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오래간만에 수감서신을 남깁니다. 어느새 2011년이 얼마남지 않은 시점까지 왔네요.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이 남은 시간 잘 마무리하시고 새해의 계획도 잘 세우셔서 복을 맞이할 준비 잘 하시길 바랍니다. 그래요, 내년에는 복이 정말 우수수 쏟아질거랍니다.
사실 오래간만에 남기는 서신이지만, 담을만한 이야기나 주제가 딱히 없습니다. 그만큼 약간은 정신이 없고 또 한편으로는 다소 관성화 된 측면이 없지 않나 고민도 하게 되네요. 어느새 시간은 10개월여가 흘렀고 구매부 출역장에서도 ‘최고참’ 측에 속해 얼마 전에는 반장완장까지 차게 됐습니다. 사실 예정에 없던 일인데 원래 반장이 될 예정이었던 이가 급작스럽게 다른 소로 이감을 가는 사람에 엉겁결에 제가 맡게 된 것이지요. 그런지도 어느새 3주 정도, 이제는 또다시 그 변화에도 어느새 익숙해진 느낌입니다. 징역 내의 사람들 분위기도, 출역장 내 문화도 이제는 일상이 되었다는 느낌에 약간은 복잡미묘한 감정이 듭니다. 꼭 나쁠 것도, 좋을 것도 없는 느낌이지만 말이지요.
2011년, 저에게는 수감의 시간과 기억 외에는 다른 에피소드랄 것이 없던 한 해였습니다. 그것을 굳이 회상하며 글로 옮겨 놓기에는 이미 앞서 남긴 수감기록들이 있기에 사족을 다는 것 외의 의미는 없겠지요. 다만 한 해를 정리하는 하나의 단어를 꼽자면, 그것은 ‘전환’이라고 꼽고 싶습니다. 삶에 있어서 새로운 가치와 재미, 습관과 관계를 아이러니컬하게 이곳에서 발견하여 매진한 것도 많거든요. 겉으로 드러남에 앞서 내면에서,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의 변화와 시도, 시행착오가 많았던 201년이었던 듯 합니다. 이 ‘전환’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고 효과를 볼 지는 앞으로 더 살아가면서 명확해지겠지요.
연말인데 밖에 계시는 분들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계실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 매년 이맘때 지인들과 소소한 ‘데킬라 파티’를 하며 한 해를 마무리하곤 했는데 요즘 들어 그 시간들이 참 그립기는 하더군요. 또한 사회당 서울시당원 노래모임 ‘꿈찾기’ 활동을 하면서 연말에 투쟁현장에 가서 지지공연하던 추억들도 떠오릅니다. 아, 어쩌면 앞서 말한 관성화니, 복잡미묘의 감정은 연말을 맞이하여 떠오른 바깥 세상의 추억들에 대한 그리움이었나 봅니다. 연말연시 공기가 세긴 세나 보군요. 그리움이 심란함으로 번지지 않게끔 잘 눌러담아 추억은 추억으로 마음 속 한 켠에 접어둡니다.^^;
끝으로, 평화수감자의 날과 연말을 맞이해 격려와 응원메세지 남겨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그 분들에게는 내년에 더욱 더 큰 복이 있을거라 크게 확신합니다.ㅋ 조만간 한 분 한 분께 꼭 감사의 편지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2011년 12월 27일
서울남부구치소에서 태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