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예은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활동가)
작은 외침이 커다란 박람회장을 채울 수 있을까. 손바닥으로 거대한 무기를 가릴 수 있을까. 돌멩이로 바위를 부술 수 있을까. 결과에 상관없이 다음의 저항을 준비하는 작은 외침, 손바닥, 돌멩이 앞에서 그런 질문은 힘을 잃는다.
10월 17일부터 24일까지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이하 ADEX)’가 성남 서울공항과 일산 킨텍스에서 열렸다. 격년으로 열리는 ADEX는 세계적으로도 큰 규모에 속하는 무기 박람회다. 고백하자면 나는 이러한 전시회가 있다는 걸 올해 처음 알았다. 이렇게 큰 규모로 진행된다는 것도. 아덱스 운영본부에 따르면 올해 ADEX 참가자는 26만 명이 넘으며, 총 449억 달러, 64조 원 이상의 수출 상담이 이뤄졌다고 한다. 이는 직전 행사인 ADEX 2023년 대비 50% 이상 증가한 규모다. 제1회 방위산업의 날이 기념되고, 이재명 대통령이 ‘K-방산’ 적극 지원을 주장하는 사회에서 이는 예상할 만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무기박람회저항행동은 박람회의 규모와는 상관없이 연례행사처럼 액션을 준비했다. 이번 행동에선 특히 달성하고 싶은 목표가 있었다.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에 가담한 이스라엘 무기 기업의 ADEX 참여를 막는 것. 용인되어서는 안 될 집단학살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2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지금, 학살로 마케팅하고 학살로 몸집을 키우는 이스라엘의 전범 기업들이 한국 무기박람회에 자리하는 것을 막아내고 싶었다. 공항에서 이스라엘 관계자들의 입국을 온몸으로 막아내고 싶을 만큼 답답한 마음이었다.
우리의 행동은 <팔레스타인 집단학살 전범국 이스라엘이 2025 서울 ADEX에 오는 것을 막아냅시다!>는 제목의 서명운동으로 시작됐다. 2주 남짓한 시간 동안 3천백 명이 넘는 시민들이 서명에 참여했다. 서명운동하며 우리가 요구했던 구호는 세 가지, ‘서울ADEX에 이스라엘 대표단을 초청하지 말라! 이스라엘 정부, 군 관계자, 무기회사 관계자 입국을 금지하라! 이스라엘 기업과 연사들의 참석을 금지하라!’였다. 기자회견 이후 국방부에 민원을 제기하고 나오며, 약간의 기대를 했다. 영국DSEI 전시회, 프랑스 파리 에어쇼에 이어 네덜란드 NEDS 무역박람회, 두바이 에어쇼도 10월, 11월 예정된 행사에 이스라엘 기업의 참가를 취소했다는 소식이 계속해서 들려왔고, 한국 시민들도 많은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무기 기업은 한국에 무사히 입국하였다. 아덱스 비즈니스 데이 행사가 열리는 일산 킨텍스 전시관 8번의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방문객들은 커다랗고 파란 IAI의 로고를 볼 수 있었다. 뒤로는 라파엘, 엘빗 시스템즈 등 이스라엘의 방산 기업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우리의 목표는 이 거대하고 딱딱한 무기 전시장에 균열을 내는 일이었다.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와 IAI 부스 앞에 모인 활동가들은 붉은 손을 들고 외쳤다. 집단학살 중단하라 전쟁장사 중단하라 STOP THE GENOCIDE STOP THE ARMS FAIR. 일제히 쏟아져나온 구호, 스무 개가 넘는 입과 검은 몸, 마흔 개가 넘는 붉은 손들이 파랗고 하얀 IAI 부스 앞을 채웠다.
