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무척 기쁜 일이 있어 소식을 전하고 싶어 편지를 씁니다.(그건 제 가석방이 11월 28일로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오늘로 D-65일 남았다는 사실 때문은 아닙니다ㅋㅋ) 그보다 더 기쁜 소식은 제 형수님이 건강한 딸을 출산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8월 26일에 출산했다는 소식을 듣긴 했는데, 오늘 편지와 함께 사진이 들어왔습니다. 세상에! 아기가 머리크기와 몸의 크기가 거의 비슷해요! 너무 귀엽고 이뻐요! 새침한 표정도 짓고, 진지한 표정도 짓고, 멍때리기도 합니다. 정말 생각할수록 기가 막힌 일입니다. 이름은 영주라고 하는데, 편지에 영주 할아버지라는 표현이 있어서 누군지 한참 생각하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그건 제 아버지를 말하는 거였어요. 게다가 전 ‘작은 아빠’가 되었습니다.. 작은 아빠라니… 작다는게 어색하긴 않지만 무언가 간접적인 아빠라니. 아빠뻘이라는 뜻이겠죠? 하여튼, 이런저런 기쁜과 충격이 휘몰아치는 그런 경험이었습니다. 아유. 이 사랑스러운 아이가 태어나서 100일동안은 절 한번도 보지 못하겠네요. 어렸을때 자주봐야 친해질텐데.. 이 아이를 만날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마음이 설렙니다. 이 아이가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어요. 전 벌써부터 한겨레의 어린이책 지면을 스크랩해두고 있는데 책 선물을 엄청 많이 해주고 싶어요. 많이 보고 읽고 경험하면서 생각이 깊은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어요. 누가보면 제 아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네요.ㅋㅋㅋ
소식지를 보니 정훈씨가 용산참사 관련 건으로 재판을 받고 계시는군요. 검찰이 징역 2년을 구형했다니 어처구니가 없네요. 선고를 이미 받으셨겠지만 당연히 검찰의 구형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거라 생각합니다. 탄원서도 3백여건이나 모으셨다니 꼭 좋은 결과 받으셨길 바랍니다.
동현씨의 소식은 읽다가 몇 번이나 웃음을 터뜨렸는데요, 굉장히 괜찮다는 동현씨 소식을 들으면서 저도 유쾌해지는 것 같아요.ㅋㅋ 소식지가 올 때마다 동현씨 글이 기다려질 것 같으니, 저를 위해(!) 매번 소식지에 편지를 꼭 써주시길 바랍니다.
거부왕 길모씨는 이감을 오신다면 제발 남부교도소로 오시길 바랍니다. 제가 심심해서 오길 바라는 것도 아니요, 제가 출역나와있는 보안 청소에 출역나올 사람이 필요해서도 아닙니다. 저는 오직 순수하게 길모씨가 독거방을 쓸 수 있는, 동현씨가 생생하게 묘사한 적이 있는 그곳으로 오길 바라는 것 뿐입니다! 물론 동현씨는 의정부에서도 잘 계시는 듯 하고, 길모씨의 의사는 마치 제 의사와 마찬가지로 이감에 영향을 별로 미치지 못하겠지만, 소망을 적어보았습니다.
여름징역이 끝난건 모두에게 축복이겠네요. 요즘엔 자기 전에 모기잡는게 일입니다. 역사문제연구소와 여는 “베트남전쟁, 다양한 경계넘기” 행사는 대박나길 바랍니다. 저도 JATEC 활동가였던 세키야 시게루씨 강연에 관심이 가네요.
2014. 9. 24. 수. 무석