는 ‘성남시 서울 ADEX 협력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에 관한 조례’를 즉시 폐지하고, 전범세력 및 군사세력과의 협력을 중단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켜라.
에어쇼에서 볼 수 있는 군용기는 공항을 넘어 도심을 휘저을 것이다. 군용기가 지나가는 길 아래에는 수백만의 생명이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군사적 퍼포먼스에 압도되기에 앞서 하늘을 바라보아도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삶터가 필요하다. 진정한 평화는 힘에서 나오지 않는다. 무력에 집착하는 사회는 민주적 소통의 중요성을 무시하게 되며, 결국 이 땅에 사라가는 모든 이들의 삶을 흔들 것이다.
군복 입은 사람들이 전국을 돌아다니는 게 자연스러운 나라, 군용기가 동네 한복판을 지나가도 낯설지 않은 동네에 살아가고 있다. 군사적인 상징을 매우 쉽게 볼 수 있는 곳에서 오락으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마저 진행된다면, 우리에게 평화의 정의는 왜곡되어 새겨질 것이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구호물품을 전달하려던 한국국적 해초 씨는 이스라엘군에 나포되었다. 그가 전달하고자 한 물품은 단순한 물건을 넘어 진정한 평화를 누리고자 하는 인간의 절박한 외침이다. 지역에 관심이 있고 지구촌 모든 곳의 불행이 사라지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사람으로서, 성남시가 그의 항해를 집중하여야 함을 강하게 요구한다. 우리는 올해도 그리고 격년에도 피로 새겨진 축제에서 즐겁게 웃고 싶지 않다. 성남시민은 진정한 평화를 누릴 권리가 있다.
이 캠페인은 바보의나눔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