경비원들과 경찰들, 주변의 관람자들은 당황한 채 우리를 보았다. 이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몰랐고,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치 정말로 이 무기가 어디에 쓰이는지 모른다는 듯, 집단학살 같은 것은 없다는 듯, 무기와 집단학살 끔찍함을 전혀 모르겠다는 듯, 그저 ‘시위하는 사람들이 왔다’고 무전을 쳤다. 외침은 오 분 가량 지속되었다. 나는 사진과 영상을 찍으며 함께 되뇌었다. 집단학살 중단하라 전쟁장사 중단하라 STOP THE GENOCIDE STOP THE ARMS FAIR. 곧이어 행사 관리자가 퇴거 요청을 했다. 이곳에서 나가 달라고 했다. 활동가들은 구호를 외치다, 침묵으로 저항했다. 관리자에 이끌려 나갈 때에는 더 크게 소리질렀다. 집단학살에 공모하는 끔찍한 산업 앞에서 침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액션에 참가했던 모든 활동가가 밖으로 나간 뒤, 나와 촬영자 몇몇은 전시장에 남았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 남아있는 작은 메아리, 외침이 만들어낸 작은 균열, 혼돈을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IAI 부스 앞 한국인 직원들은 이스라엘 관계자로 보이는 이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기에 급급했다.
활동가들이 티켓을 사서 온 건지 확인해 보겠다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 라파엘 부스에는 직원들(로 보이는 이들)이 모여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외의 부스에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무기를 판매하고 있었다. 또 조금 멀리 떨어져 있던 다른 집단학살 공모기업 록히드마틴, 보잉 등은 저항행동이 있었는지 알지도 못하는 듯했다. 그것이 참 끔찍한 동시에 통쾌했다. 그들은 우리의 저항을 알지도 막아내지도 못했다.
무기박람회저항행동의 액션은 언론을 통해 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활동가들은 오래 구호를 외칠 수 있어 다행이라며, 또 다음의 액션에서 만나자 했다. 이스라엘 기업의 참여를 막지는 못해도, 무기박람회를 없애지 못해도 활동가들은 다음을 기약했다. 평화를 말했고, 살해당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이름을 발음해보았고, 애도했다. 그러고는 다음에도 전투기의 굉음이 하늘을 가로 지를 때 노래하고, 무기를 보러 가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전시된 무기들 앞에서 요란하자고 그때는 더 큰 소리를 내 보자고 얘기했다. 이들 앞에서 평화가 멀리에만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평화가 어렵다고만 할 수 있을까. 지금 이곳에 평화의 자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보도자료] 전쟁없는세상 2035 NDC 의견 제출](https://withoutwar.org/www_wp/wp-content/uploads/2025/10/20250927_039_DSC_0400-45x45.jpg)
![[보도자료] 이스라엘의 서울 ADEX 참여 금지 촉구 기자회견](https://withoutwar.org/www_wp/wp-content/uploads/2025/09/IMG_6132-45x45.jpg)
![[성명] 양심적 병역 거부자 네티윗 초티팟파이살에 대한 기소를 취하하라](https://withoutwar.org/www_wp/wp-content/uploads/2025/09/screenshot_20250908_165244_instagram-45x45.jpg)
![[성명] 경찰 무기, 인도네시아 청년을 죽였다 – 민주주의를 짓밟는 시위진압 무기 수출을 멈춰라](https://withoutwar.org/www_wp/wp-content/uploads/2025/09/indonesia2-45x45.png)

![[평화를 읽다] 너는 잘 견뎌낼 거야. 반드시 괜찮아질 거야. – 故백세희 작가의 《바르셀로나의 유서》를 읽고](https://withoutwar.org/www_wp/wp-content/uploads/2025/10/photo_2025-10-22_16-09-05-45x45.jpg)
![[2025 StopADEX③] “전쟁무기란 상서롭지 못한 도구이니, 만물이 이를 싫어한다”](https://withoutwar.org/www_wp/wp-content/uploads/2025/10/IMG_20251019_222224_654-45x45.jpg)
![[평화를 살다] 평온하면서도 뜨거운 사랑이 담긴 휴식을 선물해요](https://withoutwar.org/www_wp/wp-content/uploads/2025/10/1-45x45.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