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지의 LGBT 및 헤테로 여러분, 안녕?
남부교도소의 알짜배기, 수인복이 착 감기는 사내. 그래요, 동현이에요. 소식을 기다리다 망부석으로 굳어버린 여러분을 위해 나의 일주일을 타전합니다. 자유케 하리라 그대의 팔다리, (일어서며) 있으라 빛!
저는 몹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예상했던대로 독방이 주어졌어요. 공무원들, 수인들 모두 친절합니다. 얼마나 친절한지 궁금하실텐데요. 그들이 일주일간 제게 양도한 물품은 다음과 같습니다; 수세미, 자연퐁, 운동화, 시계, 털장갑, 폴리담요,밍크담요, 여름이불4장, 침낭, 방석, 옷걸이9개, 빨래집게21개, 잡지6권, 성경, (가장 따뜻한 색) 블루펜, 딱풀, 발수건, 걸레, 맛김, 사과2Kg, 돌풍감자, 포스틱, 버터링, 달콤한 미니꿀호떡.
여름이불의 경우에는 이제 그만 좀 받고싶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한 장더 받아버렸습니다. 요 한장한장이 침구가 아니라 아침 점호때 접고 쟁여야 할 일감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이곳은 따뜻하고 안락합니다. 외풍이 좀 들긴 합니다만 바닥에선 온돌이, 천장에선 꺼지지 않는 형광등이 공기를 데워줍니다(세심한 남부교도소).
이제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한 후 이 편지를 부치게 된 진짜 목적을 써야겠네요.
광고 듣고 오겠습니다.(라라라라라라라라~ 날좋아~ 한다고~ 라라라라라 포카리스웨트~)
알만한 사람은 알겠지만 저는 카레를 싫어합니다. 그런데 얼마전 정통인도커리에 가깝다는 음식점에서 먹은 커리는 맛있었어요. 말하자면 저는 3분 카레를 싫어했던 것이었습니다. 감옥에서 카레가 나올 땐 어떡하나 고민을 했습니다. 그냥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인도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한국인들을 이해하고자 함이었지요.
수요일 저녁에 카레가 나오더군요. 착잡한 마음으로, 아빠미소를 머금고 카레를 마주하였습니다. 3분 카레보다 노로초롬(푸르스름?)하더군요. 숭덩숭덩 썰린 건더기들 하며,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한입 떠봤습니다. 오오 이거슨! 남부 쉐프가 손수! 한 6분….끓인 듯한, 어쩌면 수제 카레였습니다. 남김없이 다 먹었습니다. 이곳 음식은 수용자들의 건강을 생각하는 듯 찬이 대개 저염식입니다. 혼자살땐 귀찮아서 엄두를 못내던 따끈한 국도 매끼 나옵니다. 그리하여 저는 여러분에게 제안합니다.
– 직장상사가 화딱지나게할 때 (윤구X 개객기야!)
– 애인에게서 낯선 사람의 향기가 날 때 (왜 네게서 여옥의 정수리 냄새가…)
– 직장이나 애인이 없을 때 (샤샤를 포함해 효웅과 민석 등등)
– ….어쨌거나 삶이 나를 가둘 때
도심의 휴양지, 반체제자들의 메카, 모든문 전자동의 남부교도소로 오세요. 당신의 안전과 이불과 밥을 책임집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2014. 2. 19. 내곁으로. 동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