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가을이 성큼 다가오더니 곧 다가올 겨울을 준비해야될 시기가 왔네요. 다들 쌀쌀한 날씨에 혹 감기에 걸리진 않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어제 분류심사를 받고 기결방으로 이동했습니다.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흐르네요. 이곳에서 3주에서 2달 정도 지내면 교도소로 이감된다고 합니다. 기결방으로 옮기니 미결방보다 지내기가 훨씬 좋습니다. 21.19㎡(약 6.6평) 크기의 방에서 14명이 지냈었는데, 지금있는 방은 같은 크기에 8명이 지내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자면서 다른 사람과 부딪히지 않았네요.
보내주신 칫솔, 수감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책1권은 잘 받았습니다. 칫솔은 기존에 나눠주는 것보다 감촉도 좋고 깊숙이까지 잘 닦여서 좋더라구요. 동현씨의 병역거부 소견서는 잘 읽었습니다. 무엇보다 군대의 만행들을 생생하게 묘사한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폭력이나 NL에 대한 관점에 대해선 토론해보고 싶은 쟁점들이 있는데, 그런 토론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우선 연대의 인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문장들에 힘이 있어서 읽는 저도 동현씨의 단호한 의지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수감기간이 많이 겹칠 것 같은데 서로 편지 주고받으면서 지내면 좋겠네요. <삼켜야했던 평화의 언어>는 아직 읽어보진 못했습니다만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시간이 허락했다면 들어오기 전에도 한 번 읽어보고 싶었던 책입니다. 읽고나면 소감도 적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들어오기 전부터 수감된 후까지 도움을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예비병역거부자들의 모임은 잘 되고 있겠지요? 9월 28일에 수감생활에 대한 워크샵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하셨는데, 잘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저도 들어오기 전에 몇 가지 얘기들을 들었는데 막연한 두려움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혹시 궁금하신 것이 있는 분이 있으시면 안에서 겪는 일들에 대해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케이스마다 달라서 결국 직접 경험할 일을 대신해주진 못할 것이라는 점은 염두에 두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여옥씨는 제가 수감되는 날까지 배웅을 와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제주지법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무겁네요. 정말 잡혀야할 사람들은 권력을 손에 쥐고 있고, 무고한 사람들만 처벌받아 갇히는 현실을 보면 감옥도 군대와 함께 사라져야할 것임에 틀림없어 보입니다.
곧 교도소로 이감되면 출역을 나가지 않고 독거방에서 지내는 것이 소원인데 쉽지않을 것 같아 걱정입니다.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좋을지가 요즘 제 최대의 고민입니다.
참, 최근 발행된 천주교인권위원회의 <감옥법령집>과 올초에 발간된 <형집행법> 등의 책을 가지고 들어가면 궁금한 사항들을 찾아보는 데 도움이 되더라구요. 모르시더라도 큰 상관은 없으나 법령에서 규정된 사항들이 궁금하시면 한 권정도 챙겨두세요. 법 자체에 한계가 많지만, 생활하는 데 참고할만한 책입니다.
아마 다음엔 이감된 후에 또 소식을 보내게될 것 같네요. 아무쪼록 무탈하시고, 여옥씨도 별일없이 재판 결과가 잘 나오길 바랍니다. 모두 힘내세요! ^_^
2013. 10. 3.
인천구치소에서 김무석 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