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없는세상 분들께

 

올해 6월은 지내기가 은근히 짜증이 납니다. ‘호국보훈의달’이라 그런건지 TV에서 전쟁 영화를 비교적 많이 틀어줘요. 일요일마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틀어줘서 매주 총소리를 듣고있죠. 얼마 전엔 [라이언 일병 구하기]도 했고, 뭐 전쟁영화라고 하기엔 좀 미묘한 위치에 있지만 [웰컴 투 동막골]도 했네요. 이번주 토요일부턴 예능 프로인 [진짜 사나이]를 편성했던데, 제가 보기엔 참 끔찍한 모습을 웃기라고 배치해놓는 걸 보며 한탄하게 됩니다. 작년 6월엔 이런게 별로 느껴지지 않았는데, 정권의 차이인건지 남북관계 정세의 차이인건지. 여하간에 이제 7월입니다. 비록 [대왕의 꿈]에서 천수백년 전 전쟁을 보고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서 수십년 전 전쟁을 보는 일요일은 한두번 더 지내야 하겠지만.

여주교도소에 옮겨와선 수번이 984번이 됐네요. 남부교도소에선 489번이었는데, 뒤집어놓은 번호입니다. 그래서 더 헷갈리기도 해요. 여주에 와서는 아직 출역은 못하고 미지정 방에 있습니다. 2인실에 남부교도소에서 같이 온 분과 함께 지내고 있어요. 이분은 9월 초가 형기 종료일이라서, 출역을 안하실 수도 있겠어요. 직업훈련 끝난 뒤에 이감 온 사람들이 많아서 출역 대기자가 많은지라, 작업을 나갈 수 있을지도 알 수가 없습니다.

수감자우편물 200호는 남부교도소를 거쳐서 오느라 6월 28일에나 받을 수 있었습니다. 특집 응원 메시지에는 아는 이름들이 많이 보이더군요. 꽤 와닿는 메시지도 있고, “민중의 등불”이 되어달란 얘긴 좀 부담스럽고, 어쩐지 코웃음을 치게되는 얘기도 있고 그렇군요.(‘응원 메시지’를 읽고도 이러니, 참 성격 모났다 싶습니다) 수감자우편물 관련해서 제 의견을 보태자면, 활동가들이나 병역거부자들이 쓰는 글이나 에세이나 칼럼 같은게 전 읽기 재밌더라구요. 그런게 더 있으면 좋겠네요.

최기원 씨가 출소하셨으니, 이제 ‘정치적 병역거부자’로서는 집계되어있는건 저 하나 수감되어 있는건가요? 강정투쟁 관련 평화수감자분들도 있겠고… 어쩐지 최기원 씨가 부럽군욥. 흑흑. 저라도 수감자 우편물의 ‘평화수감자 소식’을 열심히 채워보겠습니다. ^^

 

2013. 6. 30.

공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