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0일에는 어쨌건간에 가석방 심사 신청을 위한 서류를 작성했습니다. 나가서 지낼 곳 주소, 가족관계, 학력, 경력, 나간 뒤 취업계획 등을 적었지요. 가족관계를 쓸 땐, 왜 부친은 돌아가셨어도 써야하고 모친은 돌아가셨으면 안써도 된단 건지는 알 수가 없었지만, 그럭저럭 썼습니다. 경력엔 마땅히 쓸게 생각이 안났는데, 청소년인권운동 7년, 주간지 칼럼연재 11개월, 뭐 그런걸 썼죠. 특별히 면접을 가지지도 않고 서명날인을 하지도 않는데, 사람들은 왜 이걸 “인터뷰”나 “사인”하러 간다고 부르는 걸까 궁금해졌습니다. 이번엔 사람이 많아서 40여명이 한꺼번에 해야해서 면접을 안한 걸까요?
큰 이변이 없는 한은 아마 8월 14일에 나가게 되겠지요. 기뻐야 하는게 당연한데 기분은 그게 아니네요. 남부교도소의 치사찬란함 덕에 더 살아야되는 데에 대한 원한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뭐 생각해보면 병역거부자들이 수감되고 있는 것 자체에 대한 원한이 앞서는 거겠죠. 이번에 가석방 심사 대상으로 분류과에 갔을 때 분류과 직원분이 제 친구들이 편지를 많이 보냈는데 자기가 답장을 쓰고있다고, 이제 편지가 좀 안오는 거냐고 하더군요. 아마 소장 앞으로 편지를 보냈을텐데, 소장이 답장을 쓸 것이지, 여하간, 남부교도소 때문에 여주교도소 직원이 고생을 했죠. 남부를 괴롭혀야 하는데!
일하고 있는 위탁공장에 병역거부로 수감된 여호와의증인 한 분이 새로 오셨습니다. 올해 4월에 들어오셨다고 하니, 이제 막 시작하신 셈이죠. 여러모로, 도움이 될게 뭐 없을까 생각하다, [병역거부가이드북]과 병역거부 관련 헌법재판소식 등을 보여드렸습니다. 각자에겐 각자의 수감생활이 있는 것이라서 큰 도움을 드리긴 어렵겠으나, 같이 있는 단 며칠만이라도 편하고 기분좋게 대해드리는게 최선이겠지요. 아마도 내년 6월이나 7월에 나가실텐데, 짧지 않은 시간동안 무사히 지내시길 바랄 수밖에요.
김무석님 병역거부 소견서는 잘 읽어보았습니다. 제 소견서를 두고서도 제 개인적 이야긴 별로 안썼다는 평가를 들었던 적이 있는데, 김무석 님의 소견서도 비슷한 인상입니다. (아니, 더 그런가요?) 이런게 최근의 트렌드라고 주장하고 싶어지지만, 택도 없을 소리니 접어두겠습니다.(웃음)
어쩌면, 운동이 곧 자기 삶인 사람들에겐, ‘자기 개인적 이야기’와 ‘운동의 공식적 이야기’가 잘 분리되지 않는게 당연할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지금도 병역거부자가 된 이유를 묻는다면 가장 솔직한 답은 “군인이 되기보단 병역거부자가 되는 편이 자연스러워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동어반복적으로 들리겠지만요.
그나저나, 감옥에서 지내며 생각한게, 수감된 병역거부자나 활동가들에게 운동소식을 계속 보내는게 꽤 괜찮은 조직화(?) 방법인 것 같아요. 김무석 님 등 평화수감자 분들게 청소년운동 얘기나 나중에 보내보면 어떨까, 망상을 하고 있습니다.
8월엔 뵐 수 있길 바라며.. 안녕히 계세요.
2013. 7. 13. 공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