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오는 17~24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과 일산 킨텍스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무기 박람회 서울 아덱스(ADEX,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25가 열린다. 아덱스는 겉으로는 국가안보와 경제 발전, 첨단기술 개발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세계 각국의 무기업체들이 모여 살상무기를 전시하고 거래하는 죽음의 시장이다.
올해 아덱스에는 더욱 심각한 문제가 있다.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에 직접 가담한 이스라엘 국방부와 주요 무기 기업들이 대거 참가한다는 사실이다. 이스라엘은 2023년 10월 이후 가자지구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지금까지 6만7천명이 넘는 사람들을 살해했다. 사망자의 상당수는 여성과 어린이였다. 인구 200만명이 넘는 가자지구 주민들은 반복적으로 피난길에 올랐고, 병원과 학교, 주거 시설 등 기반 시설의 80%가 파괴되었다. 국제법과 인도주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한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은 유엔과 국제 시민사회, 제노사이드(민족 말살) 연구자들에 의해 ‘집단학살’로 규정되고 있다.
이런 참상을 만든 전쟁범죄 가담 기업들이 더 많은 무기를 팔겠다며 한국에 오고 있다. 엘빗시스템의 드론 ‘헤르메스 900’은 2014년 가자지구 폭격에 투입되어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을 살상했다. 지난해에는 ‘헤르메스 450’이 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 차량을 추적, 폭격해 활동가 7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IAI)의 무인기 ‘헤론 티피(TP)’는 가자 공습에서 “중추적 역할을 했다”고 회사가 직접 밝혔다. 라파엘은 자사 드론 ‘스파이크 파이어플라이’로 비무장 민간인을 살해하는 장면을 홍보 영상으로 내보내 공분을 샀다. 이들의 무기는 ‘팔레스타인 실험실’에서 살상 능력을 입증받았다며 선전되었고, 그 결과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한국 정부 역시 가해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국은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이 본격화된 뒤에도 군사 협력과 무기 수출을 이어왔다. 한국이 이스라엘의 전쟁범죄에 기여한 셈이다. 국제사회는 이미 단호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프랑스는 항공우주 무기 박람회인 파리 에어쇼에서 이스라엘 기업의 공격형 무기 전시를 금지했다. 영국도 지난달 세계적 무기 박람회 디에스이아이(DSEI)에 이스라엘 대표단을 초대하지 않았다. 폴란드에서는 무기 박람회에 참가한 이스라엘 무기 회사 직원이 학살 연루 혐의로 억류되기도 했다. 국제사회가 이스라엘 무기 회사의 활동을 옥죄고 무기 수출을 제한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이 문제는 이미 시민들이 강하게 목소리를 낸 사안이다. 지난달 23일, 시민 3천명이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에 이스라엘 기업 및 대표단의 아덱스 참여 금지를 요구하는 서명을 전달했지만, 정부는 지금까지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 학살에 가담한 전범 기업의 입국을 막아달라는 최소한의 요구조차 외면하는 정부의 태도는, 한국이 이스라엘의 전쟁범죄에 침묵과 묵인으로 동조하고 있음을 다시금 보여준다.
아덱스는 더 이상 ‘산업 전시회’라는 이름으로 포장될 수 없다. 전쟁과 학살로 검증된 무기가 홍보되는 자리는 민주주의와 평화, 인권을 중시하는 사회와 결코 양립할 수 없다. 특히 아덱스에는 초·중·고 학생과 군 장병들이 단체로 관람하도록 동원된다. 본인의 선택과 무관하게 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전쟁 산업의 홍보 대상으로 삼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한국 정부는 지금이라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와 전범 기업들의 아덱스 참가를 금지하고, 무기 수출과 군사 협력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 무기 산업의 이익이 아닌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우선하는 방향으로 국방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전범 기업들이 활개 치는 죽음의 시장이 한국 땅에서 열리도록 두어서는 안 된다. 팔레스타인에서 희생된 수많은 민간인의 목숨 앞에서, 한국 사회가 내릴 수 있는 최소한의 응답은 이들을 막아내는 것이다. 그것이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이자, 우리 스스로 양심을 지키는 길이다.
지난 8일(현지시각) 이스라엘군이 나포한 가자지구 구호선단에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평화운동가인 해초(김아현)가 타고 있었다. 우리 모두 배를 타고 팔레스타인으로 향할 수는 없지만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18일 이스라엘의 가자 집단학살 2년 규탄 전국집중행동과 19일 아덱스 저항행동에 참여하여 이스라엘 전범 기업들과 공모자들이 벌이는 죽음의 잔치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이 작은 행동이 끔찍한 학살의 일상을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민중과 연대하고, 전범 기업을 이 땅에서 몰아내는 힘이 될 것이다.
이 캠페인은 바보의나눔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